[일문일답] '무한도전' 김태호 PD가 밝힌 #13년 #6인+α #시즌2 (종합)
OSEN 유지혜 기자
발행 2018.03.30 16: 24

'무한도전' 김태호 PD가 13년간 '무한도전'을 이끌어온 소감과 종영에 대한 마음, 멤버들의 종영 반응들을 전했다.
30일 오후 서울시 마포구 상암MBC 센터에서는 MBC '무한도전'의 김태호 PD의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무한도전'은 오는 31일 시즌1 종영을 앞두고 있다. 김태호 PD는 올해 가을 다시 컴백할 예정이며, 유재석, 정준하, 박명수, 하하, 조세호, 양세형은 시즌2에 합류할지는 아직 미정이다. 종영을 앞두고 김 PD는 '무한도전'의 시즌2와 향후 거취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남겼다. 그의 간담회를 키워드를 통해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 '무한도전' 6인+α 
Q. 29일 종방연 어땠나. 멤버들의 종영 반응은 어땠나.
A. 종방연 잘 마쳤고, 후드티하고 모자들을 멤버들에게 선물했다. 스태프들도 곧 그 선물을 가질 예정이다. 
13년이 초중고 다 합쳐서보다도 더 긴 시간이더라. 오랜 시간 여기에서 몸담고 일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도 스스로는 잘했다는 생각보다 아직도 그 판단을 이렇게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와 아쉬움이 정말 많이 남는다. 저는 담담했는데 멤버들은 많이 눈물을 흘렸다. 멤버들은 매주 목요일 출근이 삼시세끼 먹는 거처럼 버릇이 돼 있을 거다. 다음주에는 이제 MBC에서 마주치치 말자고 말했고, 등산도 좀 해볼까 이런 말도 했다. 아직은 받아들이지 못하는 거 같고 서서히 받아들여야 하는 사항인 거 같다. 
Q. '무한도전' 6인, 그리고 그동안 '무한도전'을 거쳐간 인물들에 한 마디.
A. 박명수씨가 지금까지 함께 올 수 있었는지 몰랐다.(웃음) 박명수씨가 자신의 색깔로 이렇게 함께 해주셔서 감사하다. 기복이 심한 분이라 그걸 이용해 좀 터뜨렸어야 했는데 그걸 놓치고 간 게 없나 죄송스러운 부분이 있다. 정준하씨, 정형돈씨도 그렇다. 정준하씨의 여린 마음을 돌아봤어야 했다. 정형돈씨도 잠시 종방연에 들렀는데 아직도 갖고 있는 아픔에 대해 일찍 챙겼어야 했단 생각이 들었다. 하하씨는 역할 자체가 보이지 않는, 축구로 치면 미드필더의 역할이다. 제작진으로서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있다. 노홍철씨도 2014년까지 큰 공을 세웠고, 여전히 '무한도전'을 사랑해줘서 고맙다. 
-양세형씨도 마음 아픈 멤버다. 처음부터 너무 잘해서 초대했던 인물이다. 드러내놓고 우리 멤버라고 말할 수 없었던 상황이 미안하다. 지난 2년간 양세형씨 덕분에 든든하게 할 수 있었다. 조세호씨는 2009년 '박장군의 기습공격'부터였다. 그 때에는 두드러지게 잘한다는 생각을 못 했는데 군대 끝나고도 끝없이 인연을 잊어왔다. 
-작년 노홍철씨를 다시 초대할까 고민을 했는데 그게 서로가 힘들다는 걸 확인을 했다. 그 다음에 바로 조세호씨를 생각했다. 어떤 모습으로 들어오게 할까 생각하다가 가을 파업을 맞아 늦춰졌다. 조세호씨가 인사하면서 지난 10년을 '무도'에 들어오기 위한 걸음이었고, 짧은 여행을 했다고 말했다. 한 시즌을 했지만 가장 본인은 칭찬만 받다가 멈춘 거라 행복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는 말을 했다.
Q. 리더 유재석의 반응. 
A. 유재석씨가 없었으면 여기에 없었을 거다. 이게 될까, 저게 될까 이런 논의 상대는 유재석씨였다. 그거에 대해서 자신있게 해보자, 아니면 말고의 공감을 해준 것이 바로 유재석씨다. 저도 걱정이지만, 유재석씨가 다음주 목요일부터 공허하지 않을까 걱정도 앞선다. 
▲ '무한도전' 종영 과정
-'무한도전'이 정해진 게 없고 기존 방송 화법으로 봤을 때 부적합하다는 사람이 모여서 좌충우돌 하는 이야기를 그려오다가 2008년 이후부터는 한국에서 가장 큰 프로그램이 되면서, 시작과 달리 지켜야 할 룰도 생기고 카테고리도 생겼다. 그 안에서 놀아왔던 거 같다. 2010년 넘어와서부터는 큰 변화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했다. 2008년에도 사장님께 시즌제도 건의를 했다. 쉬는 거보다 중요한 거는 시청자들에게 만족감 높고, 우리도 보람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점차 신선도를 가져가기가 쉽지 않았다. 시스템적으로 어떤 보완을 해야 할까 고민을 했다. 최근에도 회식자리에서 멤버들과 항상 해왔다. 
-'무한도전'이란 주어를 두고 질문을 항상 했다. 지금 멈추게 된 것도 내가 쉬어야 한다는 생각이 아니라 '무한도전'을 어떻게 하면 더 좋게 만들어갈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 답이 결정된 것 같다. 작년에 11월 중순에 파업이 끝난 후에도 최승호 사장님께 이런 말을 드렸고, 더 좋은 시스템에서 '무한도전'이 제작되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 작가들과 유재석과 이런 말을 나누면서 내년 봄개편 쯤 이런 시간을 맞이하면 어떨까 싶었다. 1월에 구체적으로 본부장님과 이야기를 나눴다. '무한도전'은 MBC로서는 가져가야 하는 브랜드다. 
-후임으로 최행호 PD를 선정하는 과정이 1월까지 진행됐다. 최행호 PD가 할 것 같다는 말을 멤버들에게 전했다. 유재석씨가 13년간 가장 중요한 인물이고 중심이었다. 이 프로그램의 동반자로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유재석씨가 '너가 안 하면 나도 같이 끝나는 게 맞지 않겠냐'고 의사를 전달했다. 그래서 회사에서는 그게 원치 않는 결론이었기 때문에 이야기를 계속 나누게 됐다. 
-시즌제도 좋지만 종영 표현이 쓰이는 게 마음이 아팠다. 지난 13년 동안 제가 부족한 느낌을 너무 많이 받았다. 스토리텔링이 좋은 PD가 맡으면 참 좋겠고, 그러면 좀 다른 방향으로 뻗어나갈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많이 했다. 가족처럼 알고 있는 정보들, 성향들이 많다보니 초반보다는 좌충우돌이 발견되는 기회가 적어졌다. 시청자들도 저란 인물 때문에 스토리가 뻗어나가지 못한다는 생각을 했다.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항상 말했는데 멤버들은 그 때 마다 함께 하자는 말을 했다. 1월, 2월에 진행된 저와 회사의 결정, 유재석씨의 결정이 수렴돼 마지막을 준비하게 됐다. 문제가 있어서 그만 두는 건 아니다. 1등 예능도 좋지만 한 회 한 회 스페셜하게 다가갈 수 있는 마음에서 내일을 마지막으로 일단은 인사를 드리게 됐다 
▲ '무한도전' 시즌2와 거취
Q. '무한도전' 시즌2로 돌아오는 것인가. 
A. '무한도전' 시즌2가 정해졌다면 이런 자리도 안 만들어졌을 거다. 항상 방점이 '무한도전'으로 돌아온다고 찍어버리니 늘 생각이 넓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스스로에게나마 그 틀을 벗겨내고 싶어서 '무도'다, 아니다 라고 정하지 않고 고민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빈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채우고 싶다는 갈증도 강하다. 
Q. 그럼 향후 행보는 어떤가. 
A. 시청자들이 유난히 '무한도전'에 엄격한 것 아닐까 생각한 적도 있고, 그래서 서운한 적이 많았던 거 같다. 하지만 그게 '무한도전'의 일부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많이 든다. 저도 제가 자신있게 돌아올 수 있다고 말하면 좋겠지만 논의가 됐던 건 오래된 건데 타이밍이 이렇게 돼 끊기게 된 건 아쉬움이 남는다. 시즌인지 아닌지도 확실하게 말할 순 없는 건, 아직 머릿속에 구상이 없는 상황이다. 시즌제를 정해두고 나면 저에겐 숙제가 되는 거다. 그래서 회사에서는 큰 손해를 예상 하면서 할애해준 거라 그 시간을 보람되게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다. 좀 대중적일지는 모르나 색깔이 분명한 것들로 인사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분명히 하고 있다.
Q. 멤버들과 다시 시즌2를 할 수 있는 건가.
A. 물론 멤버들과 다시 돌아오면 좋겠다. 하지만 관성으로 '무한도전'이 돌아가는 건 원하지 않는다. 멤버들이 가지고 있는 예능관이 조금씩 다르다. 예능 트렌드도 그렇지 않나. 오디션, 리얼 등이 트렌드로 왔고 거기에서 우리가 어떻게 헤쳐나갈까 생각했다. 우리가 많이 얘기를 한 게 이제는 눈에 띄는 재미보다 사이를 뚫고 가는 그런 상황인 것 같다. 그거에 대한 답을 찾으면 돌아올 수 있을 거 같다. 돌아왔을 때 실망감을 드릴까봐 자신있게 올 수 있다고 말하기가 힘들다. 
Q. MBC에 계속 남을 것인지?
A. '무한도전'을 하면서 가장 많이 생각했던 게 색깔을 많이 고민했다. '무한도전' 색깔을 지키는 게 힘들었다. 그래서 자괴감을 많이 느꼈다. '무한도전'이 결국 내 색깔이었던 상황이라 이를 회복하고 채우는 데에 시간이 할애되지 않을까 싶다. 저는 MBC에 계속 남을 것이다. 여러 제안도 있었지만 '무한도전'을 사랑하는 마음보다 더 유혹적인 제안은 없었다. 
Q. 김태호 PD에게 '무한도전'이란.
A. 부담은 정말 많았다. 유재석과 친해지고 싶어 들어왔던 '무한도전'으로 전 국민과 친해질 수 있었다. '무한도전'이 잘 자리잡았을 때에는 이건 젊은 PD들이 2년 마다 바꿔가며 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앞으로도 저는 꼬리표가 '무한도전'이라고 불려질 거다. 그동안 이 프로그램 때문에 느꼈던 자부심도 남지만 나로 인해 안 좋은 영향은 받지 않았을까 아쉽기도 하다.
Q. 시청자들에게 한 마디.
A. 항상 기다리고, 기대해주셔서 감사하다.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이 계속돼 왔다. 13년이 참 긴 시간이다. 멤버들이 각자 활동하는 걸 응원해주시기 바란다. 멤버들도 아직 현실로 못 받아들이겠지만 이 시간이 익숙해지면 빠른 시일 내에 다시 볼 수 있을 거 같다. 감사하다는 말 꼭 드리고 싶었다. 질책이 싫어서 귀를 닫으려고 했던 것도 분명 있었다. 재미없는데 재미있는 척 예고를 만들고 했던 것들도 죄송하다. 그럴 때 마다 웃어주셔서 감사하다. 촬영하면서 재미있다는 생각을 하면 우리도 안달이 나는데, 재미없는 촬영을 하면 추가촬영도 고민을 많이 했다. 하나 하나가 너무나 큰일처럼 다가오기도 했는데 이제 그것이 익숙해졌고 시청자들도 묵인해주는 거 같아서 감사하다는 말 드리고 싶다. / yjh0304@osen.co.kr
[사진] 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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