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회 영평상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은 '1987', 남녀주연상은 이성민과 한지민, 그리고 '공작'은 3관왕을 달성했다.
13일 오후 6시 30분 서울 중구 한국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는 한국영화평론가협회가 주최하는 제38회 영평상 시상식이 개최됐다. CBS 신지혜 아나운서와 배우 김지훈이 사회를 맡았다.
최우수 작품상은 고(故) 박종철 고문치사사건과 고(故) 이한열 열사의 사망까지 6월 민주항쟁을 담은 영화 '1987'이 수상했다.


남녀주연상은 '공작'에서 북한 고위 간부 리명운을 맡아 열연한 이성민과 '미쓰백'에서 기존 청순한 이미지를 버리고 백상아로 분해 180도 변신한 한지민이 거머쥐었다.
올해 부일영화상을 시작으로 대종상, 영평상까지 남우주연상 3관왕에 오른 이성민은 "이 영화를 통해서 참 희한한 경험을 했다. 갓 50살이 넘었는데 20살이 넘어서 극단에 들어가 연기를 처음 배웠다. 시골 출신인데 영화 보는 것을 즐겼다. 어느날 배우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고, 그때 부모님의 반대로 대학을 포기하고 시골 극단에 들어갔는데 그때 상상했고, 영화의 주인공을 상상했다. 50살이 넘어서 '공작'을 통해서 내가 꿈꿔왔던 모든 것을 다 해보고 있다. 그런 기회를 만들어 준 한재덕 대표, 존경하는 윤종빈 감독님, 주변의 많은 스태프에게 감사하다. 오늘 목에 깁스하고 온 우리 지훈이, 진웅이도 고생 많았고, 고맙도 감사한 황정민 아우에게도 감사하다. 앞으로 열심히 하겠다"며 수상 소감을 말했다.
한지민은 "오늘 예쁘게 꾸미고 왔는데 권소현 씨 때문에 울다 올라왔다. 좋은 말과 과분한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며 눈물을 보였다.
눈물 때문에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한 한지민은 "이 영화가 나오기까지 어려움이 많고, 힘들었다. 개봉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이 순간도 꿈같이 다가온다. 험난한 과정을 잘 싸워서 영화를 완성해주신 감독님과 영화의 메시지 때문에 만들어져야 한다며 개런티를 낮춰서 작품에 참여해준 스태프, 내가 참여할 수 있게 에너지를 준 모든 배우분들 고맙다. 주연배우로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 오늘 권소현 씨 수상이 내 상보다 기뻤다. 그 분들께 조금이나마 보답이 되고 힘이 되지 않을까 싶고, 이제야 안도감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미쓰백'을 지켜주신 관객분들께 감사하고 싶다. 아이들에게 희망이 되면 좋겠다. 앞으로 보다 많은 여성 영화와 사회적 문제를 다룬 영화가 나오길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다. 이 상의 무게를 부당함이 아닌 또 다른 도전의 용기로 삼고 거침없이 도전하도록 하겠다"며 눈물을 흘렸다.
한지민은 영평상 여우주연상을 비롯해 최근 제4회 런던 동아시아영화제 여우주연상도 받으며 연기력을 인정 받았다.


남녀조연상은 '공작' 주지훈과 '미쓰백' 권소현이 각각 수상했다.
주지훈은 '공작'에서 북경 주재 북의 국가안전보위부 과장 정무택, 권소현은 '미쓰백'에서 딸을 학대하는 비정한 계모 주미경을 연기했다.
주지훈은 "개인적으로 영광적인 자리다. 한 영화를 만든다는 게 거의 목숨을 거는 것과 마찬가지다. 올 한해 여러 작품으로 관객을 만났는데, 함께 작업한 윤종빈 감독님 이성민 선배님, 한재덕 대표님 등과 이 자리에서 만났다. 스스로도 믿기지 않는다. 굉장히 영광이다. 앞으로도 이런 영광스러운 상을 주신 것을 잊지 않고 더욱 열심히 연기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권소현은 "안 울려고 했는데 역시 눈물이 또 난다"며 눈물을 보였다. 이어 "'마돈나'를 하고 나서 다시 이런 자리에 설 수 있을까 많이 걱정도 하고 두려웠던 배우 생활의 시간이었다. 그래서 나에게 '미쓰백'이라는 작품은 꼭 하고 싶었고, 해내야만 했기에 사랑하는 작품을 넘어서 애증의 작품이었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건, '미쓰백'의 감독과 한지민 언니가 있어서 이런 날이 온 것 같다. 그 영화를 찍을 때 모든 스태프와 배우 분들이 영화 하나만을 위한 목적 하나로 정말 열심히 만들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또, "이건 딱 하나 준비한 멘트이고 느끼할 수도 있는 멘트다. 난 자세히 봐야 조금은 예쁜 배우인 것 같다. 그런 나를 따뜻한 마음으로 자세히 봐주시고 격려해주신 평론가 분들 감사드린다. 앞으로 더 용기내서 열심히 연기해서 오래보고 사랑스러울 수 있는 배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미소를 지었다.

신인남우상은 '안시성' 남주혁, 신인여우상은 '박화영' 김가희가 각각 받았다.
남주혁은 '안시성' 속 고구려 태학도 수장 사물 역을 맡아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영화에 어울리는 안정적인 발성과 복잡한 감정을 오가는 인물의 변화무쌍한 모습을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들었다.
미완의 청춘인 사물은 남주혁을 통해 제대로 빛을 발했다. 남주혁은 극의 요소요소 사물로서 쓰임을 충실히 다했고, 영화의 재미와 감동을 배가했다.
남주혁은 "이렇게 한번 밖에 받지 못하는 특별한 신인상을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정말 많은 선배님들께서 배우라는 직업을 하면서 신인상을 특별한 상이라고 해주셨다. 그 말씀을 듣고 이 자리에 서니까 가슴 속 깊이 와닿는 것 같다. 안시성 작품에 참여하게 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하다. 작품에 임할 때 많은 선배님들과 영화를 제작하시는 모든 분께 폐 끼치지 말고 좋은 연기를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마음 먹고 들어갔더니 좋은 상까지 주셔서 예상치 못한 큰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 신인상을 주신 만큼 앞으로 더 고민하고 노력하는 배우가 되도록 고민하도록 하겠다. 감사하다"며 소감을 밝혔다.
김가희는 청소년 영화 '박화영'에서 주인공 박화영으로 분해 일부러 살을 찌우는 등 열연을 펼쳤다.
김가희는 "외면하고 싶은 영화, 외면하고 싶은 캐릭터를 연기였다. 첫 주연작이 고통스러웠는데 다행히도 박화영이라는 아이가 나한테 와서 배우로도 성장시키고, 박화영도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이어 "연기를 하는 순간부터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살면서는 그렇지 않았다. 모난 돌멩이인줄 알았는데 원석이라고 선택해주신 감독님께 감사드리고 앞으로 진정성 있게 다가가는 배우가 되도록 하겠다"며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이날 '공작'은 윤종빈 감독이 감독상, 이성민이 남우주연상, 주지훈이 남우조연상을 거머쥐면서 3관왕을 달성했다. 이어 '1987'이 최우수 작품상과 음악상을 수상하며 2관왕, '미쓰백'과 '버닝'도 2관왕의 영광을 차지했다.
또한 '소공녀' 전고운 감독은 신인 감독상을 수상했고, '신과 함께: 죄와 벌'은 기술상(시각효과, 진종현)을 차지했다.
공로영화인상은 한국영화사의 산증인 배우 윤정희가 받았다. 윤정희는 1967년 '청춘극장'으로 데뷔한 이후 1960~1970년대 한국의 대표 여배우로 활약했다. 각종 영화상을 다수 수상했으며, 2010년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에 출연해 인상 깊은 연기를 펼쳐 여전한 존재감을 보여줬다.
올해 마련된 특별상에는 '가슴에 돋는 칼로 슬픔을 자르고'(1992), '이태원 살인사건'(2009), '1급기밀'(2018)을 연출해 자신만의 영화세계를 구축했던 고 (故) 홍기선 감독(1957~2016)을 수상자로 선정했다. 독립영화 1세대인 고 홍기선 감독은 영화운동 단체를 설립해 활발히 활동하는 동시에 영화의 사회적 책무에 대해 깊이 고민하며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국제영화비평가연맹 한국본부상은 오랜 침묵을 깨고 돌아온 '버닝'의 이창동 감독에게 돌아갔다.
-다음은 제38회 영평상 부문별 수상자(작)-
최우수작품상: '1987'((주)우정필름 제작)
공로영화인상: 윤정희
감독상: 윤종빈 '공작'
여우주연상: 한지민 '미쓰백'
남우주연상: 이성민 '공작'
여우조연상: 권소현 '미쓰백'
남우조연상: 주지훈 '공작'
국제비평가연맹 한국본부상: 이창동 '버닝'
각본상: 곽경택, 김태균 '암수살인'
촬영상: 홍경표 '버닝'
음악상: 김태성 '1987'
기술상(시각효과): 진종현 '신과 함께-죄와 벌'
특별상: 고(故) 홍기선 감독
신인감독상: 전고운 '소공녀'
신인여우상: 김가희 '박화영'
신인남우상: 남주혁 '안시성'
독립영화지원상: 김일란, 이혁상 '공동정범' / 전고운 '소공녀'
신인평론상: 조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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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