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에 이어) 배우 송강호(52)가 ‘택시운전사’(감독 장훈, 2017) 이후 차별화 하기 위해 ‘마약왕’(감독 우민호, 2018)을 택한 건 아니라고 말했다.
송강호는 17일 오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제가 (그간의)필모그래피를 생각하고 작품을 선택한 거 같이 보일텐데 전혀 그렇지 않다. (배우가 마음대로 일련의 흐름을)선택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여름 개봉한 영화 ‘택시운전사’ 이후 1년 4개월 만에 스크린으로 컴백했다.
이어 그는 “‘택시운전사’ 소시민 캐릭터 이후 일부러 새로운 모습, 변신을 보여주기 위해 ‘마약왕’을 택한 건 아니었다. 부산에서 제가 촬영을 하는 도중 (우민호)감독님께서 찾아오셨다. ‘내부자들’이라는 영화가 굉장히 좋았고 마음에 들었는데 때 마침 우민호 감독과 함께 작업을 하게 됐다”고 출연을 결정한 과정을 설명했다.

송강호가 출연하는 영화 ‘마약왕’(감독 우민호, 제공배급 쇼박스, 제작 하이브 미디어코프)은 마약도 수출하면 애국이 되던 1970년대 근본 없는 밀수꾼이 전설의 마약왕이 된 이야기를 그린다. 역대 청불 영화 사상 최고 흥행을 기록한 영화 ‘내부자들’(2015) 우민호 감독이 1970년대를 변주해 한국영화에서 본 적 없는 비주얼과 스토리를 완성했다.
‘마약왕’은 1972년부터 1980년 봄까지 독재 정권의 혼란 속에 있었던 시기에 마약으로 황금 시대를 누렸던 사람들의 파노라마 같은 삶을 담았다. 국내 최대 항구 도시 부산을 거점으로 한국을 흔든 실제 마약 유통 사건들을 모티프로 삼았다.

이에 대해 송강호는 “관객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끝나야 하는데 이번 영화는 관객들이 어떻게 보실지 궁금하다. 저희(배우들)의 입장에서는 결말의 방식이 새롭다. 일반적인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영화 스타일이 (관객들에게)좋게 받아들여지기를 바란다. 감독이 이런 도전을 했다는 것에 대해 박수를 쳐주고 싶다”고 결말에 대한 만족도를 드러냈다.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이자, 서민적인 캐릭터로 사랑 받아온 송강호가 1970년대 아시아를 제패한 전설의 마약왕 이두삼을 연기했다. 이에 필모그래피 사상 가장 강렬한 변신으로 뜨거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에 그는 “제가 저의 10여 년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소시민, 정의로운 캐릭터가 많았다. 일부러 그런 선택을 했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을 하면서 신난 게 저의 속에 있던 모습들이 이 작품에 담겼다는 거다. 그래서 (보는 이들도)반가워 하실 거 같다. ‘살인의 추억’에서 연기했던 모습들? 그런 모습을 보고 반가워 하지 않을까 싶다. 이두삼이 다혈질이지만 호탕한 모습이 있어서 연기하면서 즐거움을 느꼈다”고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그는 부산의 하급 밀수업자에서 아시아 최고의 마약왕으로 거듭나는 이두삼 역을 맡아 가장으로서 가정을 살뜰히 돌보는 모습부터 권력을 거머쥔 마약왕의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까지 선보였다. 흔히 송강호하면 동네 아저씨 같은 친근한 느낌과 코믹한 연기를 동시에 떠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는 진중하고 묵직한 연기나 싸늘한 연기도 훌륭하게 소화해내는 스펙트럼이 넓은 연기자이다.
송강호는 디테일한 연기에서 강점을 드러내는데 감정표현이 세밀해서 뜨겁게 달아오르는 연기를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게 만드는 능력이 있다. 대사 소화 능력도 훌륭하며 정서적으로도 완벽한 연기 톤 덕분에 별 것 아닌 듯한 문장도 명대사로 만드는 재주가 있다.
송강호를 필두로 조정석, 배두나, 김대명, 김소진, 조우진 등 ‘연기왕’ 배우들의 열연으로 올 연말을 뜨겁게 장식할 작품으로 주목 받고 있다. (인터뷰③에서 이어집니다)/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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