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명감으로" '생일편지', 일제강점기→한국전쟁까지...KBS 존재감 빛날까 (종합)[Oh!쎈 현장]
OSEN 연휘선 기자
발행 2019.09.05 17: 25

"최소한의 소명의식을 갖고 만든 드라마입니다".
KBS가 추석을 맞아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까지 총망라한 시대극 '생일편지'를 선보인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든 액자식 구성 가운데 해방 및 전후 세대와 현재 세대를 아우르는 감동을 남길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5일 오후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위치한 KBS 누리동 쿠킹스튜디오에서 KBS 2TV 특별기획드라마 '생일편지'(극본 배수영, 연출 김정규)의 기자간담회가 치러졌다. 이에 문보현 KBS 드라마센터장, 작품을 연출한 김정규 KBS PD와 대본을 쓴 배수영 작가, 극 중 주요 인물을 연기한 전무송, 송건희, 조수민 배우가 드라마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진=KBS 제공] '생일편지'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배우들 전무송(오른쪽), 송건희(왼쪽), 조수민(가운데)이 포토월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생일편지'는 현재 희귀병으로 투병 중인 90대 노인 무길(전무송 분)이 고향 합천에서 손녀 재연(전소민 분)의 보살핌을 받으며 살던 중 평생을 찾아 헤맸던 첫사랑 일애(조수민 분)의 생일 편지를 받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추석 특집 단막극으로 기획돼 시청자를 만난다.
특히 드라마는 히로시마로 징용을 떠났던 청년 무길(송건희 분)과 만난 일애의 사랑 이야기를 통해 일제강점기부터 광복, 한국전쟁을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굵직한 근, 현대사를 조명한다. 제작진은 이를 통해 사건을 직접 겪은 전 세대와 현재를 살아가는 현 세대까지 아우르며 감동을 선사하겠다는 각오다. 
이와 관련 문보현 센터장은 "드라마를 한 번 봤는데 편집실에서 몰래 울 정도로 상당히 진하고 뜨거운 게 있다"며 기대감을 표출했다. 그는 "지난 20년 정도, 드라마 산업이 굉장히 발전하면서 산업적으로 팽창하고 좋은 드라마들이 많이 나온 건 사실이다. 그러나 다양성이 유지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대작 위주의 미니시리즈가 중심이 되면서 과거의 드라마보다는 장르적 다양상이 줄어든다고 본다. 수익성이 드라마 제작 환경에 중요한 지표가 되면서 의미 있고 시대의 아픔을 담았다거나 진정성 있는 드라마들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것 같다"고 개탄했다.
이에 그는 "KBS는 명색이 공영방송이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매해 이런 드라마들을 조금이라도 선보이려고 노력 중이다. '눈길’이라는 위안부 소재 드라마, '옥란면옥’처럼 실향민 소재의 드라마를 만들어 세계적으로 상을 받기도 했다. 수상을 목표로 하기 보다 KBS가 가진 최소한의 소명의식을 갖고 만든 작품들"이라고 강조하며 '생일편지' 역시 이와 같은 사명감을 바탕으로 제작한 것을 힘주어 말했다. 
더불어 문보현 센터장은 "'생일편지'는 상당히 진정성 있고, 가슴 뜨거운 이야기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두 젊은 배우가 화사하고 예쁜데 미모를 포기하고 작품에 녹아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건재함을 과시한 전무송 선생님께 굉장히 감사하다. 배수영 작가는 KBS에서 다음 작품을 같이 하고자 기대를 많이 하는 작가다. 작은 작품이고 추석 연휴에 방송돼 결과가 어떨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러한 작품을 만들고자 하는 시도가 없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년에도 이런 작품 만들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며 기대와 신뢰를 당부했다. 무엇보다 그는 "시장에도 이런 메시지를 담을 수 있는 드라마들이 존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해 울림을 남겼다. 
[사진=KBS 제공] 배우 송건희(왼쪽부터), 전무송, 조수민이 '생일편지'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기자간담회에 임하고 있다.
KBS의 소명감과 기대에 맞춰 제작진의 각오와 소감도 남달랐다. 김정규 PD는 2016년 '아이가 다섯' 이후 오랜만에 작품으로 돌아온 것과 관련 "3년 만에 작품을 하게 됐다. 이렇게 의미도 있고 나름 감동적인 드라마를 연출할 수 있게 돼 즐겁고 영광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배수영 작가는 "'생일편지’는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은 한 노인이 자신의 첫사랑, 죽기 전에 꼭 만나고 싶었던 첫사랑에게서 생일 편지를 받으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1945년 일제강점기 말미부터 1950년 한국전쟁까지 격변의 시대를 거친 10대 청년 무길과 현재 90대 노인 무길의 과거와 현재가 맞물리는 드라마"라고 설명하며 기대를 당부했다.
극 중 노년 무길 역을 맡은 전무송은 "이런 좋은 작품에 참여할 수 있게끔 기회를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며 "우리 감독님께 촬영하면서 많은 지도도 받고, 작품에 적합하도록 여러 조언을 들어가면서 작품을 아주 재미있게 했다.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사실 가슴이 두근거린다"며 "촬영할 때 느꼈던 부분들이 가슴에 와닿는 기분이었다. 사실 작업하면서 몇번 눈물을 흘리긴 했다. 그런 것들이 화면을 통해 여러 분들에게 전달이 될지 모르겠다. 굉장히 가슴 아픈 일들이 시청자 분들에게 전달될 거라 생각해 본다"고 밝혔다. 
청년 무길 역의 송건희는 "좋은 작품에 참여할 수 있게 돼 영광"이라고 운을 뗀 뒤 "저도 촬영하는 내내 무길과 함께 하면서 울컥하는 순간도 많았고 가슴 떨리는 순간도 많았다. 하이라이트 영상 보는데도 울컥하고, 마음이 울리는 뭔가가 있더라. 배수영 작가님의 좋은 대본과 감독님의 좋은 지도를 받고 참여하게 됐는데 시청자 분들께도 제가 느낀 좋은 감정이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일제강점기에 히로시마로 끌려간 소녀 일애 역의 조수민은 "히로시마에서 모진 고난을 당하고 생활하지만 삶의 의지를 져버리지 않는 강인한 인물"이라고 캐릭터를 소개한 뒤 "이번 작품 하면서 굉장히 배우는 게 많았다. 우리가 잊으면 안 되는 역사이고 꼭 기억해야 하는 역사이기 때문에 많은 관심 가져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KBS 제공] '생일편지' 촬영 현장에서 열연한 배우 전무송 스틸 컷.
특히 전무송은 1941년 생으로 실제 광복과 한국전쟁 등을 겪은 세대인 터. 그는 "이 작품을 만나서 제일 먼저 느낀 건 '우리가 왜, 일반인들이 왜 이런 비극을 겪어야 하고 가슴 아파야 하는가'였다. 우리는 정말 아무 죄도 없는데 왜 이런 이별의 슬픔, 고통을 겪어야 하는지 작품을 떠나서 이런 시대를 선조들이 사시면서 얼마나 가슴 아팠을까 생각했다. 그런 것들이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전달돼서 많은 생각을 하게 돼서 우리는 왜 평화를 찾으면서 찾지 못하고, 행복을 갈구하면서 행복과 거리가 먼 삶을 사는지 생각하게 됐다. 그래서 이 작품을 맡아서 해내면서 그런 것을 염두에 두고 '내가 그런 시대를 살았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나는 어떨 것인가'라고 생각하면서 감독님의 많은 조언과 빗나갔을 때 제대로 길잡이를 해주신 감독님의 조언을 들어가면서 이 작품을 했다"며 울컥했다.
이어 김정규 PD는 "이 작품은 정확히 작년 8월쯤부터 기획됐다. 결과적으로 묘하게 지금의 상황과 맞물리게 됐는데 어떤 의도가 있던 것은 아니"라며 지난 7월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와 관련해 한일 관계가 경직된 것과 관련해 작품의 편성 연관성을 해명했다. 다만 그는 올해가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이기도 해서 드라마적인 차원에서 과거를 되짚어 보고, 현재를 살아가는 분들께 에너지를 드리고 싶어서 기획됐다"며 "우연의 일치이긴 한데 우리 드라마를 시청하시면서 미래를 계획하는 데에 일조할 수 있다면 더없이 기쁠 것 같다. 만들면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굉장한 사명감을 갖고 만들었다. 기회가 된다면 굉장히 의미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배수영 작가 또한 집필 의도와 관련해 "저는 일단 강제징용 피해자 분들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그래서 강제징용 피해자 분들의 인터뷰라던지, 여자 주인공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만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분들의 인터뷰를 찾아보면서 느낀 게 '기록의 힘이 굉장히 크다'고 느꼈다. 그 분들의 증언이 있기 때문에 제가 그 시절을 겪지 않았지만 생생하게 와닿고 공감했다. 그래서 드라마로 이 같은 바를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사진=KBS 제공] '생일편지' 촬영 현장에서 열연한 송건희(왼쪽)와 조수민(오른쪽) 스틸 컷.
의미가 남다른 작품인 만큼 제작 과정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김정규 PD는 "일단 현재 남아 있는 한국의 장소 중에서 이 작품을 표현할 만한 장소가 정말 없더라. 장소 헌팅에만 굉장히 어려움도 많았고, 최소한 이것 만큼은 확보가 돼야 한다는 앵글 상의 장소를 간신히 확보한 정도였다. 아무래도 원자폭탄이 드라마 상에서 터지고 났을 때, 화면 상에 보이는 모습들에 대해서 고민을 해봤을 때 이 드라마가 오락물이나 재난 드라마는 아니라고 봤다. 그래서 그 공간에 놓인 인물들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봐서 폭탄이 터지는 상황이라거나 스케일이나 대단한 허장성세를 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현장에 놓인 인물 위주로 카메라를 팔로우 했고 최대한 앵글을 좁혔다고 볼 수 있다"며 제작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대신 그 가운데 감수가 필요할 정도로 굉장히 민감한, 역사적인 고증이라는 게 있지 않나. 그런 경우는 영상물도 최대한 찾아볼 수 있는 대로 찾아보고, 역사학자 교수님도 찾아가서 우리나라에 없는 일본 쪽 자료들도 구해보고 사진들도 찾아봤다. 우리 조연출도 고생을 많이 했다. 아무래도 사실을 영상으로 보여드려야 하기 때문에 국회 도서관은 물론이고 대한민국에 있을 만한 곳은 다 찾아봤다. 저희가 평가는 받아 봐야 알겠지만, 적어도 '역사적으로 이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정도로 표현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아무래도 드라마다 보니까 다큐멘터리는 아니라 약간의 상상력은 들어갔다고 보시면 될 것 같다"고 자부했다.
이밖에도 제작진과 배우들은 '공감'과 '사랑'을 작품의 주요 관전 키워드로 꼽으며 '생이편지'의 의미를 강조했다. 시의적으로나 방송 환경적으로나 작품이 갖는 메시지와 의미가 상당한 상황. '생일편지'가 이 같은 기대감에 맞춰 시청자를 웃고 울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생일편지'는 11일 밤 10시에 전파를 탈 예정이다. / monami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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