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추'→봉준호 진화"..'기생충' 송강호x이선균, 칸도 인정 가족희비극 [종합]
OSEN 하수정 기자
발행 2019.04.22 12: 46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가 뭉친 기대작 '기생충'이 한국 관객들과 칸 영화제를 동시에 사로잡을 수 있을까.
22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로 웨스틴 조선호텔 서울 1층 그랜드볼룸에서는 영화 '기생충'의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연출을 맡은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주연 배우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 등이 참석했다.
'기생충'(감독 봉준호, 제작 바른손이앤에이, 제공배급 CJ엔터테인먼트)은 전원백수인 기택(송강호 분) 네 장남 기우(최우식 분)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 분) 네 집에 발을 들이고, 이렇게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22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영화 ‘기생충’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봉준호 감독, 배우 최우식, 조여정, 장혜진, 박소담, 이선균, 송강호가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sunday@osen.co.kr

봉준호 감독의 7번째 장편영화이자, '마더' 이후 10년 만에 내놓은 한국영화다. '마더'를 찍고, '설국열차'와 '옥자'를 내놨지만, '설국열차'는 출연 배우 90%가 외국 배우들이었고, 대사 역시 영어로 이뤄졌다. '옥자'는 미국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가 제작비 100%를 투자한 영화로, 극장 개봉없이 넷플릭스에서만 공개됐다. 
특히 지난 18일(현지시간) 칸영화제 집행위원회 공식 발표에 따르면, '기생충'은 오는 5월 14일 개막하는 제72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하면서 황금종려상에 도전하게 됐다. 봉준호는 2년 전 '옥자'에 이어 두 번째로 경쟁 부문에 초청되는 영광을 안았다. 칸의 선택을 받은 봉준호 감독은 '괴물'(2006년 감독 주간), '도쿄!'(2008년 주목할 만한 시선), '마더'(2009년 주목할 만한 시선), '옥자'(2017년 경쟁 부문)에 이어 본인의 연출작으로만 5번째 칸에 초청됐다.
22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영화 ‘기생충’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봉준호 감독이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sunday@osen.co.kr
봉준호 감독은 "훌륭한 배우 분들을 모시고 영화를 촬영한 영광을 누렸다. 기쁜 작업이었다"며 "설레면서 초조하기도 하다. 개봉 시즌이 다가오니까 마음이 복잡하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영화에 '기생충'이 나오진 않는다. 모든 캐릭터의 몸에 기생충이 있는 내용은 아니다. 아주 위생적으로 완벽한 캐릭터다. 흔히 고등학교 국어 시간에 '님의 침묵'이러면 님은 뭐지? 하면서 국어 참고서에 나오는데, 기생충도 영화를 보고 나면 의미를 추측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예고편 내레이션을 맡은 배우 박정자에 대해 "박정자 선생님은 존경하는 영화인이다. 예고편 녹음이 끝났다는 얘기를 듣고, 해외에서 바로 직접 감사의 전화를 드렸다. 너무 멋지게 녹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더니, '영화 찍을 땐 연락 안 하고 왜 예고편 할 때 연락하냐'고 하시더라.(웃음) 전설적인 목소리를 가진 분이라서, '기생충'의 독특함과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데 박정자 선생님만한 분이 없다고 생각했다. 안타깝게 본편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예고편을 통해 영화를 알리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것 같다"며 감사한 마음을 내비쳤다.
'기생충'으로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봉준호 감독은 "영광스럽고 떨린다. 송강호 선배님이 나보다 더 많이 칸영화제에 갔고, 처음 가는 배우도 있다. 그런 것을 다 떠나서 늘 새롭고 긴장되는 곳인 것 같다. 가장 뜨겁고, 열기가 넘치는 곳에서 신작을 처음 선보인다고 생각하니 기쁘다. 그렇지만 약간 그런 생각도 있다. 외국 관객들이 100%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워낙 한국적인 영화고, 한국 관객들만 봐야만 뼛속까지 100% 이해할 수 있는 디테일이 포함돼 있다. 칸을 거쳐 한국에서 개봉할 때 가장 설레는 순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며 소감을 드러냈다. 
22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영화 ‘기생충’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배우 송강호가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sunday@osen.co.kr
송강호는 극 중 생활고 속에서도 가족애가 돈독한 전원백수 가족의 가장 기택 역을 맡았다. 직업도 대책도 없어서 아내 충숙에게 잔소리를 듣지만 늘 태평하다. 연이은 실패로 계획해봐야 될 리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아들 기우가 부잣집 과외 선생이 되자 이를 시작으로 평범하게 먹고 살 희망을 품는 캐릭터다. 
'기생충'은 봉준호 감독과 그의 페르소나 송강호가 4번째로 호흡을 맞춘 작품이다. 앞서 두 사람은 2003년 '살인의 추억', 2006년 '괴물', 2013년 '설국열차' 등을 함께 작업했으며, 한국영화계 '환상의 콤비'로 불린다. 
송강호는 '괴물'(2006년 감독 주간), '밀양'(2007년 경쟁 부문),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년 비경쟁 부문), '박쥐'(2009년 경쟁 부문)에 이어 5번째 칸의 레드카펫을 밟게 됐다.
송강호는 "영화를 너무 기대해 주셔서 감사드린다"며 "운 좋게 그동안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좋은 작품들과 진출했다. 내가 상을 받진 못했지만, '밀양' 여우주연상, '박쥐' 심사위원상 등을 받았다"며 이번에도 좋은 결과를 기대했다.
송강호는 봉준호 감독과의 작업에 대해 "개인적으로 '살인의 추억'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느낌과 비슷하다. '괴물', '설국열차'는 또 다른 장르적인 묘미와 즐거움을 줬다면, '살인의 추억' 이후 16년이 지난 뒤, 봉준호 감독의 놀라운 진화이자, 한국영화의 진화라고 생각한다. 그런 것을 발견할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작품을 궁금하게 했다.
또, 송강호는 "'살인의 추억'이 2002년부터 촬영을 시작 했으니까, 거의 20년 동안 알고 지냈다. 인간적인 믿음도 있겠지만, 봉준호 감독이 추구하는 작품의 세계, 비전이 감동적이고 감탄스러운 부분이 많다. 작업을 할 때도 은근히 즐기면서 한다. 어떤 창의적인 것도 다 받아들일 것 같은 느낌이었다. 어떤 것도 다 받아들일 것 같은 예술가로서 경지가 느껴졌다. 많은 자극을 받고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봉준호 감독은 "지난 16년 동안 4편의 작품을 송강호 선배님과 함께 할 수 있어서 기쁘고, 영광이었다. 영화의 어떤 역할을 부탁드리기보다, 항상 정신적으로 많이 의지했다. 이번 '기생충'도 그렇다. 강호 선배님과 있으면 영화를 찍으면서 더욱 과감해지고, 의지가 되는 선배님이다. 이번에도 너무 좋았다. 최우식보다 아주 근소한 차이로 대사 한 줄 정도 분량이 적지만, 분량과 무색한 존재감을 드러내셨다. 메시와 호날두가 경기에 존재하면 작은 동작 하나만으로도 경기의 분위기와 수준을 다르게 만든다. 송강호 선배님은 배우로서 그런 존재다. 영화 전체의 흐름을 규정해버리는 강호 선배님의 위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극찬했다.
22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영화 ‘기생충’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배우 이선균이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sunday@osen.co.kr
이선균은 글로벌 IT기업의 젊은 CEO 박사장을 연기했다. 회사를 스스로 일군 유능함에다 유명 건축가가 지은 저택, 아름다운 아내와 귀여운 딸과 아들 등 기택과는 여러모로 대조적인 가장이다. 일이 바빠 가정의 대소사는 아내에게 일임하고 있지만, 고용인들에게 언제나 친절한 매너를 잃지 않는 인물이다. 
이선균은 '끝까지 간다'(2014년 감독 주간) 이후 '기생충'으로 2번째 칸의 초청을 받았다. 
이선균은 "'끝까지 간다'로 초청됐지만, 그땐 사정상 가지 못했다. 이번에 처음으로 칸에 갈 것 같다. 그런데 최우식보다 분량이 적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송강호는 "이선균이 최우식보다 분량은 굉장히 적지만 즐겁게 작업했다"며 웃었다.
봉준호 감독과 처음으로 작업한 이선균은 "제안을 하셨을 때 믿기지 않았다. 이런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이 너무 흥분됐다. 마치 대학교 입학할 때 신입생이 된 느낌이었다. 처음 만날 때 너무 떨렸다. 내가 원래 1차에서 잘 안 취하는데, 그날 만큼은 취해서 감독님과 송강호 선배님께 너무 고맙다고 인사를 많이 했다. 그런데 출연 결정을 하고 대본을 받았는데 생각보다 분량이 많지 않아서 '리액션이 과하지 않았나' 싶었다"고 고백해 웃음을 안겼다.
22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영화 ‘기생충’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배우 조여정이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sunday@osen.co.kr
조여정은 박사장의 아내이자, 순진하고 심플한 사모님 연교를 맡았다. 아이들 교육과 고용인 채용, 관리 등 가정일을 전적으로 맡아 책임지고 있다. 성격이 심플하고 좋게 말해 순진해서 남을 잘 믿지만, 정작 본인은 그런 점을 모른다. 미술영재 같으면서도 몹시 산만하고 엉뚱한 둘째 다송이 때문에 고민을 안고 있다. 
조여정은 "봉준호 감독님 작품이니까 아주 작은 역할이라도 무조건 해야지 생각했는데, 다행히 생각보다 역할이 크더라. 더없이 행복하게 작업했다"며 미소를 보였다.
22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영화 ‘기생충’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배우 최우식이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sunday@osen.co.kr
최우식은 네 번의 대입 실패 후 아르바이트나 부업을 하며 백수로 지내는 장남 기우를 연기했다. 불평불만 없이 늘 긍정적인 청년으로 교환학생을 가게 된 명문대생 친구의 부탁을 못이기는 척, 가짜 재학증명서를 들고 박사장 네 과외 면접을 보러 간다. 고정수입이 절실한 온 가족의 희망으로서, 나름의 책임감을 갖고 노력하는 캐릭터다. 
최우식은 '부산행'(2016년 비경쟁 부문)과 '옥자'(2017년 경쟁 부문)에 이어 3번째로 칸 영화제에 진출하는 기쁨을 누리고 있다. 
최우식은 "현장에 있을 때도 긴장됐지만, 지금 이 자리도 너무 긴장된다"며 "'옥자' 시사회가 끝나고 뒷풀이에서 저녁을 먹을 때 감독님이 앞으로 '뭐 할 거야?'라고 하시더라. 운동 열심히 할 거라고 했더니, 운동은 나중에 하고 마른 체형으로 하면 좋겠다고 힌트를 주시더라. 다음에 '기생충'을 같이 하자고 제안을 주셨다"며 출연 과정을 공개했다. 
봉준호 감독와 두 번째 작업인 최우식은 "'옥자'는 처음이었고, 갖고 있는 부담감이 많아서 놀지 못했다. 이번에는 2번째 만남이라서 좀 더 편해졌다. 실제로 작업을 해보니까 아무리 뭘 해도 감독님이 좋게 만들어주시더라. '이렇게 하면 실수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없어질 정도로 여러가지 많이 시도를 해보고, 그냥 막 연기했다. 다른 현장과 좀 다른 것은 동선이 일반적인 동선과 달라서 많이 배울 수 있었다"고 답했다.
 
22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영화 ‘기생충’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배우 박소담이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sunday@osen.co.kr
박소담은 미대에 떨어지고 학원비도 없어 오빠와 마찬가지로 백수로 지내는 기우의 동생 기정으로 분했다. 가족 중 가장 현실적이고 야무지며 어떤 경우에도 당당하다. 박사장네 미술 과외 면접을 보게 되면서, 가족 고정수입의 두 번째 희망으로 떠오른다. 
박소담은 "오래 쉬고 있을 때 '기생충' 출연 제의 연락을 받았는데, 얼떨떨하고 믿기지 않았다. 송강호 선배님의 딸로 나온다고 해서 그 부분이 가장 끌렸다. 굉장히 벅차 오르더라.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 우식 오빠 보다는 비중이 적지만 너무 재밌을 것 같았다. 같은 구성원의 두 가족이 만나서 우리가 살아가는 삶을 보여 준다는 게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22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영화 ‘기생충’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배우 장혜진이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sunday@osen.co.kr
장혜진 전원백수 가족의 아내이자 엄마 충숙을 연기했다. 전국체전 해머던지기 메달리스트 출신으로 하는 일마다 안 풀리는 남편과 살아서 상대적으로 박력 있고 다부지다. 무능한 가장 때문에 애들까지 고생이다 싶어 기택을 구박하지만, 은근히 부부 사이는 좋다. 장남 기우가 고액 과외 자리를 소개받자, 고정수입을 향한 기대에 부푼다. 
'우리들'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 준 장혜진은 시나리오를 보고 다른 배우를 추천했다. 그는 "시나리오를 받기 전, 감독님과 첫날 카페에서 미팅을 했다. 일상적인 수다만 떨었는데, '왜 날 부르셨을까?' 싶었다. 감독님이 마지막에 체중을 좀 더 늘리면, '기생충'에서 강호 선배님의 아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때 다른 분이 떠올라서 추천을 드렸는데, 나한테 제안을 주셨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봉준호 감독은 "놀라운 영화 '우리들'에서 엄마로 나온 것을 보고 연락을 드렸는데, 실제로 보니 굉장히 날씬해서 당황했다. 그렇다고 체중이 그렇게 중요하진 않았다"고 덧붙였다. 
체중을 증량한 장혜진은 "하루 6끼를 먹고 5kg를 찌웠고, 감독님한테 '이 정도면 됐나요?' 물어봤다. 봉준호 감독님이 맛있는 음식을 주면서 '더 드세요' 하더라. 그래서 15kg을 찌웠다"며 웃었다.
22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영화 ‘기생충’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봉준호 감독이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sunday@osen.co.kr
'기생충'이 2013년 시작됐다고 밝힌 봉준호 감독은 "그해 겨울에 지인에게 '이 스토리가 어떨까?' 얘기했다. 두 가족의 이야기에서 출발했고, 전혀 다른 환경, 전혀 마주칠 것 같지 않은 두 가족이 마주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궁금했다. 처음 구상해서 제작사 분들과 얘기를 나눌 땐 가제로 1년간 '데칼코마니'로 불렸다"고 했다.
봉준호 감독은 "평범한 사람과 부유한 사람이 마주칠 기회가 의외로 적다. 누가 경계를 쳐놓지는 않지만, 암묵적으로 공간이 나눠진다. 그러나 기우가 박사장 네 과외 선생님으로 가게 되면서 경계선이 허물어지고 영화의 모든 사건이 시작된다. 기우가 움직이면서 두 공간의 대비가 필요했다. 극과 극의 공간이 필요해서, 직접 설계했다. 크기의 차이부터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영화를 보면 더 생생하게 차이를 볼 수 있을 것 같다"며 작품을 향한 기대감을 높였다.
한편, '기생충'은 칸 영화제에서 경쟁 부문 공식 상영을 마치고, 국내에는 5월 말 개봉한다./hsjssu@osen.co.kr
[사진]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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