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봉준호 밝힌 #장르변주 #셀프 오마주 #반지하 #스포주의(기자회견 종합)[72회 칸영화제]
OSEN 하수정 기자
발행 2019.05.22 20: 46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과 주연 배우들이 첫 상영을 끝내고, 공식 기자회견을 가졌다. 
22일 오전 10시 30분(현지시간) 제72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작 '기생충'이 칸 팔레 드 페스티벌에서 포토콜과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봉준호 감독과 배우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이 참석했다. 
지난 21일 오후 10시(현지시간) 2,300석 규모의 뤼미에르 극장에서 첫 공식 상영을 가진 '기생충'(감독 봉준호, 제작 바른손이앤에이, 제공배급 CJ엔터테인먼트)은 전원백수인 기택(송강호 분) 네 장남 기우(최우식 분)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 분) 네 집에 발을 들이고, 이렇게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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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곳곳에 은유와 블랙코디미, 한국 사회의 현실을 풍자하는 장면이 녹아들어 있다. 기우와 기정(박소담 분), 두 남매의 과외 알바 진입 이후의 스토리는 알면 알수록 놀랍고, 반전의 반전을 거듭한다. 박사장 네 입주 가사도우미 문광을 연기한 이정은과 또 다른 히든 캐릭터 박명훈이 신 스틸러로 활약하는데, 이들의 역할은 자세히 설명하면 영화를 보는 재미가 뚝 떨어질 정도로 놀라운 캐릭터다. 
송강호부터 이선균, 최우식, 조여정, 박소담, 장혜진, 그리고 아역들까지 배우들의 연기는 빈틈이 없고, 봉준호 감독의 영화에서 절대로 빠질 수 없는 '삑사리의 미학'이 이번에도 중요한 장면에서 여지없이 등장한다. 
상영 직후, 뤼미에르 극장 관객들 사이에서 8분 간 기립박수가 터져나왔고, 봉준호 감독은 늦은 시간까지 영화를 관람해 준 관객들을 향해 "감사합니다. 밤이 늦었으니 집으로 돌아가자"고 화답했다. 현재 해외 배급사를 비롯해 할리우드 리포터, 버라이어티, 데일리 텔레그라프, 인디와이어 등 각종 외신들도 호평과 극찬을 쏟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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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은 "언제나 나 자신이 장르영화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이상한 장르영화도 만든다. 장르 영화를 만드는데 장르 영화 규칙을 따르지도 않는다"며 "이번에 편안한 마음으로 마음껏 작업했는데 전부 우리 배우들 덕분이다. 기이하고 변태적인 스토리도 이분들을 거치면서 사실적이고 격조있는 이야기가 됐다. 여기 있는 배우들한테 감사하다"고 밝혔다.
'기생충' 속 셀프 오마주에 대해 봉준호는 "의도한 적은 없다. 평소 하던대로 내가 시나리오를 쓰고, 스토리 보드를 작업했다. 그리고 평소 좋아하던 배우들과 자연스럽게 찍다보니 내 느낌대로 영화를 찍었다. 보시는 관객들에겐 셀프 오마주처럼 다가온 것 같다"고 답했다.
첫 상영에서 8분이나 기립박수가 쏟아진 봉준호 감독은 "기립박수는 깐느 영화제에서 상영되면 다 나오니까 굳이 분과 초를 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옥자' 촬영감독님과 틸다 스윈튼 등 동료들도 와서 축하해줬기 때문에 따뜻한 분위기라서 좋았다"고 했다.
장르영화 대가인 봉준호는 "한 작품에서 장르가 자주 바뀌고 섞여 있다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이런것을 미리 설계 하느냐고 묻는데, 내가 시나리오를 쓰거나 스토리 보드를 만들 땐 전혀 신경을 못 쓴다. 여기부턴 공포, 여기부턴 코미디, 그렇게 정해놓고 생각하지 못한다. 그런데 영화를 보시는 분들은 장르적으로 구분하는 데 익숙하다. 만드는 내 입장에서는 구분 못한다. '이 시퀀스는 호러 장르로 인식하고 있어' 그런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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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봉준호 감독은 "창작자는 의지할 사람이 없다. 누가 있겠나. 본능에 의지해 하루하루 살아간다. 법관은 법전, 목사는 성경이 있지만 감독들은 자기 본능에 의지할 방법밖에 없다. 본능에 의지해 잘 안 풀렸을 때는 자기가 좋아하는 사랑하는 멘토의 영화를 다시 끄집어 보낸다거나 한다. 김기영 감독 인터뷰를 본다거나 히치콕 영화를 본다거나. 본능 외 할 수 있는 건 그게 전부다"며 연출자로서 느끼는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설국열차'에서 계층 간의 문제를 수평 구조로 펼쳐놓고 보여줬다면, 이번에는 한국 사회의 현실을 수직 구조로 펼쳐 놓고 보여주고 있다. 
이에 대해 봉준호 감독은 "영화의 90%가 집안에서 벌어지고, 60%가 부잣집에서 벌어진다. 1, 2층으로 나눠져있고, 그 공간을 계단이 이어준다. 우리끼리는 계단 영화라고 불렀다. '계단 시네마'라고.(웃음) 각자 좋아하는 계단 장면을 뽑아오기도 했다. 그리고 계단하면 한국의 김기영 감독님하면 빼놓을 수 없다. 김기영 감독님의 '하녀' 등을 보면서 계단의 기운을 받으려고 했다. 또, 전세계 영화 역사에서 수직적인 공간에서 계급을 나타내는 구조는 많았다. 한국에서는 반지하가 있는데, 독특한 뉘앙스가 있다. 분명히 지하인데 지상으로 믿고 싶은 공간이기도 하다.(웃음) 이번에 촬영하면서 알았는데, 반지하에 해당하는 영어나 불어 단어가 없더라. 곰팡이 피고 눅눅한 장소지만, 분명 햇빛도 드는 공간이 있다. 영화 '기생충' 첫 장면에서는 반지하에 햇빛이 드는 순간으로 시작한다. 나중에는 여기서 힘들어지면 완전히 지하로 갈지도 모른다는 묘한 공포감을 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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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에서는 기택의 가족들이 사는 반지하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 반지하는 다른 공간에서도 등장하는데, 좁은 공간 탓에 배우들이 연기를 할 때도 영향을 받았다고.
최우식은 "기우의 반지하는 워낙 좁기 때문에 연기를 하면서 저절로 그런 구부정한 동작이 나온 것 같다. 연기를 하면서 더 움츠리게 되더라"고 했고, 봉준호 감독은 "최우식 캐릭터는 자기 방도 없고, 침대도 없다. 여동생 기정한테 모든 것을 양보하고 소파에서 잔다. 그래서 구부정해질 수밖에 없다"며 이해를 도왔다. 
이때 최우식은 강력한 스포일러가 담긴 답변을 하면서 "스파이더맨처럼 몸을 웅크리고 내려가면 좋겠다고 하신 적이 있다"며 당시를 회상했고, 봉준호 감독은 "이거 약간 스포일링의 기운이 있다. 조심하도록 하자"며 단속해 웃음을 자아냈다. 
'기생충'은 봉준호 감독이 '옥자' 이후 2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자, 그의 페르소나 송강호와 4번째로 작업한 작품이다. 두 사람은 '살인의 추억', '괴물', '설국열차', '기생충'까지 20년 째 호흡을 맞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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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더레이터가 "봉준호 감독과 이미 4번째 작품을 찍었는데, 어떤 느낌으로 발전해왔느냐?"고 묻자 송강호는 "그런 표현을 자주 했는데, 봉준호 감독은 항상 작가로서 사회를 바라보는 깊은 통찰력, 매 작품을 통해서 한 순간도 놓치지 않았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런 모습들이 '기생충'을 통해서 예술가 봉준호의 진화이자, 한국 영화의 성숙도, 이런 것들을 이번 영화를 통해서 표현이 된 것 같아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 '기생충'은 그런 대표적인 작품이 아닐까 싶다"며 만족했다.
이와 함께 봉준호 감독과 함께 일한 소감에 대해 장혜진은 "배우인 나보다 더 자세하고 다양하게 디렉팅을 해준다. '이래서 봉준호 감독님이구나' 싶었다. 모든걸 다 해낼 수 있는 자판기 연기를 하고 싶었다.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 박소담은 "내가 기정이를 연기할 수 있게 자신감을 느낄 수 있게 용기를 주셨다. 이렇게 내 연기에 있어서 확신을 가지고 연기하기가 쉽지 않다. 감독님께서 잘 잡아주실거란 믿음이 있었다", 조여정은 "이 영화에 나오는 모든 캐릭터가 감독님 안에 있다는 게 놀라웠다. 기태였다가 기우였다가 연교가 되기도 했다. 그런 부분이 재밌고 놀라웠다", 이선균은 "이 영화가 봉준호와 아름다운 패키지 여행같다고 얘기했는데, 100% 가이드를 믿고 가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 느꼈다.", 송강호는 "봉준호의 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계산돼 있고, 정교하게 구축이 돼 있는 상황이라서 그런 마음에서 배우 입장에선 편하게 접근할 수 있다. 필요 이상의 안 좋은 연기를 할 필요가 없다. 좋은 연기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 같다"며 미소를 보였다.
한편, 제72회 칸영화제는 오는 25일 오후 폐막하며, 경쟁 부문에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비롯해 총 21편이 진출했다. 폐막식에서 황금종려상의 주인공이 발표된다./hsjssu@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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