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내요, 미스터 리' 주연 차승원과 이계벽 감독이 영화에서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를 다루면서 "촬영할 때 마음이 아프고 힘들었다"며 "최대한 진솔하게 다가갔다"고 밝혔다.
29일 오후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감독 이계벽, 제공배급 NEW, 제작 용필름·덱스터스튜디오)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주연 배우 차승원, 엄채영, 박해준과 연출을 맡은 이계벽 감독이 참석했다.
차승원은 극 중 아이보다 더 아이 같은 아빠 철수를 연기했다. 가던 길도 멈추게하는 심쿵 비주얼과 달리 아이 같은 순수한 반전 매력을 지녔다. 소문난 맛집 대복 칼국수의 수타면 뽑기 달인으로 언제 어디서나 운동으로 다져진 근육을 자랑하기 바쁘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어른보다 더 어른 같은 딸 샛별을 만나게 되면서 계획에 없던 여행을 떠나는 캐릭터다.

올추석 유일한 코미디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마냥 웃기고 끝나는 코미디 작품이 아니다. 영화 중반부 주인공 철수의 트라우마가 드러나면서 반전이 공개되는데, 지난 2003년 발생한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와 관련 있다. 소방관으로 일하던 철수는 목숨을 걸고 많은 사람을 구하지만, 정작 후유증으로 지적장애를 가지고, 어린 딸은 백혈병을 앓게 된다.


차승원은 "전반부와 후반부 회상에서 철수의 어떤 삶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어가는 연기가 '단절되지 말아야 될 텐데'라는 생각을 했다. 사실 많이 걱정했고, 민감한 사고다. 소방관은 누군가에게는 아주 히어로이고, 연기하면서 앞뒤 부분의 격차를 될 수 있으면 어색하지 않게 넘어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걸 속으로 생각하면서 연기했다"며 남다른 고민을 털어놨다.
이어 "다행히 내가 우려하고 걱정했던 그 사고 부분이 어떻게 비춰질지는 모르겠지만 찍을 때도 아팠고, 힘들었다. 찍는 동안에 그것에 대해서 감독님과 상의하고 회의 하면서 찍었다. 전반부와 회상 부분의 격차를 관객 분들이 이해하고 설득할 수 있는, 그런 구도로 연기를 해야겠다 마음 먹었다"고 말했다.
이계벽 감독은 "당연히 조심스러웠고 내가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고민도 했다"며 "안전문화재단을 통해서 사람들도 많이 만나뵙고, 그 당시 있었던 소방관 분들도 만나뵙고 하면서 그런 생각은 했다. 이 이야기가 조심스러워서 만났는데, 오히려 만난 다음에 '영화를 안 만들면 안 되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세월이 많이 흘렀는데 상처가 깊고, 여전히 고통 속에 살고 계신 것을 알고 난 이후에는 다시 뒤돌아 볼 수 없었다. 그분들에 관한 이야기를 진솔하고 자세히 그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접근했다"며 진심을 드러냈다.

차승원은 이번 영화를 선택한 것에 대해 "그동안 코미디를 왜 안 했는지 모르겠는데, 적당한 게 없었다. 자세히 기억은 안 나지만 들어왔던 작품 중에 내 마음이 크게 동요하지 않아서 안 한 것도 있다. 결과적으로, 12년 만에 기본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장르, 코미디로 돌아왔다. 아무래도 예전에 했던 것과 비교해 나이를 먹으니까, 내 사고방식이나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변한다. '아! 이런 걸 녹여낼 수 있는 코미디를 만나면 어떨까?' 하던 차에 이 영화가 들어왔다"며 '이장과 군수' 이후 12년 만에 코미디 장르로 복귀한 이유를 공개했다.
그는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끝 부분에 철수가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이유와 커다란 사고가 나온다. 이걸 처음 받았을 땐 '이걸 코미디 장르로 풀 수 있을까?' 싶었다. 앞에는 웃음을 주고, 뒤에는 감동을 주면서 눈물을 주는데, 어떻게 하나 했다. 그런데 이 영화가 갖고 있는 따뜻함이나 행복함이 우선이었다. 그래서 선택해 찍었는데 지금은 만족스럽다"며 미소를 보였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180도 달라진 차승원은 "외적인 모습도 이런저런 시도를 많이 했다. 파마 머리를 비롯해 얼굴의 왼쪽, 오른쪽이 다르게 움직이는데 이건 내가 설정한 건 아니다. 감독님과 얘기를 많이 나눴고, 약간 결핍이 있는 그런 인물의 모습을 외적으로 표현하면 어떤 모습일까 상의했다. 접점을 찾은 게 지금 철수의 모습이다. 그 외에는 철수의 말투나 행동, 사람들을 대하는 방식 등은 그냥 자연스럽게 나온 것 같다"며 달라진 비주얼을 언급했다.
철수가 지체장애를 가진 만큼, 배우와 감독은 영화에서 이 부분을 보여줘야 했다. 그러나 실감나게 표현하는 것과 희화화 되는 것은 종이 한 장 차이라서 더욱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이계벽 감독은 "철수는 일종의 사고 후유증을 갖고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희화화라기 보다는 그런 결핍을 가진 분이 만약에 어떤 상황에 놓여 있을 때, 대처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그런 부분에 있어선 진솔하고 진지하게 묘사하려고 노력했다"고 답했다.
차승원 역시 "나도 그 부분에 걱정이 많았다. 이걸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나 했는데, 감독님한테 도움을 많이 받았다. 난 감독 이계벽보다 인간 이계벽이 훨씬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감독님의 모습 중에 철수의 모습이 있다. 감독님한테 철수의 정서적으로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모습이 있다. 매번 현장에 갈 때마다 유심히 그의 얼굴을 보고 연구를 많이 했다. 그래서 나온 결과물"이라며 웃었다.
또한, "이번 영화는 될 수 있으면 최대한 생각하지 말고 연기하자고 했다. 예전에 너무 내비게이션처럼 연기했던 게 있다. 나를 놓고 연기하고 싶었다. 그동안 쌓아왔던, 기본적인 차승원이란 사람, 기본적인 베이스가 영화에 많이 있다"며 "좋았던 고생, 행복했던 고생"이라며 작품을 향한 애정을 내비쳤다.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즐겁게 웃으면서 보고 있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저절로 눈물이 흐르는 영화다. 감독은 "일부러 울음을 유도하려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야기가 흘러가고, 그 과정에 마지막 엔딩을 가기 위해서 필요했던 철수의 진심, 주변 사람들의 진심을 묘사하는데 집중했다. 그냥 우리들은 매 순간 내용에 맞는 장면을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아이 같은 아빠 철수(차승원 분)와 어른 같은 딸 샛별(엄채영 분)을 중심으로, 마른하늘에 '딸'벼락을 맞은 철수의 좌충우돌 이야기를 그린다. 오는 9월 1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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