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가 모두 사라진 한화에 가혹했던 하루였다. 전략적인 벤치의 판단이 대형 변수가 되어 돌아와 한화에 치명타를 안겼다.
한화는 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정규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접전 끝에 7-9로 패했다. 2연패를 당하면서 롯데 원정 루징시리즈가 확정됐다.
한화는 롯데와 중반까지 접전을 펼쳤다. 3회초 2점을 냈고 3회말 1점, 4회말 5점을 내주며 2-6으로 역전을 당했다. 그러나 이어진 5회초 다시 4점을 집중시켜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그리고 7회초, 노시환이 역전 적시타를 때려내며 7-6으로 리드를 잡았다. 그러나 리드를 잡은 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6회말 한화는 이미 전문 포수가 모두 엔트리에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한화는 이날 선발 포수로 지성준을 내세웠다. 그리고 6-6 동점이던 6회말부터 주전 포수인 최재훈을 교체 투입했다. 접전 상황에서 안방에 안정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최재훈을 투입해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하겠다는 벤치의 복안이었다. 하지만 벤치의 전략전인 판단이 예상치 못한 변수를 가져왔다.
6회말 선두타자 오윤석을 상대하는 과정에서 최재훈이 파울 타구에 오른쪽 목 부위를 강타 당해 일어나지 못한 것. 최재훈은 더 이상 경기를 소화할 수 없는 상태였다. 포수 자원이 모두 사라진 상황에서 한화는 결국 신인 노시환에게 포수 마스크를 씌울 수 밖에 없었다. 노시환은 지난해 경남고 3학년 시절 한 차례 포수로 출장을 한 경험이 있지만 최소 3이닝 이상을 맡아줄 수 있을지는 당연히 의문이었다.
일단 노시환이 투입된 뒤 6회말 상황은 실점 없이 마무리 했고, 노시환이 7회초 역전타를 때려냈다. 노시환이 경기를 지배하는 하루가 되는 듯 했다.
하지만 포수 부재의 변수는 결국 대형 폭탄이 되어 터졌다. 전문 포수의 부재는 투수와 벤치 모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7회말을 한화는 넘기지 못했다.
한화는 7회말 1사 후 임준섭에서 투수를 송은범으로 교체했다. 송은범은 투심을 주 무기로 하면서 무브먼트가 많은 공을 던진다. 노시환이 받기에는 다소 힘겨울 수 있는 투구 유형이었다. 결국 송은범은 쉽사리 안정을 찾지 못했다. 첫 타자 정훈에 볼넷을 내줬다. 여기에 도루 저지도 문제였다. 정훈에 곧장 2루 도루를 허용했다. 후속 대타 손아섭에게도 볼넷을 내줬다. 전준우를 투수 땅볼로 잡아내며 한숨을 돌리는 듯 했지만 결국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바뀐 투수 박상원 역시 공의 움직임이 심하다. 포크볼과 슬라이더 등 떨어지는 공이 주무기다. 블로킹이 익숙치 않은 노시환이기에 박상원도 부담이었다. 결국 이대호를 자동 고의4구로 내보낸 뒤 2사 만루 상황 대타 채태인 타석에서 박상원이 던진 슬라이더가 원바운드 됐고 노시환이 블로킹 하지 못했다. 결국 7-7 동점이 됐다. 이후 채태인에게 2타점 2루타를 얻어맞고 7-9로 역전을 허용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한화 벤치, 그리고 급히 포수 마스크를 쓴 노시환에게는 가혹했던 하루였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