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녀'가 그동안 한국에 없었던 여성 캐릭터의 새 지평을 여는 작품이 될 수 있을까.
8일 오전 서울 CGV 압구정에서는 영화 '마녀'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연출을 맡은 박훈정 감독, 김다미, 조민수, 박희순, 최우식 등이 참석했다.


'마녀'는 여성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다. 1500대1의 경쟁률을 뚫은 신예 김다미가 주인공으로 나섰고, 4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조민수가 파격적인 변신을 감행했다.
극 중 김다미는 기억을 잃은 고등학생 자윤 역을 맡았다. 어릴 적 시설에서 일어난 사고로부터 탈출한 후 기억을 잃은 채 평범하게 살아가던 중 의문의 인물들이 나타나며 점차 모든 것이 뒤바뀌는 캐릭터다. 김다미는 15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발탁된 신예다. 새로운 얼굴이 필요했던 제작진은 3차 오디션에 걸쳐 신인 김다미를 찾아냈다.
박훈정 감독은 "김다미는 전작이 거의 없는 배우다. 연출부 오디션을 보고, 그 자료를 모아 선별해서 직접 만나는 오디션을 봤다. 촬영을 앞두고 배우가 없어서 초조했다. 결국에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나 싶었는데, 김다미를 봤다. 보자마자 자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됐다. 같이하자'고 통보를 했는데 반응이 미지근했다. '하기 싫은가?' 싶어서 물어봤는데, 시나리오 괜찮다고 하더라"며 오디션 과정을 공개했다.

생애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나온 김다미는 "지금 굉장히 떨리고, 모든 분들이 열심히 준비한만큼 영화를 많이 기대해주시면 좋겠다. 사실 오디션에서 뽑히고 얼떨떨하고 행복한 마음이 컸다. '어떻게 이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까?'에 대한 부담감도 컸다. 힘들었던 점은 자윤이가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살아오고 있었는데, 과거를 아는 인물들을 만나면서 겪는 자윤의 입장이나 생각을 고민했다. 그 부분을 어떻게 표현할까 많이 생각하면서 연기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관능의 법칙' 이후 4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하는 조민수는 자윤이 잃어버린 과거 기억을 모두 알고 있는 닥터 백을 연기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몰아붙이는 저돌적인 성격에 비밀스러운 목적으로 자윤의 기억을 되돌리려는 인물이다. 헤어스타일과 의상 등 외형부터 냉철하고 저돌적인 캐릭터로 변신해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조민수는 "박훈정 감독님한테 시나리오를 받을 때 좋았던 이유는 닥터 백이 원래 남자한테 주려고 했는데, 제작 회의를 통해 여자로 바뀌었다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선택돼서 기분이 좋았고, 고마웠다. 감독님한테 남자의 화법을 바꾸지 말라고 했다. 지금 기대되고 긴장되고 떨린다. 뭔가 다른 캐릭터를 만들고 난 뒤, 어떤 반응이 올까 기대된다"며 설레는 마음을 드러냈다.
이어 "연기하면서 모든 부분이 고민이었다. 그런데 그 고민하는 과정도 재미였다. 솔직히 박훈정 감독한테 고맙다. 남자 캐릭터를 조민수한테 던져 줄 때 의심했을 텐데, 과감하게 결정해주셨다. 난 모든 게 재밌었고, 아직도 설렌다"며 고마움을 내비쳤다.

한국을 비롯해 해외에서도 여성 캐릭터가 주체적으로 활약하는 작품이 적은 편이다. 특히 우리나라 상업 영화는 남자 배우 위주로 돌아가 더욱 설자리가 부족한 게 사실이다.
여배우 캐릭터가 적은 것과 관련해 조민수는 "여자 연기자의 역할이 없다고 할 때 고민을 해본다. 동료 여자 배우들과 '어떤 걸로 관객들을 흔들어 놓을까' 고민한다. 내 작은 욕심은 이게 각인이 돼 '이런 캐릭터도 여자한테 가도 무리가 없겠구나' 느껴진다면 행복할 것 같다. 나름대로 작은 소명같은 것도 갖게 된다"고 털어놨다.
이번에 박훈정 감독과의 작업이 만족스러웠던 조민수는 "박훈정 감독이 직접 글을 쓰기 때문에 얘기를 통해 그 캐릭터에 더 깊이 들어갈 수 있었다. 현장 자체가 설레게 했다. 이 설렘이 다른 분한테도 전달되면 좋겠다"며 미소를 보였다.
박훈정은 작가 출신 영화 감독으로 2010년 '부당거래' '악마를 보았다' 등 강렬한 각본으로 주목을 받았다. 2013년 최민식, 황정민, 이정재 주연 '신세계'로 누아르 장르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얻었고, 이 외에도 '혈투'(2011), '대호'(2015), '브이아이피'(2017) 등을 연출했다.

박훈정 감독은 "원래 '마녀'는 '신세계' 끝나고 다음 작품으로 준비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대호'를 하게 돼 순서가 뒤로 밀렸다. 이 작품은 오래 전부터 고민하고 생각하던 게 있었다. 인간이 악하게 태어나서 선하게 변해가는 지, 아니면 인간이 선하게 태어나서 악하게 변해가는 지 궁금했다. 인간이 뭔가 결정돼서 태어났다고 할 때, 인간은 그것에 맞춰서 하는 건가 싶었다. 거기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돼 시나리오를 썼다"며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마녀'는 개봉 전 기획 단계를 거쳐 시나리오가 퍼지면서 '한국판 공각기동대', 김옥빈 주연 '악녀'와 비슷하다는 등의 얘기도 나왔다.
이에 대해 박훈정 감독은 "여성 액션 영화로 주목했다기 보다는, 그런 스토리를 하고 싶었고, 주인공으로 적합한 인물을 만들다보니 여학생 캐릭터가 나오게 됐다. '한국판 공각기동대'라는 것에 대해 스토리 라인이나 이런 부분은 차이점이 있다. 그리고 나도 '악녀'를 재밌게 봤는데, 말그대로 그 작품은 여성 액션 영화다. 우리 영화는 완전히 액션 영화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답했다.
이어 "'마녀'가 너무 액션 영화로 보이는 건 부담스럽다. 내 영화 속 액션은 서사를 풀어가는 도구라고 생각한다. 가장 좋은 액션신은 서사에 맞는 액션이라고 느낀다. 그래서 작품과 결이 맞는 액션이 좋다. 그것에 대해서 무술팀한테 주문을 했다. 튀지 않고, 자연스럽게, 작품과 맞게 액션을 설계하려고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닥터 백의 지시로 자윤을 쫓는 미스터 최를 맡은 박희순, 자윤 앞에 나타나는 의문의 남자 귀공자를 연기한 최우식도 '마녀'의 여성 캐릭터를 기대해 달라고 입을 모았다.
박희순은 "'마녀'는 여성 캐릭터의 향연이고, 여인천하라고 할 수 있다. 김다미가 공식석상에 처음 나와서 긴장하고 있는데, 영화에서는 180도 다른 멋진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단언컨대 올해의 신인이다"며 본편을 기대케 했다.
한편, '마녀'는 시설에서 수많은 이들이 죽은 의문의 사고, 그날 밤 홀로 탈출한 후 모든 기억을 잃고 살아온 고등학생 자윤 앞에 의문의 인물이 나타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액션이다. 신예 김다미, 탄탄한 연기력과 카리스마를 지닌 조민수와 박희순, 충무로 대세 최우식 등을 토대로 긴장감 넘치는 전개, 감각적인 액션 볼거리를 선사할 예정이다. 오는 27일 개봉./hsjssu@osen.co.kr
[사진]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