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리' 차승원, #지적장애 희화화NO #대구지하철참사 #50살 #삼시세끼 (종합)[인터뷰]
OSEN 하수정 기자
발행 2019.09.02 14: 44

'힘을 내요, 미스터 리' 배우 차승원이 12년 만에 코미디 작품으로 돌아온 소감부터 지적장애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신경 쓴 부분, 영화의 소재 대구지하철화재참사에 대한 생각 등 다양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로의 보드레 안다미로 카페에서는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 주연 차승원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힘을 내요, 미스터 리'(감독 이계벽, 제공배급 NEW, 제작 용필름·덱스터스튜디오)는 아이 같은 아빠 철수(차승원 분)와 어른 같은 딸 샛별(엄채영 분)을 중심으로, 마른하늘에 '딸'벼락을 맞은 철수의 좌충우돌 이야기를 그린다. 2016년 유해진 주연 '럭키'로 700만 흥행을 기록한 이계벽 감독과 '코미디 장인' 차승원이 만난 작품이다.

차승원은 극 중 아이보다 더 아이 같은 아빠 철수를 연기했다. 가던 길도 멈추게하는 심쿵 비주얼과 달리 아이 같은 순수한 반전 매력을 지녔다. 소문난 맛집 대복 칼국수의 수타면 뽑기 달인으로 언제 어디서나 운동으로 다져진 근육을 자랑하기 바쁘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어른보다 더 어른 같은 딸 샛별을 만나게 되면서 계획에 없던 여행을 떠나는 캐릭터다. 철수는 2003년 발생한 대구지하철화재참사 당시 소방관으로 많은 사람들을 구해냈지만, 후유증으로 지적장애를 앓게 된 인물이기도 하다. 
오랜만에 코미디 장르에 복귀한 차승원은 "그래도 어색한 건 없었다. 캐릭터 자체가 힘든 사고를 겪기 때문에 고민을 했지만, 어떤 영화든 호불호는 있다. 코미디인 줄 알았는데, 후반부 그런 이야기가 있어서 나도 놀라긴 했다"고 밝혔다.
"내 영화를 완벽하게 만족할 순 없다"는 그는 "아까도 말한 것처럼 블라인드 시사를 2번 정도 하고, 언론시사회도 했는데, 거의 평이 비슷한 것 같았다. 되게 '의아스럽네' 이런 평은 없었다. 블라인드 시사를 하면 '이렇게 봐주시구나' 싶더라. 이런 것들이 지금끼지도 이어졌다. '이게 왜 이렇게 흘러가지?' 이런 건 없다. 그리고 보통 코미디 영화가 나오면, '올드하다' 이런 평들이 있는데, 그것에 반해 너무 좋았고 따뜻했다"며 꽤 만족했다. 
차승원은 소방관 역할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우리 영화는 고마웠던 분들에 대한 이야기"라며 "우리 사회의 고맙게 느껴질만한, 남을 위해 희생해주는 사람들이 나온다. 사실 나도 가족이 있는데, 남을 위해서 희생 하기가 힘들다. 누구나 내 식구, 내 가족이 먼저다. 누가 남을 위해서 희생 하겠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를 훈훈하게 해주고 온기를 불어넣어주는 직업군들이 있는데, 내가 보기에 소방관이 단연 으뜸이다. 사회 곳곳에서 부드럽게 만들어 주고, 보듬어준다. 많은 분들에 대한 헌사와 감사의 마음이 한 구석에 있는 것 같다"며 고마움을 드러냈다. 
철수는 대구지하철화재참사 후유증으로 지적장애를 가진 인물. 영화 초반 철수의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지적장애 부분을 보여주는데, 자칫 희화화 될 수 있기 때문에 배우나 감독은 고민이 많았다. 
"대구지하철화재참사를 어떻게 기억하느냐?"는 질문에 차승원은 "우리나라에 많은 사고가 있었지만, 그런 사고가 있으면 온 국민이 피해자가 된다. 사회 전체가 그걸로 인해서 요동치고 아파하고, 나도 계속적으로 뭔가 안 좋았던 것 같다. 리듬 그렇고, 내 주변 사람들도 그랬다. 그 사건이 뉴스에도 계속 나왔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희화화 관련 질문에는 "만약 앞에 코미디를 더 넣었으면 그게 더 심해졌을 수도 있다. 한도 끝도 없다. 코미디 영화를 많이 해봤기 때문에 주제 넘지만 될 수 있으면 안 하려고 했다. 그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다. 아마 더 웃기려고 했으면 뒤죽박죽 됐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차승원은 "간혹 딸 샛별이를 처음 만났을 때. 내가 어눌하게 있다가 '깡패야?' 이러는 장면 등 몇 가지 종류만 시나리오에 나와 있는 것만 살려보자고 했다. 나머지 것들은 그냥 감독님과 얘기해서 하지 말자고 했다. 지금 완성본보다 조금 더 했다면 영화에 나왔을 수도 있다. 영화 초중반 샛별이를 만나서 첫 휴게소를 가기 전까지 그 고민을 많이 했다. 샛별이를 만나면 힘이 있는데, 만나기 전까지 여러가지를 고민했다. 그 톤을 맞추기가 힘들었다"고 답했다.
차승원은 지난 2001년, 영화 '신라의 달밤'에서 고교 시절 전설의 짱 출신의 다혈질 체육 선생 기동 역을 통해 국내 코미디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며 '차승원 표' 코미디의 서막을 알렸다. 다음 해인 2002년 '라이터를 켜라', '광복절 특사'에서는 폼생폼사 건달 보스부터 탈옥에 성공한 죄수까지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며 특유의 맛깔 나는 코미디 연기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오지의 시골 분교에 발령된 불량 선생의 이야기를 다룬 '선생 김봉두'에서는 자연스러운 생활 코믹 연기로 매 장면마다 빵빵 터지는 웃음과 감동을 선사했고, 공포에 코미디가 결합된 '귀신이 산다', 유해진과 환상적인 케미를 선보인 '이장과 군수'까지 다채로운 캐릭터를 찰떡같이 소화했다. 코미디 장르에서만 무려 1,40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바 있다. '이장과 군수'를 끝내고 12년 만에 선택한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관객들에게 힐링을 선사할 착한 코미디 영화다.
그는 "감독님이 정말 착하고, 난 아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내 성향도 그렇게 변한다. 예전에는 완전히 '나만 잘 되면 되지'라고 생각했고, 남이 안 되면 내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느꼈다. 인간이면 그럴 수 있다. 우리는 경쟁사회니까. 오죽하면 '사돈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얘기까지 있겠나. 그런데 내 주위 사람이 안 되면 그게 고스란히 나한테 온다. 사회 전체적으로 불안할 때 길을 나가면 사람들의 운전 습관도 변하고 다툼도 잦아진다. 좋은 일들이 많아야,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즐거워하고, 그 영향이 나한테 오더라. 그래서 될 수 있으면 다툼이 없는 게 좋다"며 달라진 인생관을 공개했다. 
이어 "남이 날 욕해도 다툼의 여지를 만들지 않는다. 서로 응원해주고 칭찬해줘야 나한테도 오더라. 난 그걸 몇 번 경험했다. 그래서 성향이 바뀐 것 같다. 그 계기는 나이다. 50살이 되니까 그렇게 되더라. 예전에는 날카로운 면도 있었는데, 지금은 날 숨긴다. 그게 좀 달라졌다"며 자신에게 찾아온 변화를 언급했다. 
차승원은 최근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도 "30대는 상승, 40대는 깨작깨작, 50대는 답보 상태"라고 했다. 그는 "답보가 나쁜 의미는 아니다. 요즘 별 탈 없이 지내고 있다. 그다지 좋은 일도 없고, 그다지 나쁜 일도 없다. 그래서 답보 상태다. 30대는 요동치고 이런 시기가 있었고, 지금은 '야 축하해", '너 왜 그랬어' 들을 일이 없다. 그래서 평탄한 지금이 좋다는 거다. 내가 나를 그다지 꾸미지 않고, 내 자신에게 장막을 치지 않아도 괜찮다"고 덧붙였다.
"모든 것에 해탈한 것이냐?"고 묻자 차승원은 "그건 아니다.(웃음) 오늘 아침에도 인터뷰를 오는데 사진을 안 찍어도 된다고 하더라. 김밥을 먹으면서 편하게 오니까 정말 좋았다. 지금도 완전히 민낯이다. 영화 촬영할 때도 메이크업을 안 한다. 그게 '나'다워 지는 방법"이라고 했다.
차승원은 몇 년간 작품 활동 외에도 tvN '삼시세끼' 시리즈와 '스페인 하숙'에 출연해 큰 관심을 받았고, 최근 '일로 만난 사이', '유퀴즈' 등에도 등장해 웃음을 선사했다.
그는 "유재석이 '일로 만난 사이' 출연에 대해 나에게 계속 '미안하다'고 하더라. 그런데 내 생각은 반대다. 소위 말해 노동 예능을 한 것인데 이런 예능은 일만 하면 된다. 나의 습관, 사상만 간간히 이야기 하면 된다. 내 이야기를 진솔하게 할 수 있는 예능이라 내 취향에 맞다. 토크쇼는 자꾸 내가 포장을 하려고 하고 그러다보면 실수를 하게 된다. 그렇다고 딱히 막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토크쇼보다 좋더라"며 웃었다.
이와 함께 차승원은 "노동 예능도 이제 내 장르가 됐다. 유해진과 가끔 이야기를 한다. 유해진과 함께한 tvN '삼시세끼 어촌편' '스페인 하숙' 등은 내게 정말 좋은 추억이 됐다. 같이 밥먹고 생활하는 걸 어떻게 잊겠냐? 다시 하겠냐고 묻는다면 '언젠가는 하겠지'라고 말하고 싶다. '다시는 안 한다' 이런 대답은 안 하게된다. 우리에게 좋은 추억이었으니까 기회가 된다면 언젠가 다시 하고 싶다. 우리가 그 프로그램에 대한 기억이 좋았기 때문이다. 안 하지는 않을 것 같다"며 애정을 보였다.
한편,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오는 11일 개봉한다. 
/ hsjssu@osen.co.kr
[사진] YG엔터테인먼트, 영화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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