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연일체’. 사람들의 행동, 의지 따위가 조금도 차이가 없이 한 덩어리가 된다는 뜻이다. 연기에 대입하면 ‘메소드 연기’라고 할 수 있는데, 배우가 자신이 연기하는 캐릭터와 비슷한 상황을 겪어봤거나 한다면 더 사실적으로 표현할 수 있어 시청자들의 몰입도는 더욱 극대화된다.
배우 유선에게 KBS2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 강미선이 바로 ‘혼연일체’의 캐릭터였다. 유선이 연기한 강미선은 잔소리를 쏟아내는 친정 엄마와 본인 자식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시어머니 사이에서 상처만 쌓여가는 워킹맘이다. 여기에 철없는 남편까지 더해지면서 온갖 고충을 겪었다.
강미선이라는 캐릭터가 처한 상황은 유선과 매우 비슷하다. 드라마에서는 극적이게 표현됐지만 실제로 유선은 결혼해 슬하에 1녀를 두고 있는 상태로, 육아를 해야 하는 ‘워킹맘’이라는 상황이 겹쳤다. 실제로 겪은 일인 만큼 유선은 캐릭터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었고, 유선의 활약 속에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은 최고 시청률 35.9%를 기록하며 종영했다.


▲ “워킹맘 강미선, 나와 비슷한 상황…공감 많이 됐죠.”
지난 27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OSEN과 만난 유선은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의 내용과 강미선이라는 캐릭터가 자신과 매우 비슷해 끌렸다고 이야기했다.
“엄마와 딸들의 이야기, 엄마가 김해숙 선배님이라고 들었을 때 내용은 알 수 없었지만 따뜻한 이야기가 되겠다 싶었어요. 현실감 있게 모녀의 갈등을 녹여내고, 그 안에서 사랑도 있을거라 생각했죠. 대본과 시놉시스를 보니까 강미선이라는 캐릭터가 저와 비슷했어요. 워킹맘이고 일 때문에 아이를 친정으로, 시댁으로 맡기는 부분이요. 대본을 보면서 그렇게 눈물이 났고, 현실 제 상황과 비슷해 좋았어요.”
“4부에 보면 엄마가 하는 잔소리들이 너무 힘들고 숨막히게 한다면서 우는 장면이 있어요. 그게 너무 와닿았어요. 정말 강미선은 미선 반, 유선 반이거든요. 리얼하게 찍으면서 가슴 아팠죠. 미선이도 그렇지만 저 역시도 일을 하기에 아이를 맡기는데, 온전히 전념하지 못하고 신경써야 할 때가 있잖아요. 현실적으로 만나는 부분이 많았어요.”

친정 엄마와 갈등, 고부갈등, 철없는 남편과 집안 일 및 육아로 인한 갈등, 직장 스트레스 등을 받는 ‘워킹맘’을 현실감 있게 그리면서 몰입도를 높였고, 이를 통해 시청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했다. 시청자들은 자신이 느낀 부분을 유선의 SNS 등에 댓글로 올리면서 유선에게 힘을 줬다.
“다빈(주예림)을 잃어버렸다가 다시 찾는 장면이 있는데 그 부분에 많은 분들이 공감하시고 반응을 남겨주셨어요. 비슷한 상황을 겪으신 분들이 상황을 말해주면서 몰입해서 보셨다고 하셨어요. 특히 강미선 분량은 현실적인 이야기를 더 많이 다루고 있기 때문에 반응이 컸던 것 같아요.”

▲ “정진수, 착하고 순수하잖아요…실제 남편에게 고마워요”
강미선은 친정 엄마, 시어머니와 갈등을 빚기도 하지만 남편 정진수(이원재)와 겪는 갈등도 있다. 정진수는 철없는 남편으로, 아내와 아이보다 취미 생활에 더 신경을 쓰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때문에 강미선은 고군분투하며 가정을 끌고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 시청자 입장에서는 속터지는 장면이 많았다.
“이원재가 촬영을 할 때 ‘미선이가 왜 진수랑 결혼했는지 모르겠다’고 했어요. 그래서 ‘착하잖아’라고 했던게 기억나요. 필요할 때 도와주진 않지만 그런 사위가 어딨어요. 너무 착하고 순수해요. 진짜 속 썩일만한 일은 하지 않는 착한 매력에 미선이 진수와 결혼하지 않았나 싶어요.”
실제로 남편과 딸이 있는 유선은 남편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남편의 배려가 있었기에 자신이 배우로서 연기도 할 수 있다는 것.
“강미선을 연기하면서 저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라고 느꼈어요. 감사한 사람이라고 느꼈죠. 워킹맘에게 중요한 건 남편의 이해와 서포트에요. 아무리 부모님이 도와주신다고 해도 엄마, 아빠가 서로 빈자리를 채워줘야 아이가 안정감을 느끼거든요. 제가 가정을 온전히 돌보지 못할 때 남편이 채워줬기에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 “15년 만에 다시 만난 엄마 김해숙…김소연-김하경과는 편안한 자매였어요.”
유선은 이번 작품에서 김해숙과 모녀 호흡을 맞췄다. 김해숙과 다시 작품에서 만난 건 15년 만이다. SBS 드라마 ‘작은 아씨들’에서 모녀로 호흡을 맞췄던 유선은 다시 만난 김해숙과 호흡에 남다른 감회를 느꼈다.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 마치고 김해숙 선배님이 김소연, 김하경과 저와 만나 함께 밥을 먹었는데, 15년 전에도 그랬었어요. 그래서 그때 기억이 났죠. 그때는 제가 신인이었는데 너무 따뜻하고 편안하게 대해주셔서 어려움 없이 다가갔었어요. 그 느낌이 그대로 이어졌어요. 그런데 지금은 제가 아내도 되고 엄마도 된 뒤 만나니 더 가깝고 편안하고 친근하게 느껴졌어요. 다시 만나니까 너무 좋았죠.”

김해숙과 15년 만에 다시 만난 유선은 김소연과는 이미 자매로 호흡을 몇 번 맞춰본 바 있다. 김하경은 신인이라는 점에서 많이 긴장되고 부담을 가질까봐 빠르게 친해지려고 노력했다. 특히 유선은 김하경이 연기력 논란에 휩싸였을 때 진심으로 조언해주며 성장할 수 있게 도왔다.
“김소연과는 세 번째 작품이에요. 좋은 자매로 나온 건 이번 작품이 처음이긴 해요. 김소연의 성품, 성격을 잘 알고 있고, 김소연도 저를 언니로 의지하고 좋아해주는 걸 알고 있어서 같이 했을 때 편했죠. 김하경은 신인이라서 빨리 친해지려고 했어요. 리딩 후 치맥(치킨+맥주)을 하면서 빨리 친해지려고 했어요. 정말 친하지 않고서는 편안한 자매 연기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죠. 두 사람이 너무 착해요.”
“김하경의 연기력 논란 때는 안타까웠어요.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먼저 도움을 요청해서 고마웠죠. 저도 예전에 어려움이 있을 때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했고, 직접적인 해답을 얻지는 못했지만 길을 잘 찾아갈 수 있게 방향을 잡아줬어요. 저도 나중에 그런 선배가 되고 싶었고, 김하경에게 해답보다는 잘 찾아갈 수 있는 길을 제시하고자 했어요. 역할을 표현하는 방법이 아니라 상황을 느끼고 순간의 감정을 최대한 느끼면 연기는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나올거라고 했죠. 그리고 자신을 의심하지 말고 믿으라고 했어요. 어느 순간부터는 김하경이 강미혜인지, 강미혜가 김하경인지 헷갈릴 정도였어요. 연기력 논란은 강미혜라는 캐릭터에 대한 반응이지, 김하경에 대한 반응은 아니었을거라고 생각해요.”

▲ “가정에 대한 행복이 중요해요…그걸 노력하는 아내, 엄마가 되고 싶어요.”
유선은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에 출연하면서 가족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됐다. 배우이자 한 남자의 아내, 한 아이의 엄마로서 더 노력하고자 한다는 유선이다.
“아이를 낳고 처음 복귀했을 때는 육아로 인해 연기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물리적으로 적어질 수밖에 없어서 너무 불안했어요.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했고, 이제는 바깥에서 모든 체력과 감정을 소모하고 들어와도 스트레스 없이 받아들이게 됐어요. 다 그렇게 살고, 저만 유별난 것도 아니니까요. 힘이 들긴 하지만 가정에서 받는 행복이 채워주기 때문에 견딜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가정에 대한 행복을 중요시하는 편이에요. 그런 바람이 간절해서 남편과 아이만큼은 가정에서 힘을 얻고 힐링이 될 수 있게 해주고 싶어요. 그런 소망이 있어서 밖에 있다가 가장 빨리 들어가고 싶은 곳이 집이 됐으면 해요. 그걸 노력하는 아내, 엄마가 되고 싶어요.”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