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치는 높았고, 어느 정도 기대치를 충족시켰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을 구단도, 선수 자신도 깨달은 한 시즌이었다. 지난 2017년 1차 지명 투수이자, 올해 초반 롯데의 선발진을 잠시 이끌었던 윤성빈을 향한 이야기다.
윤성빈은 올해 18경기 50⅔이닝 2승5패 65탈삼진 평균자책점 6.39의 성적을 거뒀다. 시즌 초반 선발 로테이션에 깜짝 포함돼 150km의 강속구를 선보였다. 올해 롯데 선발진에서 시즌 첫 선발승을 이끈 선수도 윤성빈이었다(4월 7일 사직 LG전 5이닝 2실점).
하지만 약 2년 간 어깨 통증 재활로 보낸 여파가 여실히 드러났고, 시즌을 거듭할수록 부침을 거듭했다. 결국 희망찬 시즌 출발을 보였지만 용두사미로 끝나고 말았다.
미완의 대기일지라도 150km를 상회하는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는 어떤 지도자들도 쉽게 지나치기 힘들다. 투수 조련에 일가견이 있는 양상문 감독의 시선도 당연히 윤성빈을 지나칠 수 없다.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에서 양상문 감독은 "(윤)성빈이 정도의 공은 충분히 상대를 압도할 수 있다. 지나치게 제구를 의식할 필요 없이, 자신의 공을 던지면 된다"면서 "여전히 신체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힘이 떨어지는 것은 차차 나아질 것이다. 현재 폼도 많이 안정됐다"고 전했다.
자신에게 쏟아진 기대와 높아진 눈높이를 윤성빈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그동안 밝고 장난기 넘쳤던 약관의 소년에서 이제는 진지한 청년으로 거듭나고 있다. 표정에서 결연함이 묻어난다. 그는 "이젠 달라진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지금 달라진 마음으로, 오로지 야구 생각만 하고 훈련에 임하고 있다"면서 "그동안 코치님들이나 선배들이 웨이트 트레이닝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시키는 것만 했다. 하지만 지금은 중요성을 깨달았고, 싫어도 꾸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즌 초반의 자신감과 성적이 갈수록 떨어진 이유를 부족한 체력과 힘으로 꼽은 윤성빈이다. 그는 "내가 힘이 있다면 꾸준하게 내 폼으로 던질 수 있다. 폼이 약간 흔들리더라도 구위와 제구를 보여줄 수 있다"면서 "하지만 올해 힘이 떨어지면서 폼도 커지고 억지로 힘을 짜내게 됐다. 구위도 제구도 모두 흔들렸다"고 말했다.
약 2년 간의 공백도 결국 윤성빈을 흔들리게 만든 원인이었다. "핑계로 들릴 수 있지만, 2년 간 한 경기도 못 던졌다. 시범경기 초반에는 운과 나의 구위 등이 모두 따라줬지만 그동안 연습한 부부이 없다보니 갈수로 뒤쳐졌다"고 밝혔다. 결국 힘이 밑바탕이 돼야 한다는 사실을 이 대목에서도 깨달았다.
체력을 기르면서 자신의 안정된 폼을 만드는 것도 이번 마무리캠프에서의 과제다. "후반기에도 폼을 안정적으로 바꾸려는 노력을 했지만 경기에 나가면서 잘 안됐다"면서 "이번 마무리캠프에서 폼은 확실하게 만들고 얻어서 가자는 마음으로 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한 그다.
결연해진 표정 속에서 큰 포부도 잊지 않았다. 그는 "선발로 10승을 올리고 싶다. 10승을 목표로 아프지 않고 한 시즌을 잘 보내고 싶다. 그동안 팬들의 기대에 어긋나며 많이 실망시켜드린 것 같지만, 실망시켜드리지 않고 싶다"고 포부를 강조했다.
기대치가 높은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이제 그 성장세가 기대에 비례할 수 있을지를 증명하는 일이 윤성빈에게 남았다. /jhrae@osen.co.kr

[사진] 롯데 자이언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