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선이 "아동학대 문제를 불편하다고 해서 피하면 안 된다"며 많은 관객들이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했다.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격동 라디오엠 카페에서는 영화 '어린 의뢰인' 주연 배우 유선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어린 의뢰인’(감독 장규성, 제공제작 이스트드림시노펙스, 공동제공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공동제작 한국이노베이션・퍼니픽쳐스)은 오직 출세만을 바라던 변호사가 7살 친동생을 죽였다고 자백한 10살 소녀를 만나 마주하게 된 진실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다. 지난달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직후, 촘촘하고 섬세한 연출과 배우들의 열연 등이 호평을 받고 있다.

유선은 극 중 모든 진실을 감추고 있는 두 얼굴의 엄마 지숙을 연기했고, 이동휘는 10살 소녀가 자백한 충격적인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변호사 정엽을 맡았다.
이번 ‘어린 의뢰인’은 실제 2013년 경북 칠곡군에서 발생한 '칠곡 아동학대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장규성 감독은 담당 변호사를 만난 뒤, 사건의 가족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영화화를 허락받았다. 이후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시나리오를 준비해 드디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유선은 신작 '어린 의뢰인'을 비롯해 시청률 30%를 돌파한 KBS2 주말드라마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에도 출연 중이다. 큰딸 강미선 역을 맡아 워킹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모든 영화가 당시 열정과 혼신의 힘을 다해서 찍지만, 이번에는 유독 모두의 진심이 잘 담겨진 것 같다. 어쨌든 우리가 의도 했던, 내고자했던 목소리가 영화에 잘 담겼다. 영화를 먼저 본 관객 분들이 주변에 꼭 보라고 권해주고 싶은 영화라고 하더라. 그런 피드백을 보면 뭉클하다. 많은 분들이 볼 수 있게, 남은 시간 홍보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며 말문을 열었다.
시나리오를 받기 전부터 '아동학대 홍보대사'로 활동한 유선은 "아이를 키우고 있는 입장에서, 아이가 얼마나 사랑을 먹고 자라서 그 안에서 긍정적인 정서와 성품이 자라는지 안다. 그런데 흔히 아동학대는 친부모에 의한 학대가 80%가 넘는 게 충격이었다. 내 아이를 가르치고 훈육한다는 이유만으로 감금하고, 때리는 등 정서적으로 학대한다. 어른들의 복잡한 스트레스를 고스란히 아이한테 표출하는 거다. 이런 주변의 현실과 문제 의식을 영화를 통해 일깨워주고, 변화를 이끌어내고 싶었다. 배우라는 직업을 이용해 보다 적극적으로 알릴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감독님을 포함해 영화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이 사명감을 갖고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홍보대사를 맡은 이유에 대해선 "아이를 낳고 부모가 되면 내 새끼가 소중한 만큼, 다른 아이도 소중하게 느껴진다. 한 명, 한 명, 아이들이 소중하고 남다르게 보인다. '저 아이도 우리 아이처럼 사랑을 받고 성장해서 저렇게 됐구나' 싶다. 내가 비로소 엄마가 돼보니 아이가 자라는 환경의 소중함도 깨닫게 됐다"며 미소를 보였다.

유선은 최근 언론시사회에서 질의응답을 하던 중 눈물을 보였다. 이에 대해 "그 역할을 하면서 어렵고 힘들었을 것 같다는 질문을 받았는데, 날 이해해준다는 느낌을 받아 감동이었다. 이번에 힘든 캐릭터를 한다고 해서 투정을 해 본 적이 없다. 그러다 촬영 중간 감독님한테 볼멘소리로 '내가 이걸 왜 한다고 한 거지? 왜 이 작품에 꽂힌 거야?' 한 적이 있다.(웃음) 그거 말고는 누구한테도 말하지 못하고 내가 짊어져야 하는 숙제였다. 그런데 이 과정도 고통스럽고, 어떤 작품의 캐릭터보다 심적으로 힘들었다. 그걸 알아주시는 느낌이 들어서 감정이 북받쳤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시사회가 끝나고 주변 분들이 내 손을 잡고 '얼마나 힘들었니?'라고 하더라. 내 역할이 워낙 강해서 그랬던 것 같다. 그 과정을 이해받은 느낌이었다. 지금 한 아이의 엄마인데 '이런 역할을 하기까지 힘들었겠구나'하는 마음을 읽어주신 것 같다"고 밝혔다.
계모 캐릭터로 분해 욕설 연기도 선보인 유선은 "감독님이 지숙은 기존의 계모와 다르면 좋겠다고 하셨다. 내가 캐스팅된 순간부터 조금 다른 느낌의 지숙이 표현되길 바라셨다. 초반에는 욕도 거의 없었고, 직접적인 폭행도 없었는데, 캐릭터 표현에 한계가 있더라. 그래서 포인트를 준 게 평상시에는 멀끔하게 자신을 치장하고 아이들을 잘 돌보지만, 아이와 둘만 있으면 본색을 드러낸다. 그리고 감정이 터져 나오면 욕을 하는 설정이 추가 됐다. 감독님이 지숙이 법원에서 막판에 광기를 보여주면 좋겠다고 해서 급하게 대본 밑에 내가 아는 욕을 다 썼다.(웃음) 아는 욕의 범위가 많지 않아서 어떤 분은 욕이 반복되는 거 아니냐고 하시더라"며 웃었다.


앞서 2011년 개봉한 공유 주연의 '도가니'는 흥행은 물론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 결과 아동 및 장애인 성폭력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도가니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유선은 "'어린 의뢰인'도 그런 영향력이 생기면 좋겠고, 실제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참여했다. 우리나라의 아동학대 처벌이 가장 약하다고 하더라. 실제 사건도 15년 징역형을 받았다고 하던데, 가족들은 선고가 있던 날 형량이 너무 약해서 쓰러졌다고 들었다. 범죄자는 아이가 성장했을 때 교도소에서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외국 같은 경우는 최소 무기징역 아니면 사형이다.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게끔 형벌을 정해놨다. 아이를 상대로 한 범죄는 용서받을 수 없는 법적 기준이 서 있는데, 우리나라는 약한 것 같아서 안타깝다. '돈 크라이 마미'를 찍을 때도 느꼈는데, 청소년 관련 법이 약했다. 청소년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미성년자라서 보호한다는 이유로 법의 허점이 있다. 이번 영화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다 같이 목소리를 내고 영향력을 미친다면 최고의 성과를 내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12년 개봉한 '돈 크라이 마미'에서는 성폭행을 당한 딸을 둔 엄마로 열연해 피해자의 심정을 표현했고, '어린 의뢰인'에서는 반대로 가해자 캐릭터를 연기했다. 극과 극을 오가는 캐릭터를 선택하는 이유는 뻔한 역할보다는 새로운 캐릭터에 호기심이 생기기 때문이다. "내가 하면 어떨까? 바로 상상되지 않는 그런 역할에 흥미와 매력을 느끼고, 도전 의식이 생긴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유선은 "우리 영화 댓글에 '자식이 있으니 이런 영화는 못 보겠네요'라는 글이 있더라. 불편하다는 이유로 피하면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 막상 그 안으로 들어가 보면 문제가 훨씬 더 심각하다. 나도 아동학대 홍보대사를 하기 전에는 아이들 관련 사건, 사고가 터지면 끔찍해서 안 봤다. 그런데 지금은 심각성을 제대로 알고 그걸 알리는 사람이 됐다. '끔찍해서 어떻게 봐'라고 생각하면 전혀 변화를 일으키지 못하고 수동적인 상태로 머문다. 문제의 심각성을 공유하고, 이야기해야 세상이 바뀔 수 있다. 선입견 없이, 가슴 아프고 안타까운 생각이 들수록 진실을 마주했으면 좋겠다"며 바람을 내비쳤다.
한편, '어린 의뢰인'은 오는 22일 개봉한다./hsjssu@osen.co.kr
[사진] 이스트드림시노펙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