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 신승호 "첫 TV 드라마서 악역, 욕 많이 먹는 게 목표였다" [Oh!커피 한 잔①]
OSEN 심언경 기자
발행 2019.09.24 07: 28

배우 신승호가 '열여덟의 순간'을 통해, 안방극장에 강렬한 눈도장을 찍었다. 
신승호는 지난 19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OSEN에서 JTBC 월화드라마 '열여덟의 순간'(극본 윤경아, 연출 심나연) 종영 인터뷰를 가졌다.
'열여덟의 순간'은 위태롭고 미숙한 '예비 청춘'의 세상을 있는 그대로 담아낸 드라마다. 신승호는 극중 누구보다 완벽하지만 미숙한 고등학교 2학년 마휘영 역으로 분했다. 

이날 신승호는 '열여덟의 순간'의 종영 소감을 묻는 말에 홀가분한 듯 미소를 지으며 "별 탈 없이 무사히 마칠 수 있어서 기쁘고 감사하다"라고 운을 뗐다. 
하지만 그저 '기쁘고 감사하다'라고 말하기엔, 신승호에게 '열여덟의 순간'은 상당히 뜻깊은 작품이다. '열여덟의 순간'은 신승호의 첫 TV 드라마 주연 데뷔작이며, 연기 활동의 시작을 본격적으로 알린 드라마다. 
"사실 아쉬움이 커요. 제가 TV 드라마에서 처음 주연을 맡기도 했고 연기자 활동에 있어서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었는데, 끝이 나서 아쉽죠."
마휘영은 천봉고의 절대 권력자였다. 매번 전교 1등을 차지하는 '엄친아'로, 남부러울 것 없이 유복하게 자랐다. 그러나 학교 폭력부터 성적 조작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갖은 악행을 저질렀다. 이는 완벽주의자인 아버지와 조울증인 어머니에게서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었다. 
신승호는 이처럼 사연 있는 악역 마휘영을 완벽하게 표현했다는 평을 받았다. 매섭고 차가운 눈매, 큰 키, 중저음의 목소리 등 마휘영 그 자체였다. 과거 그의 고등학교 시절이 미심쩍을(?) 정도. 하지만 신승호는 마휘영과의 공통점을 묻는 말에 "하나도 없었다"고 단호히 답했다. 
"전교 1등, 엄친아, 반장 다 저랑 거리가 멀어요. 휘영이의 감정이나 위치도 거리가 멀고요. 그래서 공감하려고 되게 많이 노력했어요. 제가 이해한 휘영이는 성장 배경 때문에 내면에 깊은 어둠이 자리 잡힌 친구예요. 그렇게 되기까지 부모님의 압박 속에서 초조함과 두려움을 끝없이 느껴야 했죠."
신승호는 자신과 철저히 다른 삶을 산 마휘영을 이해하기 위해, 축구 선수 시절의 경험을 활용했다. 신승호는 "선수 생활을 할 때 경쟁 구도가 당연한 것처럼 살았었다. 그 당시 느꼈던 불안감, 초조함, 두려움에 접촉하려고 시도를 많이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때를 떠올리니까 휘영이의 감정들에 공감이 확 되더라. 그 상태에서 촬영을 시작하니까 회차를 거듭하면서 점점 캐릭터에 몰입이 됐다"며 "연기가 스스로 만족스럽다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휘영이와의 일체화는 잘 됐지 않았나 싶다"라고 전했다.
마휘영은 위태롭기 때문에 흔들리고, 흔들리기 때문에 변화 가능성을 지닌 인물이다. 신승호가 꼽은 명장면은 이러한 마휘영의 성장을 극적으로 담아냈던 신이었다.
"휘영이가 아버지에게 처음으로 반기를 드는 장면이 있어요. 그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휘영이가 그동안 어둠 속에서 살아온 이유도, 더 나은 어른이 되기로 한 이유도 부모님이에요. 부모님 때문에 망가진 휘영이가 부모님 덕분에 성장하게 되는데, 그 시발점을 핵심적으로 담아낸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열여덟의 순간'은 마휘영의 감정선과 악행을 주축으로 전개됐다. '열여덟의 순간'이 마휘영을 통해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사회 문제와 맞닿아 있었다. 이 모든 중심에 선 마휘영을 연기했던 만큼, 신승호의 부담감도 상당했을 듯하다. 
"부담감이 없을 수 없죠. 굉장히 사회적으로 민감하고 예민한 주제잖아요. 하지만 미숙한 열여덟의 세상에서는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상이기도 하거든요. 저야 주어진 대본을 보고 연기를 하는 배우지만, 그런 이야기를 직접 다루신 감독님과 작가님이 되게 멋진 분들이라고 생각해요. 굉장히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니까요."
제아무리 사연이 있다 한들, 악역은 악역이다. 시청자들은 매회 마휘영에게 분노를 토해냈다. 하지만 마휘영에게 쏟아진 악플은 곧 신승호를 향한 것이기도 했다. 이제 갓 브라운관에 발을 내디딘 신인 배우에게는 다소 감당하기 어렵지 않았을까.
"아무렇지 않진 않았죠. 조금 속상하기도 했고요. 정말 조금이요. 이미 악역인 걸 알고 있었잖아요. 악역은 작품에 꼭 있어야 하는 존재고, 또 잘 해내야 드라마도 살고 캐릭터도 살고 배우도 사는 것 아니겠어요. 모두가 잘 되는 길이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삼았던 작은 목표가 '욕을 최대한 많이 먹자'라는 것이었어요. 시작과 동시에 목표를 이뤘어요. 하하. 속상했지만 금방 다시 정신을 차렸어요. 오히려 감사한 상황이죠. 연기력으로 욕을 먹는 게 아니고, 캐릭터로 욕을 먹은 거니까요. 그만큼 많은 분이 몰입해주신 거고요. 이렇게 생각을 다잡고 나머지 촬영을 용기 있게 임했어요. '더 악하게 해야겠다'라는 마음으로요."
대차게(?) 욕을 먹은 만큼, 종영이 시원섭섭할 법도 하다. 그러나 신승호는 줄곧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의 아쉬움은 무엇보다 옹성우, 김향기 등 함께했던 배우들과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신승호는 극 전개상 가장 많이 부딪힌 옹성우(최준우 역)와의 호흡을 묻는 말에 "너무 많은 신을 함께 해서 정말 많이 가까워졌다. 둘 다 성격이 밝고 장난을 좋아해서, 감정 신 앞두고 웃음이 터져서 NG를 낸 적도 있다"며 "호흡도 잘 맞았다. 성우가 표현한 준우만의 매력과 제가 낼 수 있는 휘영이의 매력이 만나서 팽팽한 긴장감이 유지될 수 있었다"고 답했다.
이어 김향기(유수빈 역)에 대해서는 "밝고 쾌활한 여동생 같다. 명랑하고 멋진 친구다. 그리고 대선배 위치에 있는 배우이기도 하다. 찾아내려고 하지 않아도 카메라 앞에서 호흡을 맞추다 보면 그 자체만으로도 느낄 점이 너무 많았다. 배울 점도 많고 존경스러웠다"라고 밝혔다.
회를 거듭할수록 공감을 자아내는 신승호의 연기와 끝까지 화기애애했던 현장 분위기 덕분이었을까. '열여덟의 순간'은 자체 최고 시청률(3.9%,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을 경신하며 마무리됐다. 이에 신승호는 "너무 만족스럽고 감사드린다. 사실 시작할 때쯤에는 시청률이 되게 핫한 키워드였는데, 너무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현장 분위기가 좋다 보니까 시청률에 대한 부담감을 살짝 내려놓게 되더라. 함께 있으면 좋은 친구들을 만나서 행복했다"고 전했다. /notglasses@osen.co.kr
[사진]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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