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드라마 스페셜 2019’이 돌아왔다. 공영성, 다양성, 대중성, 실험정신, 젊은 패기로 무장한 10편의 단막극을 선보인다.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누리동 쿠킹스튜디오에서는 KBS 드라마 스페셜 2019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집우집주’ 연출을 맡은 이현석 PD와 배우 이주영, 김진엽, ‘웬 아이가 보았네’ 연출을 맡은 나수지 PD와 배우 태항호, 김수인 등이 참석했다.
‘KBS 드라마 스페셜’은 드라마 시장에 신인 작가와 연출이 데뷔하는 주요 통로다. 실제로 ‘SKY 캐슬’ 유현미, ‘동백꽃 필 무렵’ 임상춘, ‘녹두꽃’ 정현민, ‘비밀’ 유보라 등 맹활약 중인 작가들이 ‘드라마 스페셜’을 통해 데뷔했다.

KBS 문보현 센터장은 “미니시리즈, 연속극보다는 소박하지만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특집, 단막극의 경우에는 너무 소중한 프로그램이다. 단막극은 지상파에서는 대부분 사라졌다. 단막극의 의미, 소중함 보다는 경쟁 때문에 하기 쉽지 않다. KBS도 어렵지만 책임감, 사명감, 공영방송에서의 위치에서 열심히 제작하고 있다. 형편이 충분하지는 않지만 단막극 정신, 다양성 이는 스토리로 도전적인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 센터장은 “단막극은 작가, 배우, PD를 배출하는 요람이다. 아역배우, 신인배우, 기대하고 있는 작가들의 글까지 즐겁고 소중하게 봐주셨으면 한다.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내실있는 콘텐츠로 기대에 부응하도록 하겠다. 올해 10편 하면서 쌓인 내공을 모아 내년에는 조금 더 변화하고 발전된 모습으로 단막극을 준비하겠다. 소재를 다양하게 해서 시청자들의 요구에 맞는 콘텐츠를 준비하겠다”는 포부도 덧붙였다.

올해 ‘드라마 스페셜’에는 집, 노인, 이사, 댄스, 취업, 죽음 등 다채로운 소재의 이야기들이 액션 스릴러부터 로맨틱 코미디까지 다양한 장르 안에서 펼쳐진다. 젊은 패기의 실험성과 대중성을 모두 잡기 위해 다양한 장르의 단막극이 풍성하게 안방을 찾아간다.

이현석 PD는 “개인적으로는 뭘 보여줘야 한다기 보다는 작품 안에 들어있는 이야기를 더 효율적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 고민했다. ‘집우집주’라서 다양한 집의 모습을 작품에 담기는데, 집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대비가 될 수 있을까 보여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나수지 PD는 “첫 연출이라서 관심있게 보던 집 안에 내부, 소품을 최대한 해보자는 욕심이 있었다. 30대 여성이라서 여성 분들이 좋아하게 노력하니까 내 취향이 많이 반영됐다는 평가를 얻었다. 시청자 분들이 보시고 따뜻하게 바라봐주셨으면 한다”고 이야기했다.
PD, 작가 뿐만 아니라 신인 배우들에게도 ‘드라마 스페셜’은 기회의 장이다. 올해 ‘드라마 스페셜’ 10개 작품에는 ‘집우집주’ 이주영-김진엽, ‘웬 아이가 보았네’, 태항호-김수인-진경, ‘렉카’ 이태선-강기둥, ‘그렇게 살다’ 정동환-주석태, ‘스카우팅 리포트’ 최원영-이도현, ‘굿바이 비원’ 김가은-정준원, ‘사교-땐스의 이해’ 신도현-안승균, ‘때빼고 광내고’ 박은석-나혜미-소유-병헌 등이 나선다.
이주영-김진엽은 ‘집우집주’로 ‘드라마 스페셜’ 문을 연다. ‘집우집주’는 어릴 적부터 초라한 집에 콤플렉스가 있는 수아(이주영)의 신혼집 구하기 프로젝트를 그린 현실 로코다.
이현석 PD는 “수아가 자신의 집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그 안에 다양한 집의 형태가 담겼다. 이 시대에 집이란 무엇일까, 어느 집, 어떤 집에서 사는 게 중요한가라는 물음에서 시작한 작품이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 PD는 “‘집이란 무엇일까’, ‘왜 더 좋은 집에 살려고 할까’는 물음에서 시작했다. 개인적인 바람이라면 집의 가치가 부의 상징이 아닌 삶의 가치의 한 공간으로서만 작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이주영은 수아 캐릭터를 연기한 점에 대해 “수아라는 캐릭터가 집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게 되면서 자신도 살아오면서 저지른 적 없는 충동적인 사건을 일으키긴 한다. 그래서 PD님과 이런 수아의 선택과 과정들이 합리적이어야 한다고 많이 의논했다. 극 후반부에 집, 연인에 대한 생각을 다시 정립한다. 그 부분에서 고민이 담길 수 있게 연기하려 노력을 했다”고 말했다.

김진엽은 “부잣집 아들이어서 수아를 자극하는 캐릭터처럼 보일 수 있는데, 내가 원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좋아보이는 인생을 살다가 벗어나서 수아를 만나는 캐릭터다. 그런 과정에서 부딪히고 갈등하는 일이 일어난다. 해소되는 과정에서 수아의 행동을 이해하기 때문에 틀에 박힌 캐릭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집우집주’의 바통은 ‘웬 아이가 보았네’가 잇는다. 태항호, 김수인 주연의 ‘웬 아이가 보았네’는 작은 시골마을 버려진 외딴 집에 남들의 눈을 피해 이사 온 양순호(태항호)와 할아버지의 매타작을 피해 이 집을 비밀 안식처로 삼고 있는 열두 살짜리 여자아이 동자(김수인)의 공생을 담은 이야기다.
나수지 PD는 “입봉작으로 휴머니즘 요소가 있는 작품을 하고 싶었다. 대본을 여러 개 찾던 중 감동을 주는 드라마가 바로 ‘웬 아이가 보았네’다. 소외된 어린 아이와 소외된 남자가 만나서 가족을 이루는 내용이다”고 소개했다.
이어 나 PD는 “휴머니즘, 가족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목표가 있었다. 12살의 아이가 마냥 어린 건 아니다. 성숙해지는 징후가 나타난다. 그걸 남성의 시선으로 보는 게 우려됐는데, 캐릭터를 시대에 맞게 그리면서 볂화가 있었다. 단순희 순호가 정체성을 찾아가는 것이었다면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본질을 좋게 봐서 우리가 접근하는 성소수자 문제나 다른 차별점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태항호는 “기획의도에는 여자를 꿈꾸는 남자로 나온다. 하지만 내가 접근하기로는 여성으로 태어났어야 하는데 남성으로 잘못 태어난 사람으로 잡았다. 다시 여성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걸 꿈꾸는 사람으로 했고, 큰 이질감보다는 같은 사람으로서의 이야기를 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또한 태항호는 “주변에서는 이 캐릭터를 두고 원래대로 하면 되지 않냐고 하더라. 그 캐릭터로 살아가는 게 쉽지는 않았다. PD님의 지시를 잘 풀었다고 생각한다”며 “김수인과 호흡은 처음에는 낯을 가리는데 나도 낯을 가린다. 처음에는 서먹했는데, 첫 장면이라서 이질감은 없었다. 친해진 후에는 도움을 주기 보다 많이 받았다”고 덧붙였다.

김수인은 “나처럼 털털한 아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다. 자신감이 넘치고, 항상 희망을 잃지 않는 아이라 생각해서 평소처럼 행동하려고 했다”고 연기 소감을 밝혔다.
편성은 금요일 오후 11시다. 각 방송사의 주력 예능 프로그램이 포진한 시간대라 시청률에서는 고전할 수 있다. 이현석 PD는 “이미 자리 잡은 프로그램,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경쟁하고 있어 부담이 되지만 단막극에 대한 가치가 중요할 것 같다. 금요일 밤 대표 예능들과 같이 방송된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짚었다.
끝으로 나수지 PD는 “보신 분들의 마음이 따뜻해지고 힐링 됐다는 느낌을 받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7명의 감독이 만드는 10편의 단막극 페스티벌 ‘드라마 스페셜 2019’는 오는 27일 ‘집우집주’를 시작으로 매주 금요일 오후 11시 안방을 찾는다. ‘집우집주’에 이어 ‘웬 아이가 보았네’(10월4일), ‘렉카’(10월11일), ‘그렇게 살다’(10월18일), ‘스카우팅 리포트’(10월25일), ‘굿바이 비원’(11월1일), ‘사교-땐스의 이해’(11월8일), ‘때빼고 광내고’(11월15일), ‘감전의 이해’(11월22일), ‘히든’(11월29일)이 방송된다.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