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리턴'을 마치고 곧장 MBC 수목드라마 '이리와 안아줘'에 합류한 배우 윤종훈. 워낙 강렬했던 작품과 캐릭터인 탓에 아직 '리턴'의 잔상이 남아있을 법도 하지만, 윤종훈은 "다른 배우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작품이 끝나면 (입고 있던 캐릭터는)훌훌 털어버리는 스타일"이라며 웃어보였다. 이제 '리턴'의 '악벤져스' 서준희는 없다. 대신 다정한 오빠이면서도 냉혹한 검사 길무원의 모습만 있을 뿐이다.
전작에서는 의사, 이번에는 검사다. "요즘 드라마 속에서 자주 등장하는 직업이긴 하지만 윤종훈이 그리는 검사는 좀 다른 모습을 기대해봐도 될까"란 질문을 던지자 화기애애하게 웃던 윤종훈은 금세 진지해졌다. 그가 연기를 대하는 태도를 바로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게 연이어 '사'자 들어가는 직업을 (연기)하네요(웃음). 사람들이 생각하는 검사란 직업의 스테레오 타입이 있잖아요. 더불어 (캐릭터가)키다리 아저씨 느낌이 있는데, 사실 그것 때문에 고민이 많아요. 연기를 어떻게 해 나갈지 감독님과 상의하겠지만 누구나 생각하지 않는 느낌으로 갈지, 아니면 다들 조금은 봐 왔지만 잔잔하고 설득력 있게 그려 갈지 깊은 생각중입니다."
극 중 윤종훈이 분하는 길무원은 중심인물 중 한 명이다. 일 할 때는 카리스마 넘치는 냉혹한 검사지만, '동생 바보'란 별칭을 얻을 정도로 낙원(진기주)에겐 끔찍한 의붓 오빠다. 그는 인권 변호사로 활동 중이던 길성식 부부에게 입양된 후 새로운 성씨를 얻게 됐다. 12살에 부모를 잃은 아픔과 설움은 이런 양부모의 따스한 손길로 잠재워졌다. 그렇게 구원받은 무원은 앞으로 이들에게 받은 애정을 평생 되갚아갈 것이라 다짐했다. 그래서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 윤희재(허준호)에게 너무나도 비참하게 양부모마저 잃고 난 뒤 자신의 상처보다도 낙원의 상처부터 걱정하는 사람이 됐다. 유산을 노리는 게 아니냐는 친척들의 의심어린 눈초리에도 의붓오빠로서 꿋꿋이 자리를 지키는 이유는 오직 낙원 때문이다.

이렇듯 무원은 한재이(낙원, 진기주), 채도진(장기용) 만큼이나 기구한 운명에 놓인 가여운 인물. 윤종훈은 이런 무원에 대해 "자신의 모든 인생을 의붓 동생에게 헌신한다"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작품에 대해 "단순히 사랑보다는 인간적인 성장에 대해 보여주는 드라마인 것 같다. 살인자의 아들과 사랑에 빠지는 사람, 여러가지 상황을 인정하고 자기와 다른 입장에 있는 사람들을 생각해보고 성장할 수 있는 역할이 되지 않을까 한다"라고 덧붙이며 자신의 생각을 들려줬다.
또 "이 드라마의 정서는 '절절함'이다. 정통 멜로의 순수함과 많은 한국 대중이 사랑하는 일본 드라마의 감성까지도 있는 것 같다. 아련함과 절절함. 오랜만에 안방 극장에서 그런 매력을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3월 종영했지만 아무래도 '리턴' 얘기를 안 할 수 없겠다"란 말에 윤종훈은 "당연하다. 지나고보니 '리턴'의 시청률이 얼마나 높은 것인지 알겠더라. 어떻게 이런 시청률이 나올 수 있나 뒤늦게 더욱 깜짝 놀랐다. 사랑 받아서 정말 다행이다"라고 전하며 다시금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리턴'은 순간 최고 시청률이 20%(닐슨코리아)에 육박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타 드라마들의 시청률과 비교했을 때 더욱 그 차이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리턴'은 그의 필모그래피에 분명 새로운 전환점이 된 작품일 터. 그에게 "'리턴'으로 얻은 것은 무엇인가"라고 묻자 "인간적인 성장이다. 연기적으로도 그렇고 돌이켜 생각해보니 '인간 윤종훈이 성장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모든 면에서. 주위를 돌아보는 내 시선이나 사람들과의 관계, 그리고 연기가 얼마나 어렵고 절실한 것인지 다시 한 번 알게 됐다"란 진심어린 대답을 들려줬다.

군 제대 후 집을 뛰쳐나와서 막무가내로 시작한 연기. 첫 시작은 2013년 1월 방송된 KBS2 드라마 스페셜 '시리우스'에서 박형식의 대역(1인 2역)으로 출연한 것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연기 인생은 tvN '몬스타', '미생', '응급남녀' E채널 '라이더스 : 내일을 잡아라', JTBC '청춘시대', MBC '왕은 사랑한다' 등을 거치며 탄탄히 다져졌다.
"제가 정말 운 좋게도 굉장한 분들과 함께 일했어요. 스승이자 은인같은 김원석 PD님과 '몬스타'와 '미생'을 했고, '응급남녀' 김철규 PD님은 최근 tvN '마더'로 상을 받으셨죠. '시리우스'의 모완일 PD님은 화제를 모은 JTBC '미스티'의 연출자이시고요. 신원호 PD님도 감사하게 절 tvN '응답하라 1994'에 캐스팅해 주셨어요. 돌이켜보면 이렇게 한 획을 그은 분들이 절 캐스팅해 주셨다는 사실이 감사하고도 놀라워요. 왜냐하면 많은 사람들이 제 캐스팅을 두고 반대했었거든요. 저보다 더 인지도 있고, 잘생기고, 더 상업적으로 이득이 되는 배우를 선택하자고 했어요. 저도 물론 그런 의견들이 당연히 이해가구요. 그런데도 절 믿고 선택해 준 분들께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 '리턴' 주동민 PD님 역시 시놉을 보자마자 절 시켜야겠다고 생각하셨다는 말을 듣고 감동받았어요."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애정하는 작품으로는 여러 작품 중 '몬스타'를 꼽았다. 이유는 지금의 윤종훈을 있게 한 시작이니까. 그에게 보석같은 드라마이고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것의 시작이란 것 일깨워 준 작품이기도 하다.
윤종훈은 이제 서서히 '배우 느낌이 난다'는 얘기를 듣는다고. 필모그래피가 차곡차곡 쌓이고 '적립'되면서 얻게되는 가치있는 말일 것이다. 이런 윤종훈이 생각하는 자신만의 매력은 무엇일까. 이에 그는 '적당한 자신감과 연기에 대한 절실함'을 꼽았다. "언뜻 한 포인트만 어긋나면 어려운 건데, 자신감이 너무 넘치면 재수없고 거만해보일 수 있잖아요? 적당한 자신감과 절실함이 공존할 때 좋은 시너지가 나는 것 같아요."
그의 연기 모토는 단순하면서도 명확하다. "이번이 마지막 작품이란 생각으로, 내일 당장 안 해도 후회하지 않을 만큼 지금 열심히 하자는 마음으로 일합니다. 아직까지는 연기로 말하고 연기로 저에 대해 알려드리고 싶은 마음이 커요."

화제를 돌려, 얼마 전 KBS2 예능프로그램 '해피투게더3'에 출연해 "짝사랑하는 상대가 있다"라고 깜짝 고백해 화제를 모았던 바다. "국민 짝사랑남이 됐다. 이제 실제로 고백은 했나"란 질문에 "연애라는 것이, 두 사람이 좋아함의 크기가 다르면 공평하지 않은 느낌이 크다. 서로 끌림에 의해 자연스럽게 사랑의 사이로 발전하는 것이 가장 건강한 관계인 것 같다. 상대방이 내게 마음이 전혀 없으면 고백하진 않을 것 같다. 뭔가 느껴질 때 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열정적이고 저돌적인 면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인터뷰 현장에 애완견을 돌봐줄 사람이 없다며 직접 데리고 오는 세심하고 따뜻한 면모와 취미가 서예라는 반전 매력이 존재하는 윤종훈. 마지막으로 그는 자신을 잊지않고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이런 메시지를 남겼다.
"팬분들께는 언제나 죄송하고 감사해요. 제 팬카페에 가입하고 계신 분들에게 정말 자랑스러운 배우가 되고 싶은데 아직 그러지 못한 것 같아서요. 한 작품을 책임질 수 있는 배우로 성장할 것이고 열심히 해 보겠습니다. 그 길을 같이 가 봐요. 현장에 커피차도 보내주시고 하시면 너무 죄송하면서도 고마워요. 제가 마음 뿐 아니라 물질적으로도 갚아드리고 싶어요." /ny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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