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의 인디살롱] 故이말씨, 마호가니킹 최고의 앨범을 남겨두고 가다
OSEN 김관명 기자
발행 2018.11.10 19: 29

[OSEN=김관명기자] 어쩌면 이런 것도 인생의 아이러니인지 모르겠다. 뒤늦게 접한 올해 최고의 앨범이 지난 3월 세상을 떠난 이말씨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것은. 10월8일 나온 마호가니킹의 정규 3집 ‘about me, malc’는 단언컨대, 마호가니킹 최고의 앨범, 아니 올해 나온 인디신 최고의 앨범이다. 이말씨 빈 자리가 더욱 허전할 수밖에 없는 마호가니킹의 두 멤버, 제이신(사진 왼쪽)과 홍아라를 [3시의 인디살롱]에서 만났다. 
마호가니킹은 2003년 12월 인터넷으로 한 회 공연을 하기 위해 8인조로 결성됐다. 이듬해 3명(이말씨 홍아라 문득)만 남아서 카피곡 위주로 활동하다가 이말씨가 2006년 12월 전격 군입대, 공백기를 가졌다. 2010년 CJ아지트 튠업 2기 우승으로 존재감을 과시했고, 앨범 한 장 없이 입소문만으로 2011년 1월 퀸시 존스 내한 축하공연 무대에 섰다. 이해 7월 김광석 다시 듣기 앨범에 마호가니킹 버전의 ‘먼지가 되어’가 실렸다. 
마호가니킹의 음반 데뷔는 2011년 4월22일 나온 싱글 ‘To Yibam’. 이어 9월6일에는 정규 1집 ‘이말씨 아라 문득’이 나왔고, 이후 윤희정과 친구들 등에서 활약하던 재야의 보컬 고수 제이신(신정훈)이 합류해 2013년 10월18일 2집 ‘Memorandum’을 발매했다. 그리고 2018년 3월13일, 정규 3집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던 그때 팀의 리더였던 이말씨가 뇌출혈로 사망했다. 

이어 6월21일 ‘바빠야’, 7월18일 ‘니네 엄마’, 8월13일 ‘센 언니가 온다’, 9월10일 ‘Baby I’ 등 선공개 싱글 4곡에 이어 마침내 10월8일 이말씨의 유작이 된 3집 ‘선(about me, malc)’가 나왔다. ‘선’은 고 이말씨의 본명인 ‘이한선’에서 따왔다. 당초 3집은 이말씨가 제이신을 위한 컨셉트 앨범 ‘about me, J’로 준비했으나 그가 사망한 후 제이신은 앨범명을 ‘선(about me, malc)’으로 바꿔 발매했다.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친구 이한선의 이야기라는 설명이다. 
= 이말씨가 없어서 인터뷰가 아무래도 처질 것 같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 최고의 인터뷰를 하자.
(마호가니킹) “좋다.”
= 이번 3집 크레딧에는 문득(진문식) 이름이 없다. 
(제이신) “이번 앨범은 이말씨가 저와 아라만 데리고 만들었다.”
(홍아라) “오빠(이말씨)가 송용창과 협업하고 싶어서 곡을 받았는데, 곡 성향이 제이신에 맞을 것 같아서 오빠(제이신) 위주의 앨범이 됐다. 저랑도 나중에 따로 앨범을 내기로 했었다.”(재즈 뮤지션 송용창은 2015년 7월21일 발매된 마호가니킹의 싱글 ‘운명’부터 이들과 함께 해오고 있다)
(제이신) “이번 앨범은 제 목소리 위주로 녹음했다. 그래서 당초 앨범 제목도 ‘about me, J’였다. 2집에 있던 곡이기도 하고.” 
= 제이신은 어떻게 해서 마호가니킹 2집부터 합류하게 됐나. 
(제이신) “이말씨는 고3 때 같은 반 친구다. 팝부터 샹송까지 이것저것 듣던 이말씨는 완전 음악 마니아였고, 저한테는 팝의 길을 알려준 친구였다. 마호가니킹의 공연 무대에 서다가 자연스럽게 2집 때부터 합류했다. 이말씨는 저랑도 아라와도 잘 맞았다.”
(홍아라) “저는 재즈를 좋아했는데 오빠(이말씨)가 소울의 문을 열어줬다. 오빠와 나의 교집합이었던 것 같다.”
= 이말씨라는 예명을 홍아라씨가 지었다고 한다. 
(홍아라) “오빠가 예명이 있으면 좋겠다고 해서, ‘이말씨’로 지었다. 그 오빠 말이 자주 씨가 되는 경우가 많아서였다. 본인은 자신의 말솜씨가 좋아서 그렇게 지은 것으로 알았다(웃음).”
(제이신) “지금까지 공연 준비나 보도자료 돌리는 것 모두 그 친구가 다 했다. 공연 따오고, 사람 만나고, 음원 올리고 하는 것 모두. 같이 살았으니까 잘 안다.”
(홍아라) “이번 앨범에 대한 사명감이 커서 그랬는지 오빠가 (제작비 마련을 위해) 밤에 알바까지 했다. 이 사실도 나중에 안 것이어서 너무 속상하고 안타깝다.”
= 앨범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해보자. 올해 들은 최고의 앨범이다. 곡마다 다른 느낌이 좋았고, 특히 제이신씨의 목소리와 창법에 반했다. 앨범 재킷 설명부터.
(홍아라) “디자인은 두 오빠와 20년지기 친구인 박준식씨가 했다. 재킷은 ‘선’이라는 글자이고, CD에 그려진 작은 얼굴들은 이말씨다. 이말씨가 뚱뚱해서 이런 디자인이 나온 것 같다. 폰트 이름도 ‘fat’(뚱뚱한)이라고 한다. CD 속지를 펴보면 팻 폰트로 ‘ABOUT ME’라고 씌어있다.”
= 그냥 첫 곡부터 전부 코멘터리를 해달라.
#. 3집에는 니네 엄마, 바빠야, Baby I, 정말 예뻐, 착한 눈썹 좋아요, Rose, 이쁘니까 말렸어, 센 언니가 온다, 서울에 꽃 피었다, The Christmas Song, 시작에 관한 이야기 등 11곡이 실렸다. 타이틀곡은 ‘Baby I’와 ‘정말 예뻐’.
‘니네 엄마’(이말씨 작사, 송용창 작곡) = 이말씨가 자기 엄마에 대해 쓴 곡이다(제이신). 사실, 이말씨는 엄마한테 불효자였다. 엄마에 대한 애틋함은 있는데 명절에나 전화하고(홍아라). 사모곡 치고는 독특한 곡이다(제이신). 오빠가 소울에다 일렉트로닉을 접목시켜 좀더 트렌드에 맞는 곡으로 만든 것 같다(홍아라). 1집은 올드 스쿨의 밴드 곡이었는데, 3집은 너무 트렌디하지 않으면서 그 분위기에서 벗어나고 싶어했다(제이신).
‘바빠야’(이말씨 작사, 송용창 제이신 작곡) = 제가 좋아하는 가스펠풍 분위기의 곡이다. 저도 가끔 일상에 찌들어서 집에 들어가면 이 곡으로 힐링된다. 바쁘게, 그리고 나쁘게 살아야 돈을 버는 (우리네) 모습에 씁쓸함을 느꼈다고 한다. 착한 사람이 상처받기 마련이지만 그건 네 잘못이 아니라고 위로하는 곡이다(제이신). 오빠가 자기 얘기라고 했다(홍아라).
= ‘바빠야’를 들어보면 정말 편하게 부른다. 홍아라씨와 듀엣 호흡도 좋았다. 
(제이신) “정말 힘들게 불렀다(웃음).”
= 이 곡 피아노는 멜로망스의 정동환씨가 쳤다. 어떤 인연이 있나. 
(제이신) “저희가 튠업 출신인데, 정동환씨도 튠업 출신이다. 이말씨가 개인적으로 알고 있더라.”
‘Baby I’(이말씨 작사, 제이신 작곡) = 상실에 관한 이야기다. 이말씨가 세월호 사태 그 즈음에서 썼던 것 같다. 상실한 사람들을 위로하는 노래다(제이신). 펜타토닉(5음 음계)이라고 흑인음악에서 많이 쓰는 멜로디다. 흑인 그루브는 있으면서 국악과도 조금 비슷한 느낌이 있다(홍아라).
#, Baby I 가사 = 바람이 또 불어오면 눈물이 더 흘러서 난 그늘 진 나무 아래서 외롭지 않게 옷깃을 여미네 / 봉숭아 물들이던 그 자린 사라져버리고 하루가 너무 길었던건지 한숨만 / Baby I Baby I Baby I Baby I / Baby I need you, babe / 진달래 소복해질 때 너의 웃음 소린 시들지 않는 꽃 바람에 흔들려 나 나비처럼 다가가지 못하네 /Baby I Baby I Baby I / 아무리 불러도 오지 않아 바람이 또 불어오면 눈물이 더 흘러서 난
= ‘Baby I’의 피아노는 누가 쳤나. 
(제이신) “제이슨 왭(Jason Webb)이다. 헤드폰으로 들으면 정말 좋다. 제 목소리가 피아노를 방해하는 느낌이다. 오르간 소리도 제이슨이 다 한 것이다. 제이슨 왭이 대단한 것이 스카이프로 보면서 원격으로 피아노 파트를 완성했다. 월드클래스라 다르긴 다르더라. 손 푼다고 탕 치는데 소름부터 돋았다. 제이슨 왭은 제가 원하는 컬러를 딱 지키면서도 연주를 너무 잘했다. 감동받았다.”
(홍아라) “완전 여심 저격곡이다.”
‘정말 예뻐’(이말씨 작사, 제이신 작곡) = 어쿠스틱하고 따뜻한 곡이다(홍아라). 후렴구가 단순하고 밝은 곡을 좋아하는데, 이말씨가 보는 상태에서 멜로디를 만들었고 이후에 이말씨가 가사를 붙였다(제이신). 친구랑 싸우고 나서 울면서 오빠(이말씨)와 통화했는데 그 내용을 담아 가사를 만들어 보내줬다. 정말 감동받았다(홍아라). 본인도 울면서 썼다고 하더라(제이신). 그 오빠는 슬픈 영화를 보고 울 정도로 감성적이다(홍아라). 이번 앨범 곡들이 전반적으로 대중적 코드가 아닌데, 그나마 이 곡이 사람들이 쉽게 들을 수 있는 곡 같다(제이신). 
= 이 곡 뮤직비디오를 베트남 호이안에서 찍었다고 들었다. 
(홍아라) "맞다. 함께 여행 가서 찍었다."(인터뷰는 10월30일, 뮤비 공개는 11월6일이었다. 베트남 명소 호이안 거리에서 펼쳐진 이들, 고 이말씨, 제이신, 홍아라의 잔잔한 일상이 살갑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착한 눈썹 좋아요’(이말씨 제이신 작사, 송용창 작곡) = 가장 예쁘고 밝은 느낌, 알앤비 느낌의 트렌디한 곡이다. 사람들이 이 곡을 좋아하더라. 저희가 사랑 노래가 많지 않은데 이 곡은 조금 더 대중적인 코드로 사랑 이야기를 썼다(제이신). 
= ‘착한 눈썹 좋아요’의 기타는 누가 쳤나. 대단하다. 
(홍아라) “홍준호다. 완전 세련됐다. 이 곡은 편곡 후에 너무나 새끈해졌다.”  
(제이신) “홍준호씨가 페이가 센 편인데, 싸게 해주셨다. 이말씨 얘기가 기타는 무조건 홍준호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요즘에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 코러스는 홍아라씨가 한 것인가. 
(홍아라) “아니다. 제이신이 코러스까지 직접 했다.” 
‘Rose’(이말씨 작사, 송용창 제이신 작곡) = 원래 제목은 ‘어느 창녀의 이야기’였다. 이말씨가 그걸 업으로 하는 분들의 다큐를 봤는데, 그 다큐에서 영향을 받아 이런 가사를 쓴 것 같다. 그러나 제목이 너무 세고, 그런 경험을 해보지도 않았는데 그 사람들 이야기를 쓰면 실례일 수도 있을 것 같아 제목을 순화시켰다(제이신).
‘이쁘니까 말렸어’(송용창 작사작곡) = 첫 버전의 제목은 ‘발끈해’였다. 박근혜 정부 때 쓴 곡인데, 대놓고 비판하는 바람에 행사도 많이 잘렸다. 앨범 넣을 때 가사도, 제목도 바꿨다(제이신).
‘센 언니가 온다’(이말씨 작사, 송용창 작곡) = 송용창씨 얘기를 듣고 이말씨가 쓴 곡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노래가 가장 좋았다(제이신).
‘서울에 꽃 피었다’(이말씨 작사, 송용창 작곡) = 퓨전 재즈 스타일의 따뜻한 느낌의 곡이다. 어반하면서도 올드 스쿨 느낌이 난다. 이에 비해 ‘니네 엄마’, ‘착한 눈썹 좋아요’, ‘이쁘니까 말렸어’, ‘센 언니가 온다’는 일렉트로닉하면서 어반한 느낌, ‘바빠야’, ‘Baby I’ 등은 리얼 사운드 느낌이다(홍아라). 
= 트랙 순서는 어떻게 정했나. 
(홍아라) “이말씨가 순서를 계속 바꿨다. 어떻게 들어야 제대로 감상이 될까 고민을 많이 했다.”
’The Christmas Song: 오늘밤 우리의 유일함은 당신 때문입니다’(이말씨 작사, 송용창 작곡) = 전에 싱글로 발매된 ‘운명’과 비슷한 재즈 발라드 곡이다. 송용창씨는 이런 곡을 쓸 수 있는 몇 안되는 작곡가다(제이신). 
= 이 곡은 스트링 연주가 백미다.
(제이신) “(미국의 유명 엔지니어이자 아티스트인) 바비 신(Bobby Shin)이 스트링 섭외를 다 해줬다. 미국 내쉬빌 녹음은 다 이 분 덕이다. 이 분이 이말씨를 너무 예뻐해서 마치 자기 음악처럼 해주셨다.”
‘시작에 관한 이야기’(제이신 이말씨 작사, 제이신 문득 작곡) = 2015년에 발매됐던 곡이다. 이말씨가 마지막 트랙으로 꼭 집어넣고 싶어했다. 제가 가사를 쓴 유일한 곡인데, 호기심은 많은데 행동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사람들, 어쩌면 바로 제 자신에게 하는 얘기다. 시작을 두려워하지 말고 그냥 질러라, 이런 느낌(제이신). 
= 앨범이 진짜 잘 나왔다. 어느 한 곡 버릴 게 없다. 
(홍아라) “지금 천추의 한이 앨범 크레딧에 프로듀서 (이말씨) 이름을 빼놓은 것이다. 너무 속상하다.”
(제이신) “이말씨의 최대 무기는 음악을 정말 많이 듣기 때문에 배우지 않아도 귀에 사운드가 있다는 것이었다. 이번 앨범을 준비하는 그 친구를 보면서 존경심이 들었다.”
= 이말씨 생전에 앨범은 어디까지 완성된 상태였나. 
(홍아라) “‘정말 예뻐’, ‘Baby I’, ‘바빠야’ 3곡은 마스터링까지 끝난 상태였다. 3곡 마스터링이 끝난 후 이말씨가 전화해서는 ‘우리 노래 정말 좋아. 이제 우리가 우리 노래를 감상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오빠가 이 앨범 이후로 하고 싶은 게 많았다. 자기 앨범도 내고 싶었고, 저랑은 동요앨범도 내려 했다.”
= 올해 남은 두 달을 어떻게 보낼 생각인가. 
(홍아라) “지금까지 이말씨가 저희 매니저 역할을 다 해줬다. 이젠 이를 해줄 사람이 없다. 솔직히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요즘 트렌드에 맞춰서 SNS에 영상물을 올려 홍보하려 한다. 어쿠스틱 버전이나 밴드셋으로 라이브 영상을 만들 계획이다.”
(제이신) “그동안 이말씨가 리드해서 저희 안에 있던 것을 끄집어 내줬는데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두렵다.”
(홍아라) “하지만 이번 앨범을 마무리하면서 서로 많이 의지가 된 것 같다. 앞으로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 어떤 모습이 됐든, 어떤 곡으로 나오든, 늘 성원하겠다. 긴 인터뷰, 수고하셨다.
(마호가니킹) “함께 저희 음악 들어줘서 고맙다. 수고하셨다.”
/ kimkwmy@naver.com
사진=마호가니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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