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번째 용의자' 김상경, #악역과 선역 #정치색NO #살인의추억 범인 (종합)[Oh!쎈 현장]
OSEN 하수정 기자
발행 2019.09.26 14: 46

영화 '열두 번째 용의자' 김상경이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의 다양한 해석부터 최근 화제를 모은 '살인의 추억' 범인까지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26일 오후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열두 번째 용의자'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주연 배우 김상경, 허성태, 김동영, 연출을 맡은 감독 고명성 감독 등이 참석했다. 
'열두 번째 용의자'(감독·각본 고명성, 제작·제공 ㈜영화사 진, 공동제작 M&CF, 배급 ㈜인디스토리)는 1953년 한국전쟁 직후, 남산에서 벌어진 한 유명 시인의 죽음을 배경으로 예술가들의 아지트인 '오리엔타르 다방'에서 시인 살인사건을 조사하는 수사관 김기채(김상경 분)와 용의자들의 숨막히는 심리 대결을 그린다. 2019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폐막작으로 주목을 받았다.

26일 오후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열두 번째 용의자' 언론배급 시사회가 진행됐다.

김상경은 영화에서 사건 담당 수사관 김기채를 연기했다. 1953년 가을, 남산에서 유명 시인 백두환의 사체가 발견되고 육군 특무부대 소속 상사 김기채는 해당 사건의 수사관으로 배정 받아 평소 시인이 자주 출몰했다는 오리엔타르 다방을 방문한다. 백 시인을 회고하는 이야기 속에서 미심쩍은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는 가운데, 다방 안의 모든 인물을 용의선상에 올리고 본격적인 심문과 범인을 색출하는 인물이다. 
김상경은 "내가 '화양연화'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1940~60년대 감성을 좋아한다. 이번 영화에서 올백머리로 등장하는데, 그 시기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유난히 혼란스럽다. 시나리오를 읽고 고명성 감독을 만났는데, '올드하다는 것이 뉴'라고 하더라. 그 발언에 공감했다. 사실 우리 영화가 멋과 기교가 많은 영화는 아닌데, 시나리오가 재밌었다. 그리고 작은 공간에서 이야기가 벌어지는데, 긴장감을 놓지 않고 감독의 연출력과 배우의 연기술이 맞아 떨어져야했다. 그래서 출연하고 싶었다"며 출연 이유를 공개했다.
26일 오후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열두 번째 용의자' 언론배급 시사회가 진행됐다.
김상경이 연기한 김기채는 극악무도한 악역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필모그래피 중에 악역이 많지는 않다"며 "그런데 내가 항상 생각하는 게 있다. 영화에는 착한 역할만 있지는 않다. 시나리오나 드라마 대본에서 어떤 얘기를 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무조건 선한 사람, 악한 사람이라는 걸 믿지 않는다. 사회 생활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을 때가 세상에 권선징악이 없다는 것과 내 자신이 너무 교육화됐다는 것을 알았을 때다. 배우를 좋아하는 이유가 인간을 탐구하기 때문이다. 이 역할을 악역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아닐수도 있다"고 답했다.
이어 "영화 속 김기채는 그 당시 그런 선택을 했던 것 같다. 지금도 이론적으로 사회가 양분화 돼 있다. 서로 반반씩 나눠져 서로의 생각이 맞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기채 입장에서는 정의로운 일을 하고 있다고 착각해서 끝까지 믿을 수도 있다. 그런 질문을 화두로 던질 수도 있지 않을까. 배우는 그런 욕심이 있다. 표면적으로 아주 단순화된 인물보다 입체적인 변화가 있는 인물을 좋아한다"며 미소를 지었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캐릭터를 연기한 김상경. "관객들에게 어떤 인물로 보여지길 바라느냐?"라는 질문에 "옛날에 안성기 선배님이 그런 말씀을 한 적이 있다. 유명인이 되면 어떤 정치적인 곳에서 연락이 온다고 하더라. 난 한 번도 그런 곳에 참석한 적이 없는데, 배우가 한 쪽에 서게 되면 반을 잃게 된다고 했다. 내가 연기를 열심히 하는 이유는 특정인 누구한테 보여주려고 하는 게 아니다. 그리고 날 사랑해 주시는 분들이 정치적으로 나와 다르다고 해서 절대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가끔 '화려한 휴가'를 비롯해 역사적인 사건을 다룬 작품들을 하게 되는데, 꼭 정치적인 성향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다. 얘기가 재밌고, 배우로서 인물을 표현하는데 다양성이 있는 것 뿐이다. 생각해볼만한 문제를 제시하는 의미에서 하는 거다. 난 빨갱이가 아니다.(웃음) 예전에 내가 '화려한 휴가'에 출연했다는 이유로 '일베' 이런 곳에 올라갔다고 하더라. 난 역사적 소명의식이 있거나 대단한 인물이 아니다. 그냥 두 아들을 두고 열심히 일하는, 가족을 부양하는 배우일 뿐"이라며 웃었다. 
영화 '살인의 추억' 포스터
또한, 이날 현장에서는 김상경의 대표작 '살인의 추억' 관련 질문도 나왔다. 앞서 지난 18일 오후,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50대 남성 A씨를 특정했다고 밝혔다. 현재 A씨는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은 1986년부터 1991년까지 10차례에 걸쳐 발생한 대표적인 장기 미제사건으로 유명하지만, 지난 2003년 영화 '살인의 추억'을 통해 스크린에 옮겨져 더욱 화제를 모았다. 봉준호 감독이 연출하고, 송강호가 주연을 맡은 '살인의 추억'은 당시 50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으며, 지금도 범죄 스릴러 수작으로 손꼽힌다. 
이에 대해 김상경은 "'살인의 추억' 개봉 당시 난 혼란이 있었다. 그때 피해자들을 위해서 영화를 찍었다고 생각했는데 그 영화가 이슈 됐을 때 '추적 60분'에서 피해자 가족들을 인터뷰했다. 그런데 너무 싫어하더라. 피해자 가족분들이 '왜 지나간 일을 범인을 잡지도 못하는데 들쑤시느냐고 하시더라. 그래서 혼돈이 왔다. 영화는 너무 잘 되고 좋았는데 '이게 열심히 한 게 오히려 안 좋은 건가?' 생각하면서 지나왔다"며 비판적인 반응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범인이 특정화 된 다음에 봉준호 감독님과 카톡을 했다. 감독님한테 기뻐서 문자를 남겼더니, 감독님의 첫 마디가 서태윤 형사의 이름을 부르면서 '태윤아'라고 하시더라. 그리고 당시 어떤 기자 분이 그런 비판적인 반응도 있는데, 어떠냐고 질문했고, 내가 '기억하는 것 자체가 응징의 시작이다'라고 답했다"며 과거를 떠올렸다. 
김상경은 "요즘 생각해보니 예전에 내가 '공소시효'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거기에서 미제 사건을 굉장히 많이 다뤘는데 너무 힘들어서 못하겠더라. 그런 사건들이 영화로 안 만들어지면 잊혀지고 관심을 안 갖는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만약에 '살인의 추억'이 안 만들어졌으면, 화성연쇄살인사건도 잊혀졌을 것 같다. 영화로 만들어진 의미가 평행이론처럼 맞춰지는 것 같다. 영화가 있어서 가능한 일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26일 오후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열두 번째 용의자' 언론배급 시사회가 진행됐다.
26일 오후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열두 번째 용의자' 언론배급 시사회가 진행됐다.
김상경과 함께 첫 스크린 주연을 맡은 허성태는 "내가 주연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김상경 선배님이 주연이다. 주연급으로 크레딧에 올려주셨는데, 김상경 선배님만 믿고 갔다"고 했고, 김동영은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보내주셨을 때, 감정적으로 표출하면 안 되는 캐릭터였다. 그 안에 내가 절제하면서 연기해야 했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캐릭터라서 도전해보고 싶었다.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마음도 생겼지만, 날 캐스팅해 준 감독님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그리고 좋은 선배님들과도 작업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고명성 감독은 "영화 속 배경 시기를 그렇게 잡은 것은 해방 이후 제대로 된 일제 시대의 청산과 성찰이 이뤄지지 않았고, 그런 상황에서 전쟁이 터졌다. 전쟁 이후에 혼잡한 상황이었다는 게 중요했다. 이 시대부터 '근현대 역사의 단추가 잘못되지 않았나' 하는 게 개인적인 소견이다. 참고로 한 영화는 적은 예산과 이야기를 함축적으로 보여줘야했기에 '12인의 성난 사람들'을 봤다. 한 공간에서 영화를 풀어나가자고 생각했다. 영화에 나오는 '오리엔타르 다방'도 '오리엔트 특급 살인'을 좋아해서 그 제목에서 오마주 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김상경은 "마음 속 무언가를 생각할 수 있는 작품인 것 같다", 허성태는 "중고등학생들이 많이 봤으면 좋겠다. 작품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일제시대라는 점이다. 전후 지식을 알고나서 보면 더 재밌을 거다. 이런 역사적인 통찰력을 좀 더 키울 수 있는 시발점이 되는, 영화로 작용했으면 좋겠다"며 바람을 드러냈다.
한편, '열두 번째 용의자'는 오는 10월 10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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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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