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아킨 피닉스와 토드 필립스 감독이 영화 '조커'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공개했다.
26일 오후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조커' 언론시사회 및 라이브 컨퍼런스가 열렸다. 주연 배우 호아킨 피닉스와 연출을 맡은 토드 필립스 감독이 영상을 통해 국내 취재진과 만났다.
‘조커’는 희대의 악당 조커의 탄생이라는 그 누구도 몰랐던 새로운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코믹북 기반이 아닌 영화를 위해 완전히 재창조된 오리지널 스토리를 다룬다. 코믹스 영화 사상 최초로 제76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해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8분간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호평을 이끌어냈다.

극 중 아서와 악당 조커를 넘나들며 열연한 호아킨 피닉스는 하루에 사과 하나만 먹으면서 23kg 가까이 감량했다. 그는 "캐릭터가 굶주려 있으면서 건강하지 않아 보이고, 영양실조 상태의 늑대처럼 보이길 바랐다"며, 온몸의 뼈마디 하나하나로도 감정을 드러내면서 인생 캐릭터를 완성했다.
이번 '조커'에는 독립적 세계관 속에서도 DC 시리즈 연결고리가 될 고담시, 토마스 웨인, 알프레드 집사, 아캄 정신병원 등이 등장하고, 로버트 드 니로가 인기 TV쇼 진행자로 출연한다. 배우이자 '스타 이즈 본'으로 감독으로서 실력을 인정 받은 브래들리 쿠퍼가 제작에 참여하기도 했다.
필립스 감독은 이날 영화를 접한 한국 관객들의 반응이 어땠는지 궁금해했고, 호아킨 피닉스도 "한국에서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많은 분들이 영화에 대해서 해석하고 다른 반응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 분들은 어떻게 봤는지 궁금하다"며 감독과 비슷한 반응을 내놨다.


조커를 연기한 이전 배우들을 싹 잊게 만들었다는 평을 들은 호아킨 피닉스는 "팀 버튼의 '배트맨', '다크나이트'도 봤다"며 "그런데 우리는 독특하고 특별한 조커를 만들고 싶었다. 조커만의 인생과 역사를 표현하고 싶었고, 기존 영화와 전임자를 참고하지 않으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 전에는 조커라는 캐릭터가 이렇게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캐릭터인지 몰랐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서 조커의 영향력을 깨닫게 됐다. 전임자들이 조커를 연기하면서 어떤 영향력을 느꼈는지 깨달았고, 감독님이 조커만의 세계를 이해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도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열린 결말로 끝낸 필립스 감독은 "오픈 엔딩으로 남겨두는 게 중요하다고 느꼈다. 사람들이 각자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고 싶었다. 아서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게 아니냐, 후속작에 기대감을 내비치는 사람도 있더라. 이 부분에 대해서 다양한 질문을 받고 있는데, 정확한 답을 줄 수가 없다. 각자 해석하는 재미를 드리고 싶고, 그 재미를 망치고 싶지 않다. 끝까지 각자 해석하는 재미를 드리고 싶다"고 했다.



최근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쾌거를 이룬 필립스 감독은 "이 영화가 새로운 지평을 연 것으로 기억되고, 코믹스 장르의 지평을 연 것으로 기억해주시면 좋겠다"며 "코믹스 북을 기반으로 한 영화가 많아서 이제는 한 장르가 됐다.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는데 정말 기뻤다. 사실 이것이 장르를 바꾸고 전복시켰다고 볼 수 있다. 사람들이 기대했던 것과 다른 톤이었다. 그래서 더욱 놀랐던 것 같다. 그리고 호아킨의 연기도 수상에 큰 역할을 한 것 같다. 영화가 배우의 연기 덕분에 기억되는 것 같다. 코믹북 기반인데도 다른 결과물로 나와서 수상한 것 같다"며 겸손했다.
영화에서는 아서의 독특한 웃음 소리와 조커의 우아하면서도 기괴한 춤 동작이 인상적이다. 이에 대해 호아킨은 "아서는 굉장히 산만하고 병을 앓고 있다. 그런 것을 반영할 수 있는 움직임을 표현했다. 그리고 조커의 움직임은 우아하고 자신감이 넘친다. 그렇게 대비되는 움직임을 보여주려고 했다"고 답했다.
특히 호아킨 피닉스의 열연은 보는 이들을 소름끼치게 만든다. 올해 가장 강력한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후보로 점쳐지고 있다. 혹시 촬영이 끝나고 후유증이 없느냐는 질문에 "솔직히 촬영할 때 힘들었고, 사실 모든 작품이 힘든 점이 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에너지를 남겨 두면서 찍었고, 감독에게 에너지를 받은 부분도 있다. 감독님과 일을 하다가, 정말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말한 적도 있다. 감독님과 얘기를 하면서 영감을 받았다. 이 배역에 많은 에너지를 쏟아부을 수록 에너지를 받은 경우가 많았다. 하루종일 촬영하고, 앞으로 촬영될 장면을 얘기 나누면서 이 세계에 심취된 것 같았다. 심하게 소진되거나 고갈되는 느낌은 없었다. 오히려 더 많은 힘을 받았고 동기부여가 됐다"며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필립스 감독은 '조커'를 향한 한국 관객들의 높은 관심에 대해 "지난 10년 동안 미국을 살펴보면, 전 세계에서 만들어지는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 같다. 올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고 있어서, 나도 보고 싶은 영화다. 넷플릭스에서 '옥자'도 봤는데 너무 재밌었다. 굉장히 아름다운 작품이었다. 전과는 달리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어서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작품으로 현대 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느냐?"라는 질문에 감독은 "우리 영화 대사 중에 '나의 죽음이 나의 삶보다 가치 있기를'이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의도적으로 스펠링이 잘못 돼 있다. 한편으론 아서의 삶에 대한 비관적인 관점을 말하려고 했고, 아서가 세상을 떠나게 됐을 때 본인의 의미가 남겨지지 않을까 싶었다"며 "이 영화의 배경은 1970년 대 말~80년 대 초이고, 각본은 2017년에 썼다. 영화는 당대 진행되고 있는 다양한 일을 반영하기 마련이다. 내가 자부심을 느끼는 게 이미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슈들에 대해서 보여 드릴 수 있어서 좋았다는 점이다"고 설명했다.
감독은 "어떤 분들은 이미 알고 있는 이슈일 수도 있다. 그리고 아동 시절의 트라우마에 대해서 보여 드릴 수 있었다. 사회 경제의 지위에 대해서도 보여드렸고, 취약 계층이 어떤 대접, 대우를 받고 있는지 보여 드릴 수 있었다. 이러한 영화를 보고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논의하고, 얘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못 보던 것을 볼 수 있었다면 충분히 가치있다고 느낀다"고 덧붙였다.
호아킨 피닉스는 "다양한 질문을 해줘서 정말 감사하다. 우리가 직접 한국에 갔으면 좋았을 텐데, 여러분들의 반응이 정말 좋다. 화상으로 기자회견을 진행한 적이 없었는데, 정말 감사하다"고 했고, 감독은 "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느껴져 감사하고, 전 세계적으로 그랬던 것 만큼 한국의 관객들도 극장을 나갈 때 기억에 남을만한 것을 가지고 떠나시면 좋겠다. 곧 한국에 방문할 수 있길 바란다"며 미소를 지었다.
한편, '조커'는 오는 10월 2일 2D와 IMAX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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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영화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