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임명된 최승호 MBC 사장은 공영방송 정상화와 잃어버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힘쓰겠다고 대대적으로 약속했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은 먼 듯하다.
지난 5일 방송된 MBC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이영자가 어묵을 먹다가 매니저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뉴스 속보식으로 다뤄졌다. "[속보] 이영자 어묵 먹달 말고 충격 고백"이란 자막이 더해졌는데 이 편집이 더 충격이었다.
알고 보니 해당 영상이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보도 당시 뉴스에서 쓰인 자료였던 것. '전지적 참견 시점' 제작진은 세월호가 가라앉는 원본 자료를 모자이크 처리해 이영자의 '먹방'과 연결지었다.

이 같은 사실이 뒤늦게 논란이 되자 9일 제작진은 "모자이크로 처리돼 방송된 해당 뉴스 화면은 자료 영상을 담당하는 직원으로부터 모자이크 상태로 제공 받은 것으로 편집 후반 작업에서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방송에 사용하게 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쳤습니다"라고 공식 사과했다.

하지만 너무 뼈 아픈 실수였다. '어묵'이란 표현이 일베에서 세월호 희생자들을 희화화하는 표현이라 국민의 분노는 더욱 커졌다. 정상화를 약속했던 MBC가 저지른 큰 실수라 시청자들의 충격은 더 컸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 MBC는 할 말이 없다. 최승호 사장이 임명된 후 재정비 된 '뉴스데스크'에서 앵커가 "세월호를 구하지 않고 정권을 구했고 정부의 입이 돼 권력에 충성했다"며 MBC가 스스로 가장 잘못한 보도로 세월호 사건을 언급했다.
당시 박성호 앵커와 손정은 아나운서는 허리 숙여 시청자들에게 사과했다. 지난 정권에서 MBC가 벌인 과오를 반성하며 달라진 내용으로 돌아선 시청자들을 달래고 국민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는 최승호 사장의 마인드와 같았다. 그는 지난 1월 신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MBC는 올해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국민의 신뢰를 되찾는 게 최고의 해결책"이라며 MBC의 정상화를 약속했다.
이 때문에 최승호 사장은 인력 부분에서 대대적인 변화를 꾀했다. 오랫동안 '뉴스데스크' 앵커로 지내던 배현진 전 아나운서가 자유한국당에 입당하면서 최승호 사장의 적폐 청산 정책을 비난할 정도.

하지만 여전히 숙제는 남아 있는 듯하다. 이번 '전지적 참견 시점' 편집 논란이 단순한 개인의 실수가 아닌 일베와 적폐로까지 연결되며 쉽게 가라앉지 않을 조짐을 보이는 이유에서다.
이번 논란에 최승호 사장은 9일 "MBC는 긴급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이번 사안을 철저히 조사하겠다. 또한 관련자의 책임을 묻고 유사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재발방지책을 강구하겠다"고 사과했다.
다음 날에도 "충격과 상처를 받은 출연자들, 특히 이영자님에게도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당했으니 그 충격과 아픔은 짐작하고도 남는다"며 거듭 사과의 뜻을 밝혔다.
특히 그는 "MBC 정상화가 어느 정도 진척되고 있다고 생각하던 차에 이런 일이 생겼다. 더 확실히 개혁해서 국민의 마음 속에 들어가라는 명령으로 알고 힘을 내겠다"고 가열찬 변화 의지를 다시 한번 공고히했다.
결국 '전지적 참견 시점' 측은 진상조사위원회 조사에 집중하고자 12일과 19일 결방을 예고했다. 11일 예정된 녹화도 이미 취소된 상황이다. 원인과 과정을 확실히 조사해 엄중한 책임을 묻고 재발을 방지하겠다는 것.
그럼에도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국민 청원까지 쏟아진 현 시점에서 MBC의 정상화는 아직 먼 나라 얘기처럼 들린다. /comet568@osen.co.kr
[사진] MBC, 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