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논란 예상'..'악질경찰' 이선균x이정범감독, 해야했던 이유 [종합]
OSEN 하수정 기자
발행 2019.03.13 17: 46

배우 이선균과 이정범 감독이 의기투합해 '악질경찰'로 돌아왔다.
13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악질경찰'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연출을 맡은 이정범 감독을 비롯해 주연 배우 이선균, 전소니, 박해준 등이 참석했다.
'악질경찰'은 뒷돈은 챙기고, 비리는 눈감고, 범죄는 사주하는 쓰레기같은 악질경찰 조필호(이선균 분)가 폭발사건 용의자로 몰리고 거대 기업의 음모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선균은 극 중 거침없이 욕을 하고 폭력도 서슴지 않으며 비리는 일상인 악질경찰 조필호로 분해 열연했다. 오직 자신만을 위해 살아왔던 이기적인 그가 예기치 못하게 경찰 압수창고 폭발사건의 용의자로 몰리면서 전혀 인연이 없을 것 같던 사람들을 만나고, 엄청난 사건들을 마주한다.
거친 액션신을 소화한 이선균은 "'끝까지간다'와 비교를 많이 하시는데, 촬영을 하면서 몸은 많이 다쳤지만 최선을 다해서 찍었다"고 했다.
쓰레기같은 자신의 캐릭터에 대해 "조필호는 직업만 경찰이지 범죄자에 가깝다. 그래서 경찰이라는 직업보다는 양아치, 쓰레기처럼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그 파급력이 더 크게 다가올 것이라고 예상했다"며 "최악의 악행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멋있게 표현하고 싶지 않았다. 돈 앞에 주저하지 않는 인물로 그리고 싶었다. 정말 동네 양아치 같이 보이는, 눈 앞에 보이는 이익 때문에 나쁜 짓을 하는 경찰처럼 보이길 바랐다. 하나의 악행만 선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선균은 이정범 감독와 오랜 시간 인연을 이어왔다. 그는 "학교 동문이고 너무 좋아하던 형이다. 그때도 감독님의 작품에 출연했는데, 그 당시 미니홈피가 유행할 때 스틸을 올려놓고, '내 인생의 첫 감독'이라고 적어놨다. 그만큼 이정범 감독은 고마운 감독이자 형"이라고 말했다.
집요한 작업 방식에 대해 "어떻게 작업 하는지 알고 있었다. 액션신뿐만 아니라 모든 신을 집요하게 찍는다. 자기 검열과 고민이 있기 때문에, 육체적으로 감정적으로 집요하게 찍더라. 그래서 나도 다른 영화보다 애정이 크다"고 했다. 
전소니는 조필호의 누명을 벗겨줄 동영상을 우연히 손에 쥐게 된 고등학생 미나를 연기했다. 조필호를 용의선상에서 벗어나게 해 줄 중요한 단서를 지닌 미나는 오히려 대범하게 거래를 제안한다. 조필호의 기세에도 눌리지 않는 시크한 표정과 강렬한 눈빛은 이목을 집중시킨다.
전소니는 "관객으로 미나를 볼 때, 무조건 일탈, 반항, 결핍으로만 보이지 않길 바랐다. 미나의 행동을 통해 '이 아이가 무슨 생각으로, 무슨 뜻으로 하는지' 하나하나 찾아가길 바랐다. 또, 미나가 살아가는 이유가 책임감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책임지고 싶은 일,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서, 어떤 일까지 저지를 수 있는지 고민했다. 미나는 보통의 아이들보다 조금 더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캐릭터를 소개했다.
박해준은 자신이 모시는 보스 정이향 회장을 위해 온갖 지저분한 일과 폭력을 일삼는 권태주를 연기했다. 거대 악의 오른팔이자 미나가 지닌 단서를 둘러싸고 조필호와 팽팽하게 대립하는 악역이다.
"감독이 집요하다고 느껴진 순간은 없었느냐?"라는 질문에 박해준은 "감독님이 요구하는 게 명확해서 몸이 불편할 순 있었지만, 꼭 필요한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감독님이 몸소 보여주셔서 멋있게 보였다. 꼭 저렇게 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많이 아팠지만, 영화에서 잘 만들어진 모습을 보고 잘했구나 싶다"고 만족했다. 
지난 2010년 대한민국에 '아저씨' 신드롬을 일으켰던 이정범 감독은 '우는 남자'를 거쳐 '악질경찰'로 돌아왔다. 이번 영화는 전작들과 유사한 설정으로 시작하지만, 주인공의 변화와 각성이 본인뿐 아니라 주변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전작보다 차별점을 보인다.
무엇보다 '악질경찰'은 상업영화 최초로 세월호 소재를 녹여냈으며, 개봉 후 이를 두고 다양한 반응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조필호롤 2014년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때 유가족들과 인연을 맺은 경찰로 등장하고, 미나의 절친 지원이가 세월호 참사로 희생 당한 단원고 학생으로 설정돼 있다. 최종적으로 이들의 타깃은 재벌을 향한다.
이정범 감독은 "2015년 단원고에 갔을 때 받았던 충격을 잊을 수가 없다. 그때부터 세월호와 관련된 자료를 수집하면서 이 얘기를 꼭 하고 싶었다. 그리고 이 영화를 준비한 게 5년이 넘었다. 상업영화를 하는데, 세월호를 소재로 가져오겠다는 건 위험한 생각이다. 그 생각을 하면서 5년은 버티고, 준비할 순 없다. 세월호 얘기를 똑바로 잘하고 싶었다"며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를 공개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상업영화가 가져야하는 방법을 취하면서, 여러분 가슴 속에 뭐가 남을 것인가 생각했다. 세월호 소재를 상업적으로만 쓴다면 최악이다. 최초의 시작은 세월호지만, 이것을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까 했던 게 지금의 악질경찰이다"고 말했다.
표현 방법이 세련되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 감독은 "논란은 당연히 예상한다. 시나리오를 기획 했을 때부터, 촬영을 들어가기 전부터 많은 고민을 했다. 영화사를 비롯해 개인적으로 큰 각오가 없다면 만들 수 없는 영화였다. 논란 여부에 대해서는 당연히 예상했다. 이런 자리에서 풀 수 있다면 하고 싶었다. 표현 방법이 세련되지 못했다면 충분히 수긍하겠다. 그러나 세월호를 다루는 감정에 대해선, 내가 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최대한 처절하고 최선을 다해서 찍었다"고 답했다. 
이정범 감독은 '악질경찰'이 세월호를 소재로 하면서, 제작이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사실 이 영화가 투자도, 캐스팅도 힘들었다. 왜 그랬을까 생각해보면, 아마도 세월호 때문일 것이다. 주변 친한 지인들도 '꼭 세월호를 다뤄야겠냐'며 설득하고 반대하고 만류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해야되는 이유는 끓어오르는 뭔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걸 안 하면 나아가지 못할 것 같았다. 기본적으로 이 영화가 굉장히 많은 투자사의 돈이 들어와서 만든 상업영화다. 거기에 대한 책임을 무시할 순 없었다"고 털어놨다. 
매일같이 자기 검열을 했다는 감독은 "회차를 거듭할수록 관객들이 가져가야 할 긴장감을 너무 배제해서 진정성을 해치는 건 아닌지, 진정성에 집중해서 기본적으로 상업영화가 갖고 있어야 할 미덕을 놓치는 건 아닌지, 끊임없이 자기검열을 했다. 그런 균형을 맞추는데 어려움이 있었고, 영화를 2편 찍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악질경찰'을 이미 세월호 유가족들도 접했다. 시사를 앞두고 가장 긴장했던 이정범 감독은 "그 시사가 가장 떨리고 두려워서 잠도 못잘 정도였다. 상영을 끝내고 돌아볼 수가 없어서 위통이 왔다. 방황하다가 집에 늦게 들어갔다. 그때 한 아버님이 문자를 주셨는데, 내가 '아버님 죄송하다. 저 때문에 잊고 싶은 기억들을 다시 떠올린 건 아닌지 송구스럽다. 이 영화는 청불에 장르 상업영화라서 보시기 불편하셨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런데 아버님이 본인들이 겪은 일은 그것보다 더 폭력적이고, 야만적이었다고 하시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정범 감독은 "그러면서 혹여라도 그런 얘길 하는 분이 있다면 자기 이름을 팔아도 된다고 하셨다. 물론 아버님 한 분의 의견이 유가족 전체 의견이 될 순 없겠지만. 이 영화가 곡해되진 않았구나 싶었다. 앞으로 유가족과 관객들이 어떻게 영화를 볼지 모르겠지만, 예상했던 논의고 쟁점이라서 솔직하게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한편, '악질경찰'은 청소년 관람불가 작품으로, 오는 20일 개봉한다./hsjssu@osen.co.kr
[사진]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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