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콘' 제작진과 출연진이 1000회를 맞이한 소감과 각오를 밝혔다. 신구가 조화된 레전드 무대를 예고한 것. 특히 원년 멤버인 전유성, 김미화, 김대희는 이와 더불어 공개 코미디의 위기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밝혀 시선을 모았다.
1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누리동 쿠킹스튜디오에서 열린 KBS2 공개 코미디쇼 '개그콘서트'(이하 개콘) 1000회 기념 간담회에는 원종재 PD, 박형근 PD를 비롯해 코미디언 전유성, 김미화, 김대희, 유민상, 강유미, 신봉선, 송중근, 정명훈, 박영진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개콘'는 지난 1999년 7월 파일럿으로 시작된 뒤 같은 해 9월 4일 정규 편성됐다. 이후 20년 동안 방송되며 대한민국 대표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은 '개콘'은 어느덧 1000회를 앞두고 있는 상황.


이에 이번 1000회 특집에는 김병만, 이수근, 박준형, 정종철 등 '개콘' 출신 스타들이 대거 출연, 후배 개그맨들과 레전드 무대를 꾸밀 예정이다. 특히 제작진은 다수의 특급 스타 게스트를 초청한 것은 물론, 단순 코미디 공연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무대를 준비 중에 있다고.
원종재 PD는 "영광스럽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하다. 저로선 11번째 녹화가 1000회 특집이 되는 셈이다. 지금 출연하지 않는 분들도 흔쾌히 출연을 결정해 주셔서 정말 감사했다"라면서 "기존의 20년을 정리하는 무대가 될 것이다. 따로 카운트를 해봤더니 20년 동안 1500개 이상의 코너가 있었더라. 또 90만 명 정도의 관객분들이 '개콘' 무대를 봤다. 그중에서 코너는 모두 18개로 추렸으며, 과거 레전드와 지금의 코너가 섞여 있다. 또 저희가 처음으로 KBS홀에서 한다. 방송도 방송이지만 공연처럼 최대한 중단 없이 이어갈 생각이다"라고 1000회 특집에 대해 설명해 이해를 도왔다.


이어 '개콘'의 원년 멤버 전유성은 "200회쯤에 누가 '1000회까지 갔으면 좋겠다'고 해서 '헛소리'라고 생각했는데 진짜 1000회까지 와서 감회가 새롭다. 제가 프로그램 초창기 때부터 선배였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대접을 해주는 것 같다"라고, 김미화는 "'나에게 '개콘'이란' 설문조사를 하셔서 제가 아이가 네 명이 있는데 '내 다섯 번째 아이다'라고 답했다. 이렇게 오랫동안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은 프로그램이 있었나 싶다. 선배, 후배, PD, 작가님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엄마의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다"라고 애정을 드러내 뭉클함을 자아내기도.
이 외에도 김대희, 신봉선, 유민상 등은 각각 "저의 데뷔와 함께 지금까지 함께 해오고 있기 때문에 저의 동기와 같은 존재이지 않나 싶다. 처음엔 제가 막내였는데 이렇게 1000회를 함께한다는 게 그 누구보다 기쁘고 감사하다", "저도 비슷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서 있다. 대학생 때 개그우먼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연습을 했는데 그때 참고했던 선배님들의 연기가 '개콘' 안에 다 있더라. 이러한 '개콘'의 역사를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스럽다", "제가 역대 출연 횟수 명단에 4위에 올랐더라. 선배급을 제외하고 제가 제일 많이 출연했다. '유민상 '개콘'과 결혼'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앞으로도 '개콘'과 행복한 부부생활 이어가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공개 코미디가 부진을 거듭하면서 계속해서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는 것도 사실. 이번에 '개콘'이 1000회를 맞이한 만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에 대한 질문도 쏟아졌다.
이에 김미화는 "'개콘'은 처음에 한 신인의 커피잔에서 탄생했다. 사실 20년 전으로 돌아가 보면 코미디가 사랑받지 못했던 시절도 있었다. 신인들이 커피를 전해주고 쓸쓸히 돌아서는 뒷모습을 보고 '저런 신인들에게 기회를 주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때는 컬투 3총사가 있었는데 '저런 공연을 방송으로 하면 좋지 않을까' 싶어서 전유성 선배님을 찾아가서 상의했고, 당시 백재현 씨가 공연을 했는데 그걸 차용하면 좋겠다 싶어서 전유성 선배님이랑 아이디어를 짜서 당시로 치자면 '코미디 무한도전'이나 다름없이 시작했다"라면서 '개콘'의 탄생 비화를 이야기했다.
이어 "당시 시간이 많은 코미디언이 많았다. 심현섭, 김준호, 김대희, 김영철 등과 함께 무대를 열심히 만들었다. 그때는 신인들이어서 많은 분들께 사랑받는 요소를 만들어내기가 부족했다. 그런데 전유성 선배님께서 '했던 코미디를 앵콜 코미디로 뒤집는 코미디를 해보자'고 하셨고 그게 잘 되어서 기초가 되지 않았나 싶다"면서 "하지만 지금 20년이 지나 많은 분들이 식상하게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예전처럼 기다려주지 않는 것도 있고, 신인들이 노력을 하고 새로운 요소를 해서 공연을 해보면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이를 듣고 있던 전유성은 "예전엔 대학로에서 이미 검증이 끝난 공연을 '개콘'에서 했는데 점점 검증 없이 방송에서 '재밌다' 해서 바로 한 것들이 나태해지고 식상해진 게 아닐까 싶다. 지금도 초심으로 돌아가면 어떨까 생각한다. 프로그램이 점점 없어지는 건 안타깝지만 시청자들이 재미없다고 여기면 당연히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하기도.
이에 신봉선은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지 연구 중이다. 저는 한 번 나갔다 오지 않았나. '요즘에는 왜 이렇게 밖에 못할까'라는 생각으로 돌아왔는데 제가 있었을 때보다 제약이 정말 많더라. 불과 10년 전인데 그때 재밌었던 무대를 지금은 못 올린다. 다시 복귀하면서 느낀 건 후배들이 참 고맙더라. 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잘 버텨주는 게. 지금도 노력 중이다"라고 말했고, 원종재 PD는 "과거에 너무 사랑받아서 지금의 '개콘'이 상대적으로 기대에 못 미치는 건 사실인 것 같다. 지금까지 개콘을 이끌어온 건 전적으로 코미디언들의 힘이었기 때문에 그들을 믿고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원종재 PD는 과거 공개 코미디쇼에서 자주 사용되던 가학성, 외모 비하 등의 소재에 대해 "최근 '개콘'에는 그런 내용이 없다. 지금은 개그맨을 뽑을 때조차도 못생긴 개그맨을 뽑을 수가 없다. 못생겼는데 못생겼다고 말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사실 예전에 분장을 주로 하던 친구들한텐 미안한 마음이 있다. 요즘엔 논란이 되기 때문에 그 코너를 계속 이어갈 수가 없더라. '개콘'이 오래되면서 사회적으로 세상이 변했는데 예전에 사용했던 소재를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우리는 '재밌어 보자'고 했는데 그게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면 하면 안 되는 게 맞는 것 같다. 대신 저희만의 길을 걸어왔다. 앞으로도 누군가에게 상처가 된다면 그걸로 개그 소재를 삼진 않겠다. 대신 반대로 그러한 고충이 있다는 걸 알아주시면 좋겠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끝으로 '개콘'으로 데뷔해 지금까지 함께 해온 김대희는 "20년이라는 세월이 정말 순식간에 흘러갔구나 싶다. 개인적으로 이 1000회가 특히 감회가 새로운 게, 1000회 역사를 놓고 빼고 이야기할 없는 한 사람(김준호)이 있다. 그 사람이랑 1회부터 시작을 함께하면서 10회 정도쯤에 둘이 소주잔을 기울이면서 '우리의 목표는 '개콘' 1000회까지 하는 거다'라고 약속을 했다. 그러면서도 당시 '말도 안 돼'라는 심정으로 웃었는데 그게 현실로 다가왔고 최다 출연, 베스트 넘버원인 그 사람이 정작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무대를 함께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그 누구보다 아쉽게 생각한다. 그렇다고 그 사람을 두둔하는 건 아니다. 잘잘못을 떠나서 개인적으로 아쉽다는 의미다. 부연 설명을 하자면, 어제 그분을 만났는데 '출연이 안 되니 방청석에서라도 구경하면 안 되냐'고 그래서 '얼씬도 하지 말라'고 했다"라고 진심을 전했다.
이에 수많은 코미디언들이 20년 동안 지켜온 '개콘' 1000회가 과연 어떤 레전드 무대로 완성될지, 오는 19일 밤 9시15분 베일을 벗을 본방송에 이목이 쏠린다. / nahe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