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연 "라이프'로 새로운 세계 경험..뽀글머리까지 좋았다"[인터뷰]
OSEN 박진영 기자
발행 2018.09.20 16: 14

지금껏 본 적 없는 의학 드라마를 완성, 시종일관 강렬함을 선사했던 '라이프' 속 유난히 눈길을 끄는 배우가 있었다. 뽀글거리는 긴 머리카락을 질끈 묶고 시크한 매력을 뿜어내던 응급실 치프. 바로 배우 박지연이다. 뮤지컬 좀 본다는 이들에겐 이미 너무나 유명한 베테랑 뮤지컬 배우를 드라마에서, 그것도 '라이프'에서 보다니. 뭔가 횡재한 기분이다. 
박지연은 최근 종영된 JTBC 드라마 '라이프'에서 응급실 치프 이소정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분량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예진우(이동욱 분)의 옆에서 극적 몰입도와 현실감을 높이는 역할을 제대로 소화해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라이프' 종영 후 만난 박지연은 "촬영 끝낸 뒤 많이 쉬었다. 집순이여서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이제 뮤지컬 연습에 들어간다"고 근황을 전했다. 

예진우가 실력을 믿는 동료 중 한 명이었던 이소정은 잘못된 행동에 대한 일침을 날리고, 변해가는 병원의 현실에 후배들을 걱정하면서도 똑 부러지는 성격으로 선후배 간의 중간 다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진우의 의중을 빠르게 파악하고, 후배의 실수를 단박에 캐치해 내는 등 짧은 장면에서도 남다른 존재감을 발휘해냈다. 
"공부가 많이 됐고 재미있었다"라고 운을 뗀 박지연은 "쉽게 할 수 없는 경험을 했다. 세트가 병원 같다. 응급실 촬영은 거의 몰아서 찍는다. 아침부터 밤까지 제 신이 없어도 대기를 하면서 연기를 했는데, 병원의 일부가 된 것 같았다"고 지난 날을 회상했다. 이어 "촬영 전 의사 선생님에게 시술 몇가지를 배웠다. 더미에 봉합하는 것, 인투베이션, 엠부 짜는 법 등 의사 선생님이 작은 것까지 많이 조언을 해주셨다. 연기 적인 것 외에도 새로운 세계를 경험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대본에 있는 시술 정도를 직접 가르쳐 주셨다. 심폐소생술도 배웠다. 더미 작업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정말 리얼하더라. 여러가지 새로운 경험을 많이 했다. 또 촬영 현장 속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작업을 하는 것 역시 새로운 환경이라 좋았다."
박지연은 이번 '라이프' 촬영 중 쫀쫀한 팀워크를 느꼈다고 강조했다. 같이 기다리는 시간이 많았을 뿐만 아니라 시술 등을 합심해서 해야 한다는 점에서 단합이 정말 잘됐다는 것. 박지연은 "119 구조대에서 베드로 옮기는 것도 연습을 하지 않아도 합이 잘 맞았다. 간호사 쌤들과도 말 없이 척척 해냈다"며 "나중엔 우리끼리 '응급 환자 안 들어오냐'는 말을 하면서 끝을 냈던 기억이 있다. 그 정도로 합이 잘 맞았고 많이 가까워졌다"라고 설명했다. 
평소 TV를 잘 보진 않지만, 이수연 작가에 대한 명성은 잘 알고 있었다는 박지연은 "'비밀의 숲'을 가끔 영상으로 보거나 했는데, 정말 좋은 대사들이 많이 나오더라. 기대를 정말 많이 했다. 그러다 '라이프' 오디션을 봤다. 시놉시스 상에는 치프 역할이 자세히 설명이 되어 있진 않았다. 그래서 촬영 전에 고민이 많았다"고 치프 이소정을 만나고 완성하기까지의 과정을 언급했다. 
"3회에 보면 진우에게 속마음을 얘기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 때 캐릭터가 잡혔다. 분량이 많은 건 아니지만 자신의 소신을 말할 수 있는 친구다. 선배들이 있기 때문에 앞서서 말할 수는 없지만, 응급실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의사로서도 순수함이 많은 인물이다."
이소정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헤어스타일이다. 이를 언급하자 박지연은 "비주얼 적으로 고민을 했다. 잠깐이기는 하지만, 너무 무난하면 아쉬울 것 같았다. 분장팀에서 콘셉트를 주셨는데, 캐릭터와 잘 맞아떨어진 것 같아서 좋았다. 다크서클에 머리까지, 찌들어 있는 모습이 오히려 좋았다.  오랜 시간 한 곳에 있고 대기도 길다 보니 힘들긴 했지만, 참 마음에 들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실수를 한 후배에게 낮게 깔린 목소리로 차분하지만 냉정하게 혼을 내는 장면 역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에 대해 박지연은 "진우 선배가 그렇게 혼냈을 것 같았다. 물은 아래로 흐른다고, 그렇게 혼내는 방식이 대물림이 된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큰 어려움은 없었다"라고 자신만의 해석법을 전했다. 
그렇다면 선배 박지연은 어떨까. 박지연은 "실제로는 개인적이라 (후배에게) 터치를 안 한다. 공연을 할 때는 혼자 있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동생들과도 친구처럼 지낸다. 친구 중에는 동갑보다는 나이 어린 동생들이 더 많다. 작품을 많이 했다고 해서 훌륭하다거나 연기를 잘 해서 잘 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다 친구인 것 같다. 큰 소리를 낸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언급했듯 박지연은 이미 뮤지컬 무대에서 탄탄한 연기력으로 많은 뮤지컬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경력 9년차 배우다. 2010년 '맘마미아'를 시작으로 '레미제라블', '고스트', '원스' 등 다양한 무대에서 활약해왔으며 '제7회 더 뮤지컬 어워즈'와 '제19회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신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등장부터 찬란했던 박지연은 뮤지컬계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급속도로 성장했다. 워낙 노래와 연기 실력, 딕션까지 좋았다 보니 박지연은 어느 새 '믿고 보는 배우'로 우뚝 서 있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쉬웠던 것만은 아니었다. 박지연은 "선배들에게 욕도 많이 듣고 혼도 많이 나서 눈물을 많이 흘렸다. 신인 때는 어렸고 모르는 것도 많아서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막내 시절에는 이해 안 되는 것이 많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득이 됐고, 공동체 작업을 할 때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9년차 배우로서 달라진 마음가짐을 전했다. 
'라이프' 촬영 첫 날 마침 생일이었다는 박지연은 "이동욱 선배님이 케이크를 준비해주셨다. 첫 촬영이라 긴장하고 주눅들 수 있었는데 그 덕분에 힘이 많이 됐고 행복했다. 이동욱 선배님은 정말 다정하시다"라고 이동욱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또 "조승우 선배님과는 뮤지컬 작업을 같이 해보진 못했었다. 그런데 대본 리딩 때 저에게 먼저 말을 걸어주셨다"며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두 사람 외에도 박지연은 함께 드라마를 촬영했던 배우들 뿐만 아니라 현장 스태프들에게도 애정 어린 마음을 고백하며 밝게 웃었다. 
1분도 나오진 않지만, 3~5시간 넘게 촬영을 했던 장면들이 안 나와서 아쉽기도 했다는 박지연은 "제가 엠부 요정이었다"라고 농담을 해 모두를 웃게 했다. 그러면서 "새로웠던 것은 촬영장 외에서 사회문제에 대해 얘기를 하는 것이 좋았다. 저희가 간접으로 같이 분노하고 경험했기 때문에 그런 얘기가 불꽃이 튀더라"라며 "지금까지 개인적으로 몰랐던 부분을 다시 생각할 수 있게 해줬고, 뉴스나 기사를 봤을 때 대중으로서 내가 어떤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사고를 넓혀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경험을 하면 생각의 문이 넓어진다. 고민했던 것들이 시간이 지나고, 경험을 하다 보니 해결이 되더라. 그런 점에 있어서 '라이프' 출연도 참 좋았다"라고 스스로 느낀 '라이프'의 의미와 영향력을 전했다. 
'라이프'를 무사히 마친 박지연은 이제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으로 관객들을 만날 준비를 한다. 1년만에 서는 뮤지컬 무대라 더욱 긴장이 된다는 박지연은 "시간이 지나면서 담담해지는 것도 있지만, 너무 떨리고 무서워지는 것도 있다. 드라마 촬영보다 공연할 때가 더 떨리고, 갈수록 긴장이 많이 되는 것 같다. 편차가 크다. 배우 생활이라는 것이 그런 두려운 마음과 싸워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대사 틀리는 꿈, 의상이 잘못되는 꿈, 무대에 올라가지 못하는 꿈, 관객들이 다 나가버리는 꿈을 정말 자주 꾼다. 정말 고통스럽지만,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두렵기는 하지만, 제가 느끼는 감정들을 거부하고 싶지 않다."
늘 미리 정해놓은 계획 속에서 움직였다는 박지연은 올해부터 정해지지 않은 채 살아가는 것에 대한 재미를 느끼고 있다고 한다. '라이프' 역시 미리 정해지지 않은, 뜻밖의 행운이었다는 것. 그렇기에 지금은 "하기 싫은 게 없는" 상태라고 한다.
"항상 내 눈 앞에 있는 것을 해왔고 잘해내면 좋은 일이 생기더라. '라이프'도 그런 것 같다. 눈 앞에 있는 일을 잘 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것 같다. 저는 사실 멀리 보는 눈이 있지 않다. 있을 때 다 쓰자는 마인드라, 마일리지도 바로바로 다 써버린다. 연기적으로도 내 앞에 있는 대본에 충실하고 잘 해내면 그게 최선이자 최고인 것 같다." /parkjy@osen.co.kr
[사진]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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