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가 안 볼 때까지"...'스페인하숙' 나영석의 도전 이유(종합)[Oh!쎈 현장]
OSEN 연휘선 기자
발행 2019.03.12 17: 32

"시청자 분들이 그만 보고 싶다는 날이 올 때 명확하게 데스크로 올라가겠습니다". 나영석 PD가 사단과 함께 '스페인 하숙'으로 돌아온 이유를 밝혔다. 
12일 오후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에서 케이블TV tvN 새 예능 프로그램 '스페인 하숙'의 제작발표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나영석 PD, 장은정 PD, 김대주 작가가 참석해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스페인 하숙'은 타지에서 만난 한국인에게 소중한 추억과 선물이 될 식사를 대접하는 내용을 담은 프로그램이다. 스페인 순례자의 길에서 차승원과 유해진이 하숙집 알베르게를 운영하며 차승원이 음식, 유해진이 손님 맞이를 맡아 따뜻한 잠자리와 한식을 제공하는 식으로 구성된다. 여기에 모델 겸 배우 배정남이 가세해 여행에 지친 손님들을 위로하며 시청자에게도 '힐링'을 선사한다. 

특히 '스페인 하숙'은 나영석 사단이 뭉친 프로그램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삼시세끼'에서 활약한 차승원과 유해진을 비롯해 장은정 PD와 김대주 작가 등 출연진과 제작진 모두 나영석 PD와 오랜 기간 호흡한 사람들이기 때문. 
심지어 스페인이라는 장소 또한 '윤식당'에서 다녀온 촬영지였다. 이와 관련 나영석 PD는 "스페인 관광청이나 정부의 협조를 받고 있는 건 전혀 없다"고 너스레를 떨며 "다만 이번에도 스페인에 가려고 했다기 보다는 '순례자의 길'에 관심이 있어서 가게 됐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삼시세끼'를 생각하다가 승원이 형이 밥을 잘하니까 이 따뜻한 밥을 어떤 분들과 나눠먹으면 가장 의미 있을까 생각했다. 그러다가 어디 가서 작은 하숙집을 차려놓고 오시는 분들에게 쉴 공간과 밥을 차려드리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에 저희 끼리는 네팔 히말라야에 하숙집을 차릴까 했다. 올라 가시는 분들이 배가 고플테니까. 그리고 또 여러가지를 생각했는데 그때 산티아고 순례길 이야기가 나왔다"고 기획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순례자의 길이 거의 800km 가까이 되는 길인데 우리 나라가 여러 가지로 많이 어렵지 않나. 청년들이 고민이나 갈등이 큰 시기에 여기를 그 길을 많이 간다고 하더라. 그런데 저 길 안에 한식집이 없고 한국말이 통하는 숙박집도 없다고 해서 우리가 가면 의미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서 가게됐다"며 "당분간 스페인은 안 갈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나영석 PD는 '스페인 하숙'과 관련해 시종일관 담담하게 질의응답을 이어갔다. 그는 공동 연출'로 후배 PD들과 오랜 기간 협업하는 것에 대해서도 "다행히 후배 분들이 저랑 같이 해주니까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상부상조 같은 거다. 후배는 제 이름을 얻어가고, 저는 후배 능력을 얻어간다"고 했다. 
특히 그는 이처럼 공동연출 혹은 사단이라 불릴 정도로 특유의 연출 색깔을 보여주는 방식에 대해 "시청자 분들이 그만 보고 싶다고 하는 날이 올 때 물러나고 명확하게 데스크로 올라가겠다"고 했다. 그때까지는 '부장님'과 같은 존재가 아닌 'PD'로서 현장에 함께 하겠다는 것. 나영석의 이유 있는 도전 정신이 제작발표회 현장에 있는 장은정 PD와 김대주 작가를 폭소케 했다.
무엇보다 나영석 PD는 '삼시세끼'처럼 음식으로 힐링을 선사하는 예능을 고집하는 이유도 밝혔다. 그는 "제가 생각할 때 음식은 죽지 않고 살기 위해 먹어야 하는 필수불가결한 것이기도 하지만,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가장 적은 노력과 비용으로 즐길 수 있는 사치라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어쨌든 사람이 살기 위해선 끼니를 먹어야 하고 그걸 잘 먹고 싶다는 욕망, 좋은 사람과 먹고 싶다는 욕망, 그런 것들을 인생 안에서 가장 많이 만나는 즐거움의 포인트가 음식이라고 생각한다"는 것. 그는 "누구와 나누고 어떻게 먹느냐가 저한테는 굉장히 중요한 주제다. 그런 부분을 예능으로 많이 접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나영석은 플랫폼이 아닌 자신이 풀어낼 수 있는 콘텐츠 역량에 주목했다. 그는 "저희가 지금 tvN에서 일하고 있지만 '이 회사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은 늘 하고 있다. 사람들이 말하고 있는 것처럼 인터넷 기반으로 갈지 넷플릭스처럼 거대 자본으로 갈지 여러 생각을 한다. 그런데 이 회사가 어떻게 가야 하느냐. 대한민국의 콘텐츠나 플랫폼이 어떻게 가야 하냐는 방송 경영자들의 결정이다. 저희는 사실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기 때문에 좋은 콘텐츠를 만들면 된다"며 "올해는 지금처럼 방송도 물론 하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소소하게 좋아할 수 있는 유튜브 채널을 열어볼까 고민도 하고 있다. 또 예전에 '신서유기'가 인터넷에서 론칭한 것처럼 새로운 형식의 시대를 돌파하는 연습을 해볼까 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는 "제 프로그램에서 전보다 연출적인 요소가 적어진다는 건 저만의 변화라기보다 프로그램 트렌드의 변화다. 저희는 결국 수용자들이 원하는 걸 하는 수밖에 없다. 시청자가 뭘 원할까 생각하는 중에 지금 시청자가 원하는 건 PD가 이래라저래라 하는 게 아니라 어떤 상황을 관찰하는 시대라고 생각해서 연출의 개입이 점점 줄어드는 건 사실이다"고 말했다. 
나영석 PD는 "하지만 모든 시청자가 그런 프로그램을 원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어떻게 하면 많은 재미를 줄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생각하고 있다. '신서유기'처럼 연출이 많이 필요한 프로그램도 있고, 그렇지 않은 프로그램도 있고 어떤 비율로 섞을지소위 말해 '단짠단짠'으로 갈지는 늘 고민이다. 1년의 라인업을 짤 때도 올해는 어떤 프로그램을 시청자가 더 원할까 고민하고 있다. 그게 콘텐츠적인 고민"이라고 했다. 나영석의 고민이 담긴 '스페인 하숙'은 15일 밤 9시 10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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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tv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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