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야구’는 한 때 KBO리그를 관통하는 하나의 트렌드였다. 빠른 선수들이 누상에 출루하면 스피드로 한 베이스를 더 점유해 득점 기회를 창출하고, 상대 배터리를 흔드는 패턴으로 공격을 펼쳤다. NC는 발야구의 대표주자와 같은 팀이었다. 지난 2015년, NC는 204개의 팀 도루를 기록하기도 했다. 10구단 체제가 시작된 2015년부터 지난 시즌까지 최다 도루 팀 역시 NC(478개)였다.
하지만 타고투저의 기운이 리그를 점령하면서 도루 의존도는 점점 떨어졌다. 공인구의 반발계수가 줄어들면서 이를 줄어드는 홈런에 의한 득점 비율을 상쇄시키기 위해 도루의 의존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됐지만, 이러한 예상도 빗나갔다. 리그 전체적으로 봐도 지난해 경기 당 1.29개, 올해는 지난 10일 기준, 경기 당 1.30개로 유의미한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
NC도 다르지 않았다. 과거 ‘발야구의 팀’으로 회귀하지 않았다. 특히, 연이은 부상 선수들의 속출로 인해 교훈을 얻고 있다.

NC는 주축 야수 2명이 이탈해 있다. 모두 한 베이스를 더 점령하기 위해 스피드를 끌어올리다가 부상을 당했다. 시즌 초반 최다 안타와 수위 타자 경쟁을 펼치던 모창민은 4월 10일 광주 KIA전 2루 도루를 시다하다가 오른쪽 햄스트링 부상을 당해 현재 한 달 넘게 1군에서 빠져 있다.
최근에는 한 베이스를 더 차지하기 위한 과정에서 끔찍한 결과와 마주했다. 지난 3일 창원 KIA전 2회말 2루타를 치고 나간 나성범이 상대 폭투 때 3루로 향하다 오른쪽 무릎이 꺾이는 부상을 당했다. 정밀 검진 결과 전방십자인대 파열 및 연골판 파열이라는 결과를 받았고, 십자인대 및 내측인대 재건술 및 외측 반월판 성형술을 받았다. 시즌 아웃 부상이고, 내년 시즌 개막전에 맞춰 정상적인 복귀도 불투명하다.
이렇듯 NC는 무리한 누상에서의 플레이에 호되게 당했다. 선수들의 의욕을 말릴 수는 없지만, 이제는 벤치에서 더욱 자제하는 단계가 됐다. 올해 NC의 도루 숫자는 16개로 리그 9위에 해당한다. 도루 성공률 역시 50%를 간신히 넘는 수준이다(16성공/15실패).
이동욱 감독은 “팀의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의 차이인 것 같다”면서 “데이터적으로 봐도 도루의 가치가 줄어든 게 사실이다.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하게 되는데 그 충격을 무시할 수 없다. 상대의 견제들로 인한 체력 저하는 분명히 있다. 또한 도루를 시도할 때 오는 충격도 무시할 수 없다. 어떻게든 부상의 위험이 있고, 우리는 또 부상 선수들이 있었기 때문에 벤치에서도 자제를 시키는 편이다”며 무리한 발야구를 시도하지 않으면서 타격의 가치에 좀 더 집중하겠다는 의중을 전했다.
현대 야구는 타구와의 전쟁이다. 타자들은 타구의 발사각과 타구 속도, 강한 타구의 비율 등을 높이려고 안간힘을 쓰고 비시즌에는 개인 과외도 받는 실정이다. 반대로 이를 막아야 하는 투수와 수비진은 타구 발사각을 줄이기 위해 낮은 공 중심의 투구 패턴에서 벗어나 ‘터부시’ 되던 높은 공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고, 타자들의 축적된 타구 방향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비 시프트를 펼친다. 더 이상 누상의 주자들이 한 베이스를 무리하게 노릴 필요성은 줄어들고 있다.
NC 역시 이러한 현실과 시류를 따라가고 있다. 그리고 부상 선수들에게거 얻은 교훈을 쉽게 지나치지 않고 되새기려고 한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