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식이 첫 영화 '배심원들' 촬영, NG 에피소드부터 오는 6월 수방사 입대를 앞둔 소감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밝혔다.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슬로우파크에서는 영화 '배심원들'의 주연 배우 박형식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배심원들'(각본감독 홍승완, 제공배급 CGV아트하우스, 제작 반짝반짝영화사)은 2008년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된 국민참여재판의 실제 사건을 재구성한 작품이다. 첫 국민참여재판에 어쩌다 배심원이 된 보통의 사람들이 그들만의 방식으로 조금씩 사건의 진실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박형식은 극 중 포기를 모르는 청년 창업가 8번 배심원 권남우로 열연했다. 끈질긴 질문과 문제 제기로 재판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이끄는 것은 물론, 재판장과 동료 배심원의 눈총을 받으면서도 의심의 여지가 사라질 때까지 되묻기를 반복하는 엉뚱한 매력을 발산한다.
그는 "캐스팅 된 계기가 감독님이 예능 '진짜사나이'때 아무것도 모르고 하나씩 배워가는 내 모습을 보고, 남우와 닮았다고 했다. 그 예능이 벌써 4~5년 전이고, 지금 20대 후반이 돼서 만나니까 감독님이 상상한 모습과 내 모습이 조금 달랐다. 내가 조금 덜 순수하고, 이미 세상을 알게 된 거다.(웃음) 캐릭터를 연구하니까, 감독님이 그냥 아무생각 없이 하면 된다고 하시더라. 나한테 연구하지 말라고 하셨다. 그리고 실제 촬영장에 가니까 사전에 나눴던 의견이 다 사라지고, 감독님이 새로운 모습을 원하셨다. 예고편에 '배심원 제도가 있는지 처음 알았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때 멘붕이 와서 27번 가까이 테이크를 갔다"고 털어놨다.
이어 "결국 문소리 선배님한테 SOS를 쳤다. 감독님과 미팅 때 했던 얘기가 다 사라지니까 혼란스럽더라. 정말 문소리 누나 밖에 없었다. 문소리 선배님이 실질적인 어떤 연기지도를 해준 건 아니고, '난 첫 데뷔작이 이창동 감독님의 '박하사탕'이었다. 30~40번 테이크가 기본이었다. 너도 100번 테이크 가도 되니까 편하게 하라'고 해주셨다. 첫 촬영에서 굉장히 긴장했는데, 선배님이 토닥여주셔서 힘이 됐다"며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영화는 만족스러웠나?"라는 질문에 박형식은 "내 입으로 말하긴 민망하지만(웃음) 촬영 하면서 너무 재밌었다. 개인적으로 연기적인 부분에 아쉬운 점도 있지만, 영화는 전체적으로 잘 나온 것 같다. 감독님이 의도하신 부분도 촬영할 땐 몰랐는데, 완성된 영화를 보니까 '이런 의미였구나' 싶다. 아마 본인 연기를 보고 만족하는 배우는 없을 것 같다. 나도 마찬가지다. '저 부분에서 다르게 표현해 볼 걸' 싶더라. '다른 감정을 담아볼 걸, 다른 건 없었을까?' 그런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배심원들'은 개봉을 앞두고 언론 시사를 일찍했는데, 보통 작품에 자신이 있을 때 시사 일정을 빨리 잡기도 한다. 이에 대해 박형식은 "그래서 지금 가시 방석이다. 아직 개봉이 한참 남았는데, 여기저기서 평가가 이뤄지니까 '개봉 전까지 이렇게 마음을 졸이고 있어야 하나?' 싶더라. 그런데 반응이 좋아서 다행이다"며 안심했다.


지난 2010년 아이돌 그룹 ZE:A(제국의아이들)로 데뷔한 박형식은 예능을 거쳐 가수 활동을 끝내고, 연기자로 변신했다.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본격적으로 대중의 눈에 띄며 폭넓은 사랑을 받았고, 안정적인 연기력을 바탕으로 끊임없는 러브콜을 받았다.
그동안 '시리우스', '나인', '가족끼리 왜 이래', '상속자들', '상류사회', '화랑', '힘쎈여자 도봉순', '슈츠' 등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를 통해 탄탄한 연기력과 다채로운 매력을 인정받았고, 이번에 '배심원들'을 통해 첫 상업영화에 도전했다. 지난해 한지민과 단편 '두개의 빛: 릴루미노'를 선보이긴 했지만, 스크린에 정식 개봉되는 상업 장편 영화는 '배심원들'이 처음이다.
첫 영화 작업에 대해 박형식은 "어떻게 보면 드라마가 더 두렵다. 드라마는 기본적으로 모니터가 안 되고, 하루 하루 촬영하는 분량도 많다. 그야말로 감독님을 믿고 OK 하시면 넘어가야 한다. 결국에는 방송 때 피드백을 받아야 되는 상황이다. 오히려 영화는 연기를 하고 뭔가 걸리면 '한 번만 보고 해도 될까요?'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영화가 아주 넉넉한 것은 아니지만, 서로 상의를 하면서 더 좋은 장면을 연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기돌 시작부터 논란은 없었던 것 같다"라는 말에 박형식은 "아니다. 나도 있었다. 아이돌 때 유명하지 않아서 그렇지, 초반에 발연기를 많이 했는데 사람들이 관심이 없었다"고 답해 주변을 폭소케 했다.
그는 "지금봐도 창피하고 역사 속에서 지워버리고 싶지만, 다행히 대중들은 관심이 없었다. 나도 현장에서 많이 혼나고, 얼굴도 빨개지는 그런 상황을 겪었다. 그 과정을 겪으면서 어느 정도 배우고 '연기 곧 잘하네' 얘기를 들을 때, 사람들이 알아봐주기 시작했다. 그때 작품이 '바보엄마' '나인' 등이다. 그런데 예전 작품들은 묻어둬야 한다. 이제 군대 가는데, 그 영상들이 나와서 돌아다니면 어떡하냐"고 걱정해 웃음을 자아냈다.
'배심원들'을 작업 하면서 많이 배웠다는 박형식은 "드라마에서는 각자 캐릭터의 특징적인 부분을 연구해서 짧은 시간 안에 합을 맞춰 작품을 만들었는데, 영화는 좀 다르더라. 작품을 대하는 태도를 비롯해 이번에는 진짜 뭔가를 하려고 하지 않았다. 감독님 의도대로 맞춰서 편하게 연기했다"고 얘기했다.


드라마, 영화 등 활발하게 활동하던 박형식은 1991년생으로, 올해 '배심원들'을 마지막으로 6월 10일 입대할 예정이다. 소속사 UAA 측은 "올해 초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 헌병대에 지원해 지난 4월 26일 최종 합격 통지를 받았다"고 알렸다.
박형식은 "원래 입대 소식을 알리고 싶지 않았는데, 알려져서 요즘 '대놓고 갑니다' 하고 있다. 갔는지, 안 갔는지도 모르게 조용히 다녀오고 싶었다. 군대를 가면 정말 정해진 휴식기 같다고 느껴지더라. 앞으로 '2년은 못 나온다' 이렇게 갇혀버린 느낌이었다. 보통 사람들은 눈 앞에 보이지 않으면 크게 관심이 없다. 그런데 '군대를 갔다' 그러면 보내버리신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박형식은 아이돌로 함께 활동한 임시완이 최근 제대한 것에 대해 "형은 이미 주연작도 많이 했고, 동생의 입장에서 크게 걱정이 되지 않았다. 형이 듬직해보였다. 그런데 난 '배심원들'이 첫 영화이고, 개봉 하자마자 입대해야 하니까 뭔가 더 달리고 싶은데 막히는 느낌을 있었다. 아쉬운 마음도 있지만,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니까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며 덤덤한 표정을 보였다.
수방사에 지원한 이유를 묻자 박형식은 "예능 '진짜사나이'를 하면서 고생을 많이 했는데, 이게 장점이라면 다양한 부대를 경험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본인이 다녀온 부대가 제일 힘들다고 한다.(웃음) 모든 부대가 힘들다면, 내가 재밌었던 곳,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을 가고 싶더라. 그럼 선택은 지원밖에 없었다. 예전에 수방사에서 '스나이퍼 박'으로 사격을 잘했다. 당시 관계자 분들이 '형식 씨 군대 가시면 여기로 오셔야 겠다'고 하더라. 그 칭찬이 사람을 들뜨게 했다. 이미 몇년 전 기억이지만, 날 환영해주고 칭찬해 준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다. 영업 당했다"며 웃었다.
"임시완이 조언을 해준 게 있느냐?"는 질문에 박형식은 "남자끼리 위로나 이런 것은 없었고, 시간은 금방 간다고 하더라. 또 막상 입대하면 안 그렇겠지만, 형도 사회에 나와 보니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고 했다"고 답했다.
박형식은 "내가 입대한 이후에도, 우리 '배심원들'이 잘 돼서 길게 상영하고, 계속 두고두고 봐야하는 영화가 되면 좋겠다. 어쨌든 입대 전 마지막 작품이고 사람들한테 좋은 기억으로 남아서, 다녀왔을 때도 기대감을 심어줄 수 있다면 감사할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한편, '배심원들'은 오는 15일 개봉한다./hsjssu@osen.co.kr
[사진] 매니지먼트 U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