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숙적 일본을 꺾으며 강릉하키센터 첫 승의 감격을 맛봤다.
백지선 감독이 이끄는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8일 오후 7시 30분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레거시컵 2019 KB금융 아이스하키 챌린지(이하 레거시컵 2019) 3차전에서 에릭 리건(안양 한라)의 선제 결승골과 박상진(하이원)의 쐐기골, 무실점 선방을 펼친 맷 달튼(안양 한라)의 활약에 힘입어 일본을 2-0으로 꺾었다.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이로써 2017년 2월 강릉하키센터 개장 이후 이곳에서 이어진 8연패 사슬을 끊고 첫 승을 신고했다.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을 포함하면 11경기 만에 한국 아이스하키가 강릉하키센터에서 거둔 첫 번째 승리다.
백지선 감독은 2라인에 신상훈-신상우(안양 한라) 형제와 조민호(안양 한라)를 세우고 옆구리 통증으로 앞선 2경기에 결장한 에릭 리건을 투입하는 등 공수에 걸쳐 변화된 라인업으로 경기에 나섰다. 골리 마스크는 카자흐스탄전에서 휴식을 취했던 맷 달튼이 다시 썼다.

경기 초반부터 공격 지역에서부터 강력한 포어체킹을 가하는 등 공세적인 경기 운영을 편 한국은 김기성-상욱 형제(이상 안양 한라)와 안진휘로 구성된 1라인을 중심으로 1피리어드부터 세찬 공세를 펼쳤지만 하타 미치카즈가 지키는 일본 골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경기 시작 13분 40초에 이돈구의 센터링 패스를 김기성이 골 크리스 오른쪽으로 침투하며 원타이머를 날렸지만 골리에 가로 막혔고, 곧바로 일본 골문에서 흘러나온 퍽을 하이 슬럿에서 안진휘가 리스트 샷으로 연결했지만 역시 골리 정면으로 향했다.
1피리어드 유효 샷에서 10대 3으로 앞설 정도로 일방적인 공세를 편 한국은 2피리어드에 공세의 수위를 더욱 높였지만 결정적인 찬스마다 날린 슈팅이 불발하며 팬들의 탄식을 자아냈다. 2피리어드 1분 57초에 김상욱의 드롭 패스를 받은 김기성이 하이 슬럿으로 파고 들며 날린 리스트 샷, 2분 16초에 안진휘가 공격지역 정면에서 혼신을 다해 때린 슬랩샷, 곧바로 이어진 김상욱의 세컨드샷이 모두 빗나갔다.
답답한 흐름이 이어지던 2피리어드 12분 19초에 마침내 한국의 첫 골이 터졌다. 주인공은 이번 대회 들어 첫 출전한 에릭 리건. 블루라인 바로 안쪽 중앙에서 김상욱-최진우(안양 한라)로 이어진 패스를 받은 리건은 시노하라 고타의 샷 블락을 피해 장거리 리스트샷을 골 네트에 꽂아 넣은 후 포효했다.
2피리어드까지 유효 샷에서 23대 10으로 앞서는 등 경기를 지배한 한국은 3피리어드 들어 거푸 반칙을 저지르며 거듭 숏핸디드(페널티로 인한 수적 열세)에 몰렸지만 수문장 달튼의 선방쇼로 위기를 넘겼고, 11분 47초에 터진 박상진의 멋진 숏핸디드골(수적 열세 상황에서의 득점)이 터지며 승기를 굳혔다.
공격 지역 중앙에 머무르던 박상진은 테라오 유리가 퍽을 잡는 순간 보디체킹을 가해 범실을 유발했고 유리가 놓친 퍽을 재빠르게 낚아채 슈팅으로 연결, 천금의 추가골을 만들어냈다. 이번 대회에 처음으로 성인 대표팀에 발탁된 박상진이 3번째 경기 만에 기록한 대표팀 데뷔골.
거듭 파워 플레이 기회를 얻었음에도 무득점에 머무른 일본은 3피리어드 14분 55초에 스즈키 유타의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오는 불운까지 겹치며 영패를 당했다.
한국은 이날 승리로 일본과의 역대 전적에서는 4승 1무 19패로 열세를 보였지만, 2016년 4월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디비전 1 그룹 A 대회에서 첫 승(3-0)을 거둔 후 일본전 4연승의 강세를 이어갔다.
8일 경기에서 26 세이브를 올린 달튼은 최근 일본과의 4경기에서 단 1골 만을 내주고 세 차례나 셧아웃(무실점 승)을 기록하며 ‘일본 킬러’의 진면모를 확인시켰다.
이로써 1승 2패를 기록한 한국은 레거시컵 2019 대회를 3위로 마감했고 3연패를 기록한 일본은 최하위에 그쳤다. 카자흐스탄은 앞서 열린 경기에서 연장 접전 끝에 라트비아를 3-2로 꺾고 3연승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 10bird@osen.co.kr
[사진] 협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