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에 이어) 배우 김해숙이 "어제 영화를 보니 스스로 만족하는 느낌은 안 들었고 무언가 부족하고 아쉬운 느낌이 먼저였다. 저 뿐만이 아닌 모든 배우들이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거 같더라"라고 말문을 열었다.
김해숙은 8일 오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아직도 내 연기에 만족을 못 한다. 이는 모든 배우들의 숙명인 거 같다. 자신의 연기에 만족하는 배우는 없는 거 같다"라며 이 같이 밝혔다.
이달 27일 개봉하는 '허스토리'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23번의 재판, 10명의 원고단, 13명의 변호인들이 일본 시모노세키와 한국 부산을 오가며 일 재판부에 당당하게 맞선 이야기를 담았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그들을 위해 함께 싸웠던 사람들의 뜨거운 열정을 그린 것이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 배정길을 연기한 김해숙은 이날 "사실 처음에 작품 출연 제안을 받고 두려웠다. 대리로라도 경험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떤 느낌일까, 뭘까, 싶었고 심지어 너무 걱정했다. 거창한 얘기 같지만, 여러 가지 생각이 들 정도로 무서웠다"라고 촬영 전 걱정이 많았음을 전했다.
이어 그는 “사실 시나리오를 읽으며 관부재판에 대해 처음 알았다. 위안부 피해자들의 역사에 대해 알고는 있었지만 너무도 대충 알고 있었던 거 같다. 나 조차 그 분들의 상처를 피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싶었다. 저도 같은 여자로서, 치유할 수 없는 상처와 아픔을 딛고, 어떻게 자신의 상처를 숨기고 살아갈 수 있나 싶었다. (배정길이) 주변의 시선을 우려해 숨기고 싶을 텐데 재판을 했다는 사실에 놀랐다. 저 뿐만이 아닌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랐다”라고 출연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영화에서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증거가 없다고 발뺌하는 일본 정부 앞에 할머니들은 흉터투성이인 맨몸을 드러내며 내가 곧 증거이자 증인이라고 말한다.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면 분노와 슬픔, 미안함 등 여러 감정이 교차한다. 마음의 준비를 해도 흐르는 눈물을 막을 수 없다. 김해숙을 비롯해 예수정, 문숙, 이용녀 등이 피해자 할머니 역할을 두말할 필요 없는 연기로 소화한 덕분이리라. 이들의 연기에 감동이 배가됐다.
어제(7일) 열린 언론배급시사회에서 민규동 감독은 위안부 문제를 민족 전체의 큰 상처로 환원하는 경우가 많은데 상징적인 존재가 아닌 한 명의 여성이자 인간으로서 할머니들의 아픔을 다루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에 김해숙은 “민규동 감독님이 오랜 시간 전부터 이 영화를 준비하고 있으셨다. 저도 그 뜻에 참여하고 싶었다. 지금도 현재 진행형인 아픔이다. 관부재판을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라며 “좌절하거나 지금의 현 위치에서 분하거나 힘든 일을 겪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나이에 관계없이, 우리 역사에 이처럼 중요한 일이 있었구나라는 생각을 하셨으면 좋겠다. 대부분 돌아가셨지만 우리의 이야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그 분들의 상처를 조금이라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인터뷰③에서 이어집니다)/ purplish@osen.co.kr
[사진]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