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승부처] '바깥쪽 고전' 산체스, 결국 장타에 무너졌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8.04.19 21: 53

개막 이후 쾌조의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었던 SK 새 외국인 투수 앙헬 산체스(29)가 처음으로 6이닝을 소화하지 못했다. 우타자 바깥쪽 존이 봉쇄당한 산체스는 힘을 쓰지 못했다.
산체스는 19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했으나 5이닝 동안 96개의 공을 던지며 8피안타(2피홈런) 2볼넷 4탈삼진 5실점을 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팀이 9회 노수광의 2타점 적시타로 역전에 성공해 패전은 면했으나 1.04였던 평균자책점은 2.32로 올라갔다. 올시즌 최다 피안타, 피홈런, 볼넷을 기록했다.
산체스는 150㎞대 중반에 이르는 패스트볼의 힘이 위력적이다. 여기에 우타자에게는 바깥쪽으로 휘는 컷패스트볼, 좌타자에게는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주무기로 한다. 커브도 곧잘 던져 카운트를 만들어낸다. 굳이 따지자면 역시 포심+커터를 중심으로 하는 선수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날은 커터가 말을 듣지 않았다. 엄밀히 따지면 존이 맞지 않았다.

이날 주심의 존은 우타자 기준 바깥쪽에 상대적으로 박했고, 안쪽으로는 좀 더 후했다. 산체스는 이날 경기 초반부터 우타자 기준 바깥쪽에 포심과 커터를 자주 던졌다. 이게 들어가면 타자들은 산체스를 상대하기가 매우 까다로워진다. 갖다 대 봐야 정타를 만들 확률이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심의 손은 일관적으로 올라가지 않았다. 공이 하나 정도 빠졌다는 판정인 듯 했다. 이날 등판한 우완들에게 거의 대부분 그랬다.
1회 강백호 타석부터 이날 주심의 기준은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산체스는 자신과는 상성이 잘 맞지 않는 상황에서도 5회까지는 1실점으로 잘 버텼다. 그러나 4-1로 앞선 6회를 버티지 못하고 쓰라진 기억을 남겼다. 6회에도 바깥쪽 판정과 싸운 산체스는 선두 로하스에게 2루타, 윤석민에게 좌전안타를 맞고 무사 1,3루에 몰렸다.
다음 타자들은 우타자인 유한준과 박경수였다. 바깥쪽 존을 찌르는 커터가 봉인된 산체스는 결국 위기 상황에서 모험을 감행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집중력이 좋았던 KT 타자들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유한준은 원래 자신의 존에서 한 개 정도 가운데로 옮긴 산체스의 커터를 받아쳐 중월 동점 3점 홈런을 날렸다. 이어 박경수도 역시 한가운데 몰린 포심패스트볼을 받아쳐 역전 우월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산체스는 두 타자 모두 불리한 카운트에서 스트라이크를 넣으려다 얻어맞았다. 물론 그 전 상황에서 변화구에 KT 타자들이 속지 않은 것을 더 높게 평가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KT 타자들의 집중력도 좋았다. 돌려 말하면, 산체스의 이날 커맨드와 로케이션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다음 경기를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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