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NO"..'살아남은아이' 최무성X김여진이 그린 상처와 위로(종합)[Oh!쎈 현장]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8.08.23 17: 02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부모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그렸지만 영화 ‘살아남은 아이’(감독 신동석)는 4·16 세월호 참사를 모티프로 삼은 작품은 아니다. 이 영화는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을 바탕으로 가족을 잃은 아픔, 그 안에서 상처를 받아들이며 이겨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표현했다. 인물들의 감정선과 관계의 변화라는 두 축으로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23일 오후 서울 용산 CGV에서 ‘살아남은 아이’(감독 신동석, 배급 CGV아트하우스, 제작 아토ATO)의 언론배급시사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아들을 잃은 아버지 성철 역의 최무성, 어머니 미숙 역의 김여진, 죽은 아들 은찬의 친구 기현 역의 성유빈이 참석했다.
‘살아남은 아이’는 은찬이 죽고 대신 살아남은 아이의 친구 기현과 은찬의 부모가 만나 점점 가까워지며, 상실감을 견디던 어느 날 아들의 죽음에 대한 비밀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신동석 감독은 이날 “이야기가 공감의 힘을 전파하는 동시에 상처를 가진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기를 원했다”며 “사별이란 비극적인 고통의 강도에 비해, 사회적인 제도와 통념이 보여주는 인식과 위로가 미천하다. 부족한 공감 능력은 때로 상처를 덧나게 하기도 한다”고 기획의도를 전했다.
‘살아남은 아이’는 68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받았고, 20회 우디네 극동영화제에서 화이트 멀베리상을, 22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국제영화평론가협회상을, 43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국내외 영화제들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신동석 감독은 “‘살아남은 아이’라고 제목을 지은 이유는 부부의 아들이 구한 기현을 '살아남은 아이'로 표현한 것도 있고, 마지막에 보면 기현이 살아남기 위해 어떤 선택을 했는지를 말할 수 있는 의미라서 좋은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작품을 설명했다.
이날 ‘세월호 참사’를 떠오른다는 말에 신 감독은 “세월호를 생각하지 못하고 시나리오를 썼다. 우리나라에서 자식을 잃은 부모가 억울한 위치에 놓인 일들이 있었지 않았나. 그런 모습을 접했을 때 사회적으로, 국가적으로 책임지지 않는 모습에 실망했고 그런 것들이 이 시나리오의 밑바탕이 됐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영화를 보여드렸을 때 세월호 참사를 말씀하셔서 내가 다른 사람의 고통을 이용해서 적나라하게 표현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들에게 작은 위로를 전하려면 조심하면서 찍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김여진 배우와 미팅을 했을 때도 '부부가 유가족이라는 인물로 대상화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는데 저 역시 그 부분에 동의했다. 그래서 더 많이 생각했고 상처를 드리지 않기 위해 조심했다”고 말했다.
이날 최무성은 “성유빈과 네 번이나 작품에서 만났다. 무슨 인연이 있는지 모르겠다(웃음).어릴 때부터 봤지만 성유빈은 해석력이 뛰어난 배우”라며 “연기를 할 때 처음 연기 톤을 잡는 게 어려운데, 제가 생각했던 극중 기현과 성유빈이 참 똑같다고 생각했다. 김여진씨 만큼이나 연기하기 편안해서 힘든 내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호흡을 맞추는 데 좋았던 거 같다”고 김여진, 성유빈과 연기호흡을 맞춘 소감을 전했다.
김여진은 “사실 저는 작품 제목만 보고 안 하고 싶었다. ‘살아남은 아이’가 있다는 것은 반대로 살아남지 못한 아이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김여진은 “하지만 시나리오를 봤는데 이야기가 참 좋았고 갑자기 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 잘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고 참여를 결정한 이유를 밝혔다.
이어 “예전에 ‘박하사탕’을 찍었을 때 (영화와 캐릭터가)개인적인 제 인생에 침범을 많이 해서 힘들었다. 하지만 나이를 먹고 단단해졌고, 작품을 한층 더 깊게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작품을 하고도 잘 살아갈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했다"며 "많은 분들에게 말이 아닌, 연기로 그 슬픔을 고스란히 전달해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절대 잊지 못할 작품이 될 것 같다”는 소감을 남겼다.
기현 역의 성유빈은 “감독님이 저를 캐스팅해주신 게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껏 만난 작품 중에 가장 큰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이 에너지를 관객들과 함께 느낄 수 있길 바란다. 여운이 많이 남는 영화라고 생각한다”는 소감을 전했다.
극중 18세 기현과 같은 나이에 작품을 소화한 그는 “저는 기현이 고등학생이라 반항심이 있는 캐릭터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순수함이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며 “상처와 아픔이 많지만 생각이 깊은 인물이라고 해석했다”고 말했다. 성유빈이 연기한 기현은 성철(최무성 분)-미숙(김여진 분) 부부의 아들 은찬이 자신의 목숨을 희생하며 구해준 아이로 그려진다.
그러면서 성유빈은 자신만이 해석한 방향을 추가적으로 전했다. “제가 느끼기에 (기현)캐릭터가 애매한 것 같기도 했다. 그래서 촬영 전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감독님이 제 의견을 크게 존중해주셔서 제 생각에 맞춰서 캐릭터를 준비한 거 같다. 도움을 많이 받았다”라고 감독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신 감독은 시나리오를 처음 썼을 때부터 최무성, 김여진, 성유빈을 '1순위 배우'로 생각했는데, 캐스팅 꿈이 이뤄져 행복했다고 밝혔다. 
신동석 감독은 “(세월호 참사)전부터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참고를 했던 것은 아니다. 세월호 참사 이전에도 자식을 잃은 부모 이야기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내놓고 보니 '세월호 참사가 떠오를 수 있겠다' 싶다. 하지만 그것을 상업적으로 이용하지 않고, 아픔을 겪으신 분들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도 않다”라고 다시 한 번 연출 방향을 밝혔다.
최무성은 이어 “자식을 잃은 고통은 인간이 겪는 고통 중 가장 큰 아픔이다. 이걸 연기로 표현할 순 없겠다는 생각이었다. 제 연기를 본 관객들이 마음껏 상상할 수 있도록 두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 (촬영 전)어떤 준비를 하진 않았고 처음에 생각했던 성철의 마음으로 가자고 밀고 나갔다”고 말했다.
개봉은 8월 30일./ purplish@osen.co.kr
[사진] 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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