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수 차가 있는 상황에서 9회 2사 후 상대팀의 마무리 투수가 등판했다. 난데없이 투수를 대타로 기용했다. 타석에 들어선 투수는 칠 의사가 전혀 없었다. 3구삼진으로 경기는 끝났다. 데자뷔다. 7년 전 일과 닮았고 약간 다르기도 하다. 김기태 감독은 이번에도 같은 이유였을까.
# 26일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 한화-KIA전
한화가 KIA에 13-7로 크게 앞선 9회말 수비. 8회 2사 후에 등판한 한화 이태양이 1사 후 볼넷을 허용한 뒤 내야 땅볼로 2사 1루가 됐다. 한화 벤치는 마무리 정우람을 올렸다.

그러자 KIA 벤치는 타석에 들어서 있던 황대인을 빼고 '투수 문경찬'을 대타로 내세웠다. 장갑도 끼지 않은 맨손의 문경찬은 방망이만 들고 있을 뿐 칠 의지가 없었다. 정우람은 스트라이크 3개를 던져 삼진을 잡고 경기는 끝났다.
경기 후 한용덕 한화 감독은 "정우람은 개막 후 실전 등판 기회가 없어 점검차 등판시켰다"고 말했다. 김기태 KIA 감독은 멘트를 하지 않았다.
# 2012년 9월 12일 잠실 SK-LG전
LG가 0-3로 뒤진 채 9회말 마지막 공격이었다. 8회 1사에서 마운드에 올라온 SK 좌투수 박희수 상대로 좌타자 이대형 대신 우타자 최동수가 대타로 나왔다. 삼진 아웃. 이후 SK 벤치는 우투수 이재영으로 투수를 교체했다. 좌타자 이진영이 외야 뜬공으로 2아웃, 우타자 정성훈이 중월 2루타로 출루했다. 2사 2루가 되자 SK는 좌타자 박용택 타석에 마무리(좌완) 정우람을 투입했다.
이때 당시 김기태 LG 감독은 박용택 대신 '투수 신동훈'을 대타로 내세웠다. 우타자 타석에 들어선 신동훈은 스윙을 하지 않고 공을 지켜보기만 했다. 삼진으로 경기는 끝났다.
# 2012년 투수 대타...설명과 이유
당시 김기태 감독은 “SK의 불펜운용이 우리를 기만한다고 생각했다”며 9회말 투수 교체에 불만을 드러냈다. 김 감독은 “SK가 이재영을 올리는 게 내 입장에선 장난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끝까지) 박희수로 계속 가든지, 9회 시작부터 정우람을 냈어야 했다"며 "만약 이재영이 올라와 9회 끝까지 마운드를 지켰다면 신동훈 대타 기용을 없었을 것이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김 감독은 “죽어가고 있는 사람을 살리고 다시 죽여 놓는게 아닌가 싶었다”며 “덕아웃에서 선수들 전원에게 상대가 우리를 얼마나 약하게 생각하길래 우리가 이런 취급을 받는지 잘 생각하라고 강조했다”는 말도 했다.
당시 이만수 SK 감독은 “(8회 2아웃을 잡은) 박희수가 9회 1아웃을 잡고, 이재영이 나머지 2아웃을 처리하길 기대했다. (2사 후) 2루타를 맞으면서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기에 (아끼려던) 정우람을 올렸다"며 "상대를 기만하려는 것은 아니다"고 극구 부인했다.
7년 전 김 감독의 설명을 돌이켜보면, 이번에도 한화의 투수 운영에 대한 불만과 함께 개막 3연패에 빠진 KIA 선수들을 향한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투수 대타'로 해석될 수 있다.
# 투수 대타의 파장은?
7년 전, 김기태 감독의 '9회 2사 후 투수 대타' 기용은 상당 기간 논란이 이어졌다. 당시 KBO는 '승리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소홀히 하여 야구장을 찾은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고 스포츠정신을 훼손시켰다'는 이유로 김기태 감독에게 규약 제168조에 의거, 벌금 500만원과 엄중 경고의 제재를 부과하는 징계를 내렸다.
이번에는 그때와 달리 징계는 없을 전망이다. KBO 관계자는 "투수 교체는 경기 내용적인 부분이다. 감독의 선수 운영이다. 룰을 어긴 것도 아니고 단지 매너적인 부분이라고 본다"며 "KBO가 나서서 징계를 내리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도적적인 비난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징계거리는 아니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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