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규 FA '+1년' 계약, 한용덕 감독 요청 있었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9.03.19 05: 33

지난겨울 FA 이용규(34)와 한화의 협상은 1월말까지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계약 기간 때문이었다. 베테랑 선수들과 장기계약을 원치 않았던 한화는 2년을 제시했고, 이용규 측은 3년을 원했다. 그 접점이 옵션 충족에 따른 ‘+1’년 계약이었다.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를 떠나기 전날이었던 지난 1월30일 저녁 한화는 이용규와 2+1년 최대 총액 26억원에 계약을 완료했다. 보장 금액은 10억원, 옵션 금액이 16억원으로 배보다 배꼽이 큰 계약이었지만 당초 이용규와 계약에 미온적이었던 한화로선 나름 후한 대우였다. 
그 뒤에 한용덕 감독의 요청이 있었다. FA 협상이 지지부진할 때 한용덕 감독은 구단에 내부 FA 선수들을 잡아 달라는 요청을 했다.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당초 한화 구단에선 내부 FA 선수들과 2년 이하 계약이 아니면 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한 감독 요청 이후 이용규는 +1년을 추가하는 것으로 접점을 찾았다”고 귀띔했다. 

한 감독이 이용규를 비롯해 송광민, 최진행 등 내부 FA 선수들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구단도 완강한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섰다. FA 협상은 구단의 몫이지만 현장의 의견, 특히 감독의 요청을 무시할 수 없다. 감독 마음을 읽은 송광민이 가장 먼저 계약을 했고, 이용규도 2+1년으로 접점을 찾아 계약했다. 
한 감독의 이용규 잔류 요청은 현실을 바라본 결정이었다. 한화는 10개팀 중 외야가 가장 취약하다. 이용규가 전성기를 지나 하락세라 하더라도 한화에선 주전으로 쓰임새가 충분했다. 젊은 선수 육성, 리빌딩 작업을 맡은 한 감독이지만 이용규 없이 당장 외야를 꾸리기 어려웠다. 
캠프에서 한 감독은 김태균이 1루 수비에서 완벽한 몸 상태를 보이자 외야 구상을 다르게 했다. 정근우를 외야로 옮긴 것이다. 김태균과 이성열이 1루와 지명타자를 나눠 맡고, 정근우를 외야로 옮겨 팀 내에서 공격이 가장 강한 3명의 타자를 한꺼번에 활용하기 위함이었다. 
코너 외야의 휘는 타구 처리에 어려움을 겪은 정근우가 중견수를 선호했고, 이 과정에서 중견수였던 이용규가 좌익수로 이동했다. 그러나 중견수는 좌우로 넓은 범위를 커버해야 하는 만큼 쉽지 않은 자리다. 한 감독이 중견수 정근우 카드를 구상하고 실행에 옮길 수 있었던 것은 우익수 제라드 호잉과 함께 좌익수 이용규가 넓은 범위를 커버하며 정근우를 도와줄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 있었다. 
캠프 연습경기부터 시범경기까지 한 감독은 중견수 정근우 카드를 시험했다. 외야 경험이 풍부한 이용규는 검증이 된 선수인 만큼 무리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좌익수 자리는 양성우, 김민하, 장진혁, 유장혁 등 젊은 선수들로 테스트하며 개막 엔트리를 추리기 위해 썼다. 
이처럼 거의 모든 세팅이 이뤄진 시점에서 이용규가 트레이드를 요청, 한 감독의 구상은 완전히 어그러졌다. 한 감독은 “생각지도 않은 일”이라며 당황한 뒤 “캠프에서 (이용규가 들어간 라인업이) 분명 베스트 멤버라고 했는데 그건 다 잊어먹었나 보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용규가 필요했던 한 감독은 FA +1년 계약까지 구단에 요청했지만 돌아온 건 개막 일주일 전 트레이드 요청이었다. /waw@osen.co.kr
[사진] 한용덕 감독-이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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