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좋다' 정호근, 무속인 운명 거스른 가족'愛' [어저께TV]
OSEN 김수형 기자
발행 2019.01.09 06: 47

배우에서 무속인 삶을 선택한 정호근의 남다른 가족사랑이 뭉클함을 안겼다.
8일 방송된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에서는 배우에서 무속인으로 두번째 인생을 사는 정호근이 그려졌다.
정호근은 연기 경력 30년의 배우 정호근, 지금은 4년차 무속인이다. 그는 "사람의 인생 알다가도 모른다"면서 배우의 삶과 무속인의 삶을 전했다. 정호근은 아침부터 출근, 촬영장이 아닌 점집으로 향했다. 무당으로 일하는 그는 "사극을 많이했다, 드라마에서 의상을 갈아입는 느낌"이라면서 2015년 내림굿을 받았다고 했다. 이때부터 두번째 인생이 시작됐다고. 무속인이 된 뒤로 매일 고민을 안고 찾아오는 사람들과 만나고 있다. 배우로 다양한 인생을 연기했던 그는, 무속인으로 다양한 인생들을 만나며 사람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있다. 사무실 안에는 여러신을 모신 신당도 갖춰져있었다. 이제 겨우 4년차에 들어섰지만 그는 완벽하게 적응하고 있었다. 

어떻게 무속신앙을 받아들였는지 묻자 그는, 어느날 갑자기 이런 선택을 한 건 아니라고 했다. 30년 배우 생활하며 고민을 반복했다고. 정호근은 "할머니가 무속인, 집 안에 무병을 앓는 일이 있었다고 들었다"면서 "아무 이유없이 몸이 아프고 아무리 애를 써도 일이 안되고 때로는 주변사람까지 해치는 거 같았다. 말로 설명할 수없는 것이 이 세상에 벌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윗대부터 할머니가 신령님을 모셨던 분, 그래서 항상 봐왔다, 할머니가 얼마나 신들에게 봉양을 잘하는지 어릴 때부터 봐왔지만 그 줄기가 나에게까지 내려올 줄 전혀 몰랐다"면서 무속인이 되지 않으려고 7년이나 버텼다고 했다.하지만 모든 노력에도 무병을 고칠 수 없었고 이 길을 운명처럼 받아들였다고 했다. 
무속인이 된 뒤로 인생이 달라졌다. 제사 준비 할 때마다 시장을 찾지만 아직 그를 배우로 알아보는 이들이 많았다. 배우와는 전혀 다른 두번째 인생, 그는 "무속인들에 대해 안좋은 생각을 갖고 있다, 홍해 갈라지듯 내 편에 있던 사람들이 사라지고 전혀 몰랐던 사람들이 그 공간으로 들어왔다"고 말했다. 
가족과 떨어져산지 16년차, 배우 때부터 기러기 아빠로 지냈다고 했다. 혼자 생활하는데 큰 어려움없이 익숙한 모습이었다. 그는 매일 아내와 통화하고 문자도 주고받으며 안부를 전했다. 그는 "외롭고 힘들지만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다"면서 "아이들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 미국을 갔던게 십 몇년동안 떨어져 지낼지 전혀 몰랐다"면서 헤어져 살앗기에 내림굿을 받을 때도 가족들이 옆에 없었다고 했다. 내림굿 받은 후에 가족들에게 전했다고.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난리가 났다 신내림 받았다고 하니 침묵만 흘렀다"면서 미국에 살고 있는 아내와 아이들이 상의도없이 통보해 가족들이 놀랐다고 털어놨다. 정호근의 가족들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아내는 "큰 충격이었다, 이혼까지 생각했다"고 말했고,  아들은 "주변에서 손가락질하기 시작했다"며 처음 그의 선택이 가족들에게도 힘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정호근은 운명처럼 받아들인  선택의 중심엔 가족이 있었다고 전했다. 
 
크리스마스를 기념해 정호근이 가족들을 만나러 미국으로 찾아갔다. 1년만에 만나는 아이들을 보며 정호근은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아이들과 안부를 전해며 헤어져있는 동안 어린이 되어가는 아이들을 보며 남다른 감회를 느낀 모습이었다. 오랜만에 집밥을 먹는 밥상에도 정호근이 좋아하는 반찬들로 가득했다. 그는 "역시 마누라, 간이 딱 맞는다"면서 아내사랑을 보였다. 
미국에서 의대 공부중인 아들은 "이번에 한국다녀오며 생각이 바뀌었다"면서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고 조언을 주고 각각의 인생을 더 나아가게 도와주신다는게 아름다운 직업이다, 멋있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딸은 치대 합격한 예비 대학생이었다. 어린시절 잠시나마 함께 아버지와 한국에서 살았던 과거를 떠올렸다. 고등학교 1학년인 막내딸은 그림에 남다른 소질을 보였다. 그림을 그릴 때마다 아버지에게 보내준다고. 막내 딸은 "나에게 아버지는 영웅, 우리 가족을 힘내게 하는 사람"이라면서 "아빠는 슈퍼 히어로"라며 눈물을 보였다.
정호근은 가족들을 한 자리에 모으며 제임스에게 가자고 했다. 제임스는 바로 막내딸의 이란성 쌍둥이 아들이었다. 정호근은 "나오자마자 3일만에 제 품에서 갔다"면서 제임스를 보고싶어했다. 16년 전, 아들을 살려보려 미국까지 왔지만 다 소용 없었다고. 부모로서 지켜주지 못해 죄책감도 있었다고. 건강한 아이들을 보며 그 불행을 이겨냈다고 했다. 
막내딸은 어딘가 슬퍼보이는 정호근에게 다가가며 "웃어라, 혼자있었으니까 가족이 함께 있으니 행복해야한다"면서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가족들이 향한 곳은 작은 천주교 묘지였다. 태어난지 3일만에 사망한 아들의 묘지를 어렵게 구했다고. 아들의 죽음을 운명이라 받아들인 정호근, 무속인의 길을 받아들이며 아들의 죽음 또한 받아들이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들이 좋은 곳으로 가기위해 생화를 심으며 기도했다. 
그의 삶의 목표는 오직 아이들,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못할 일이 없었다고 했다. 정호근은 "어른들이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고 하더라, 근데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지 생각했다"면서 "보고싶다, 큰 딸도 막내아들도"라고 말했다. 막내 딸은 그런 정호근을 위로하며 "곁을 지켜야한다"며 손을 꼭 잡았다.  이제 무속인의 길에 들어선 그는, 대를 이어온 무속인의 운명이 그에게서 마감되길 간절히 바랐다. 그러면서 자식들이 연주 속에서 노래를 부르며 아이들이 가장 사랑스러워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였다. 그리곤 아이들을 위해 요리까지 직접 선보였다. 가족들 품 안에서 행복의 가치를 느끼며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지내는 모습이 훈훈함을 안겼다. /ssu0818@osen.co.kr
[사진] '사람이 좋다' 방송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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