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점유율을 따지는 스포츠가 아니다. 골을 위해 더욱 날카롭게 나서야 한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FIFA랭킹 53위)은 22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라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전 바레인(FIFA 랭킹 113위)과 경기에서 정규 시간 90분 동안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으나, 연장 전반 15분 터진 김진수의 결승골을 앞세워 2-1로 승리했다.
이날 경기는 벤투호 출범 이후 최대 '졸전'이었다. 주도권을 쥐고도 상대의 공격에 위험한 장면을 쉽게 내줬다. 김승규의 선방이 아니었다면, 실점으로 이어질 만한 장면이 나왔다. 황희찬과 김진수의 원더골이 아니었다면 16강에서 무너질 수도 있었다.

벤투호의 슬로건인 ‘지배하는 축구’는 바레인전도 이어졌다. 하지만 경기 내내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도, 의미 없는 공염불에 그쳤다. 선수들의 둔한 몸놀림과 잦은 패스 미스로 자멸했다. 가장 큰 문제점은 결정지어야 하는 상황에서도 선수들이 슈팅 대신 패스를 하는 모습이 나온 것이다.
전반 33분 황희찬이 황인범과 원투 패스를 통해 상대 수비를 무력화 시키고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그는 슈팅 대신 더 완벽한 기회를 위해 터치를 시도하다 오히려 기회를 무산시켰다. 경기 후 만난 황희찬도 “내 실수다"며 스스로를 자책했다.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에이스’ 손흥민을 포함해서 모든 선수들이 슈팅을 때려야 하는 상황에서 패스를 시도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교체 투입된 ‘공격수’ 지동원은 후반 막바지 결정적인 상황에서 슛 대신 미루듯 홍철에게 패스를 시도하여 탄식을 자아냈다. 공격수라면 그런 상황에서는 슈팅을 때렸어야만 한다.
이날 경기 후 만난 황인범도 공격적으로 나서지 않고 패스로 일관한 대표팀 플레이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전반 높은 점유율에도 제대로 슈팅을 기록하지 못한 것에 대해 묻자 그는 “우리 잘못이다. 하프타임에 벤투 감독님이 모든 선수들에게 공격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하셨다"고 설명했다.
황인범은 “축구는 골을 넣어야 하는 스포츠다. 공격적을 해야할 때는 공격적으로 하겠다. 슈팅을 때려야 하는 타이밍에 패스를 하면 답답함 느끼시는 마음을 이해한다. 지배하는 축구를 이어가더라도 앞으로는 상대 페널티박스 등 위협 지역에서는 과감하게 플레이해야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후반 막바지 시간 황인범을 대신해 투입된 이승우는 날카로운 공격성을 뽐냈다. 답답한 다른 선수들과 달리 과감해 보일 정도의 슈팅으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이승우처럼 우리가 주도권을 잡았으면 그것을 공세로 연결하고 슈팅으로 마무리해야 한다. 점유만 하는 축구는 의미가 없다.
적절한 패스 플레이는 팀의 윤활유 역할을 해준다. 하지만 슈팅을 해야 되는 상황에서 패스만 하는 것은 무책임한 플레이다. 더욱 위협적으로 골을 위해 나서야 한다. 후반 교체 투입된 지동원과 이승우 두 선수가 보여준 경기력의 차이는 결국 적극성의 유무라고 봐도 무방하다. 축구는 골을 넣어야 이기는 스포츠다. 진짜 '지배하는 축구'를 위해서라면 잃어버린 적극성을 되찾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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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두바이(아랍에미리트)=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