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캅스' 라미란, 이성경이 찰떡 케미를 발산하는 걸크러시 콤비로 뭉쳤다.
30일 오후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걸캅스'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주연 배우 라미란, 이성경, 최수영, 연출을 맡은 정다원 감독이 참석했다.
'걸캅스'(감독 정다원, 제공배급 CJ엔터테인먼트, 제작 ㈜필름모멘텀)는 48시간 후 업로드가 예고된 디지털 성범죄 사건이 발생하고 경찰마저 포기한 사건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뭉친 걸크러시 콤비 올케 미영(라미란 분)과 시누이 지혜(이성경 분)의 비공식 수사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에서는 클럽을 찾은 젊은 20대 여성들을 상대로 신종 마약을 사용해 기절을 시킨 뒤, 성폭행을 가하고, 이를 몰래 촬영해 디지털 성범죄를 저지르는 등 최근 '버닝썬 사태'와 '정준영 몰카' 파문을 연상케한다.

"현실과 너무 맞닿아 있다"라는 질문에 정다원 감독은 "처음에 '걸캅스' 제작사 대표님이 여성 콤비물을 기획하셨고, 어떻게 하면 재밌게 혹은 거칠게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러다 디지털 성범죄 뉴스와 탐사 채널을 보게 됐다. 거기서 봤던 내용이 이러한 범죄자들은 잡아도 미약한 처벌과 잡기도 어렵다고 하더라. 우리 사회에 그 범죄가 만연해 있다고 생각한다"며 연출 과정을 밝혔다.
이어 "최근 사태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한다. 유명 연예인들이 연루된 일이라서 지금 이슈화되는 것이지, 그 전부터 만연해 있었다. 그들을 유쾌하게 통쾌하게 잡을 수 있다면, 관객들도 경각심과 통쾌함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서 연출하게 됐다"며 '버닝썬 사태'를 언급하며 기획의도를 공개했다.
정다원 감독은 "배우들의 이미지에 타격을 줄까 봐 걱정이 많다. 때론 일반 대중 분들이 배우들의 연기와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고 무분별하게 악플을 달더라. 그런 일이 없으면 좋겠다. 우리가 따로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없고, 많은 분들이 영화를 영화로 봐주시면 좋겠다. 아직 현실에서는 정확히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겠지만, 현실과 비슷한 영화를 통해서 해결하는 과정을 재밌고, 유쾌하고, 오락영화 보는 것처럼 봐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라미란은 극 중 민원실 퇴출 0순위 전직 전설의 형사 미영을 맡았다. 1990년대 여자 형사 기동대에서 에이스로 맹활약을 펼쳤던 전설의 형사였지만, 결혼과 동시에 출산 및 육아라는 현실의 벽에 부딪히며 매서운 손맛으로 범인을 잡는 대신 자본주의 미소로 고객을 맞이하는 민원실 주무관이 된다. 민원실 퇴출 0순위의 위태로운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우연히 목격한 사고가 심상치 않은 사건임을 알게 되고, 잠들었던 수사 본능이 깨어나는 인물이다.
라미란은 "영화 48편, 나이 48살, 이번에 첫 주연을 맡게 된 라미란이다"며 "뭐든 자신 있게 하려고 한다. 영화를 잘 보셨는지 모르겠다"며 긴장했다.
영화에서 강도 높은 액션 연기를 소화한 라미란은 "부담스럽기도 하고, 떨리고, 내가 해낼 수 있을까 그런 생각도 했다. 사실 강도 높은 액션까진 없다. 다들 이정도는 한다"며 웃더니, "지금도 첫 선을 보이는 자리라서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하다. 어쨌든 내가 걸어가야 할 길이라면, 그에 대한 평가도 달게 받아야 될 것 같다. 앞으로 이런 시도들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잘 됐으면 좋겠다. 어떤 의식이나 이런 것을 떠나서 오락 영화이고, 감독님이 내가 잘 할 거라고 믿어 주신 것 같다. 진지하게 했는데, 즐겁게 봐주시면 좋겠다. 지금 무척 떨린다"고 고백했다.
후배 이성경, 최수영 등과 호흡을 맞춘 라미란은 "내가 남자 분들과도 케미가 좋은데, 여자 분들과도 케미가 좋은 것 같다.(웃음) 이번에도 거의 다 여자였다. 촬영할 땐 정말 가리는 게 많이 없어서 편했다. 서로의 못난 모습을 보여줘도 신경 쓰지 않았고, 현장에서도 편했다. 뭔가 부끄러움 없이 했던 것 같다. 동생들이 너무 잘해주고, 오히려 영감을 얻은 부분도 많다. 그 과정에서 좋은 케미스트리가 생겼다. 내가 집에서 막내인데, 밑으로 동생이 더 생긴 것 같다. 이 친구들이 한 계단씩 올라가야 하니까, '앞에 길을 잘 닦아놔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설명했다.
"여성들에게 특별히 주고 싶은 메시지가 있었느냐?"라는 질문에 "성범죄 피해자 중에서 여자들이 많지만, 남성 분들도 피해자가 많다. 가해자나 피해자가 너무나 쉽게 돼 버린다. 피해자가 좀 더 용기내고, 숨지 않았으면 좋겠다. 무의식 중에 우리도 가해자가 될 수 있다. 그런 생각을 하면 좋겠다. 거창한 메시지보다 한번쯤 '나도 그럴 수 있구나, 남의 일이 아니구나' 생각해보고, 우리 생활에 밀착해 있다고 느낀다면, 절반의 성공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성경은 민원실로 밀려난 현직 꼴통 형사 지혜를 연기했다. 과한 열정과 욱하는 성격으로 말보다 주먹이 앞서는 강력반의 꼴통 형사로 통한다. 어느 날 사고를 친 후 징계를 받게 되고, 하필이면 앙숙 관계인 올케 미영이 있는 민원실로 밀려난다. 그곳에서 우연히 디지털 성범죄 사건의 피해자를 만나고, 경찰 내 모든 부서들이 복잡한 절차를 이유로 제대로 수사에 나서지 않자,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직접 나선다.
극 중 고난도 카체이싱을 소화한 이성경은 "나보다 라미란 선배님이 수고했다. 영화에서 탄력감 있는 액션을 보여주고 싶었고, 발차기 감을 잡는 연습을 했다"며 "운전할 때 카메라도 안전한 상황에서 했지만, 카메라를 3~4대 달고 해서 잘 안 보이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굉장히 즐겁게 촬영했다”며 미소를 보였다.
이성경은 "사실 콤비가 남녀 혹은 남남, 나이 차이, 선생님과 제자 등 관계에 따라 케미가 다르다. 이번 영화는 올케와 시누이의 관계로 같은 성별을 가진 두 사람이 콤비가 된다. 그 과정이 누군가에게 힘이 된다면 너무 감사할 것 같다. 통쾌하게 나아가는 과정을 통해서 용기를 얻으실 수 있다면 감사하고 좋을 것 같다. 좋은 작품을 많이 만들어서, 사람들이 희망을 얻으면 좋겠다"고 했다.

최수영은 해커 뺨치는 욕설 9단 민원실 주무관 장미를 소화했다. 육두문자를 기본, 거친 입담을 지닌 민원실의 주무관이자 미영의 단짝 동료다. 각종 소문과 정보에 능통한데, 알고 보면 해커 뺨치는 능력의 소유자로 위치 추적은 물론 불법으로 얻어낸 엄청난 정보력으로 비공식 수사에 나선 걸크러시 콤비의 든든한 지원군이 돼주는 캐릭터다.
맛깔나는 욕설 연기를 선보인 최수영은 "대본으로 봤을 땐 그렇게 세다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첫 대사가 인상적이었다. 내가 영화를 한다면 개성 있는 캐릭터로 도전해보고 싶었고, 첫 대사의 인상이 강해서 끝까지 읽어보지도 않고 대표님한테 하겠다고 했다. 대본 리딩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욕을 자유롭게 해야했다. 그때 잘할 수 있다고 믿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또, 최수영은 "평소 말씨도 딱히 고운 편이 아니라 잘 소화할 줄 알았는데, 감독님이 '수영 씨 욕설이 어색한 것 같아요' 하면서 걱정하시더라. 촬영 날까지 평소에도 거칠게 살다가 와달라며 특별 주문을 받았다. 그런데 '걸캅스' 촬영 후에도 그 말투가 떠나지 않고 남아버린 불상사가 생겼다.(웃음) 걸그룹 출신이라서 부담스러운 면이 있었지만, 개성 있는 캐릭터를 하고 싶었고, 반전의 기회가 주어진 게 감사하다"며 만족했다.

"추천하고 싶은 장면이 있느냐?"는 질문에 정다원 감독은 "카체이스 부분은 정말 열심히 찍었다. 우리 영화는 되게 시원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우리 영화의 이슈가 여자 주인공들에 여자 형사, 그리고 버닝썬....아 죄송하다"며 급하게 수습해 웃음을 안겼다. 이어 "그런 사태까지 이슈화되면서 우리 영화가 그렇게만 보여지는 게 안타깝다. 하지만 자신있다. 시원하고 통쾌하고, 몰아치는 카체이스 등 오락 영화로 봐주시면 좋겠다. 이런 기획의 영화가 흔하지 않다. 흥행해서 2탄, 3탄 기획물로 만들어지면 좋겠다"며 바람을 드러냈다.
정다원 감독은 "제목이 '걸캅스'라고 해서 여성만을 위한 영화는 아니고, 남성 혐오적인 시선과 남녀 젠더 문제를 야기시키는 영화는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터넷에 네티즌들이 댓글로 '시나리오 유출', '감독 인터뷰 예상'이라고 써놨던데, 나도 다봤다. 재밌게 읽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분들도 영화를 많이 봐주시길 바란다. 영화 속에서 뻔한 클리셰를 어떻게 비켜가는지, 오그라드는 장면을 어떻게 빠져나가는지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걸캅스'는 오는 5월 9일 개봉한다./hsjssu@osen.co.kr
[사진] 박재만 기자 pjm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