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밝힌 #다큐PD #수입0 #이창동 존경 (종합)[24th BIFF]
OSEN 하수정 기자
발행 2019.10.06 12: 45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자신의 영화 인생을 되돌아보면서 힘들었던 순간과 존경하는 감독에 대해서도 공개했다. 
6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우동 벡스코 제2전시장 이벤트룸에서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함께하는 '플랫폼부산 필름메이커 토크1' 행사가 열렸다. 
모더레이터로 나서 진행을 맡은 양익준 감독은 "2004년 감독님의 '아무도 모른다'를 보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어제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도 봤는데, '이 분은 어디에서 영화를 찍으셔도 영화를 정말 잘 찍는구나'를 느꼈다. 지난해 칸에서 황금종려상까지 받으셨다. 오늘 내가 유재석은 아니지만 잘해보겠다"며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10년 전, 양익준 감독과 만났었고, "오늘 혼자서 얘기하는 것보다 양 감독님과 함께 얘기하면 릴렉스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훈훈하게 시작했다.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아시아독립영화인들의 나눔과 배움의 장인 플랫폼부산(Platform BUSAN)을 개최했다. 올해로 세 번째 해를 맞은 플랫폼부산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박찬욱 감독 등 세계적인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거장들의 시리즈를 진행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영화 산업에서 포착할 수 있는 새롭고 다양한 기회들에 대해 실제적인 경험을 나눠줄 전문가들의 강연들이 다수 준비돼 있다.
양익준은 "'아무도 모른다'에 아이들이 많이 나오는데, '저건 어떻게 찍었을까? 필름은 얼마나 쓰셨을까?' 궁금했다. 아이들의 연기를 저렇게 연출한다는 간 어마어마하다. 필름을 계속 돌린다는 소문도 있다. 나도 '똥파리'를 찍었을 때 아역 배우와 작업했는데 자연스러운 감정을 끌어내는게 쉽지 않았다"며 궁금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기본적으로 지금도 찍는 방식은 그렇게 크게 변하지 않았다. 아이들끼리 찍는 장면이 많아서 슈퍼 16mm로 찍었다. 도중에 중단시키지 않고, 그냥 아이들이 놀게 한 상태에서 찍기도 했고, 그냥 연기를 하다가 내가 화면 안으로 들어가서 귓가에 '이렇게 연기를 해봐!' 얘기를 해주기도 했다. 가능한 카메라 돌 때와 돌지 않을 때를 크게 차이 두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내 커리어의 처음 부분이 극 영화가 아니라 TV 다큐 영화라는 게 클 것 같다. 처음으로 찍은 게 초등학생 아이들이다. 수업 풍경을 찍으면서 아이들도 내 존재가 신경 쓰이니까 나한테 말을 시키고 V사인도 하더라. 선생님도 나한테 말을 걸었다. 당시가 2002년인데, 아마 그때부터 연출을 생각했던 것 같다"고 답했다.
양익준은 "감독이 카메라 안에서 개입한다는 게 위험 요소가 있다. 배우가 갑자기 '네?' 하면 그 장면은 끝나 버리게 된다"고 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그때도 그랬고, 어제 '파비안느'도 그랬고, 배우 중에서 감독 쪽으로 연출 시각을 따라와주는 배우가 있을 때 정말 고맙다. '아무도 모른다'를 찍을 때 엄마 역할을 한 배우가 그랬다. 아이들의 이런 요소를 찍고 싶다고 하거나, 원하는 대사를 그 배우한테 얘기하면, 그 배우가 드라마 쪽으로 이야기를 돌려줬다. 그게 굉장히 좋았다. '파비안느'에서는 에단 호크가 그런 역할을 해줬다. 아이들과의 호흡, 집 안에서의 움직임 등을나하고 공유할 수 있었다. 그러다보니 그런 의미에서는 편했다. 그런 식의 내 편을 만드는 것을 잘한다. 좀 약은 방식이다"며 웃었다.
보통의 일본 배우들이 정식으로 연기를 전공하지 않고, 가수 및 코미디언 출신이 많은 것과 관련해 고레에다 감독은 "그럼 한국에서는 프로 배우가 되기 위해서 학교에 다니는 분들이 대부분인가?"라며 "그것이 좋은지, 어떤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이번에 프랑스에서 찍으며 느낀 건데, 까뜨린느 드뇌브 배우도 그런 학교를 다니진 않았더라. 일본은 배우도, 감독도 전문적인 교육 기관에서 공부한 분들이 많이 없다. 나도 따로 공부하진 않았다. 국립연극이나 예술대학 영상과가 있지만, 그게 생긴 것도 오래되지 않았다. 전문적으로 공부한 사람을 찾는 게 어려운 정도"라고 했다.
그는 "같이 일한 코미디언, 뮤지션 중에서 굉장히 연기를 잘하는 분들이 계신다. 그런 사람들을 찾아내는 편이다. 그런 사람한테 제안하는 게 종종 있다. '아무도 모른다'의 어머니 캐릭터도 그런 식으로 캐스팅했다"고 말했다. 
고레에다 감독의 신작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은 그가 파리에서 하네다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떠올린 이야기다. 짧은 스토리가 발전돼 시나리오가 됐고, 3년 뒤 촬영에 들어갔다. 고레에다는 "그렇게 남는 것과 사라지는 것을 비교해보면 사라지는 쪽이 훨씬 많다. 우연히 긴 세월을 통해서 남아지는 것만 남는다"고 했다.
양익준 감독은 "난 11년 째 영화를 못 찍고 있는 사람으로서, 지금은 6년 전에 쓰던 시나리오가 있다"며 한편의 영화를 완성하기까지 어려운 점을 언급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아무도 모른다'는 1989년 처음 시나리오를 썼다. 영화화되기까지 15년이 걸렸다. 그땐 방송 어시스턴트 조수였는데, 기획을 들고 다녀도 아무도 거들떠 봐주지 않았다. 제안을 했던 회사가 망하고, 프로듀서가 도망가고 그랬다. '영화가 될 수 없는 것 아닌가?' 중간에 포기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다 우연히 어떤 타이밍에 돌아아가기 시작했고, '아무도 모른다' 아이들과 만나게 됐다. 만약에 내가 하고 싶다고 할 때 그 영화를 만들었으면 전혀 다른 영화가 됐을 것 같다. 영화란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태어나기로 한 시점에 태어나는 것 같다. 나중에 양익준 감독도 그런 시점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양익준은 "이건 어마어마한 위로"라며 고마워했다.
"영화 인생 안에서 영화를 접고 싶었던 시점이 있었느냐?"라는 질문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아무도 모른다' 이후 '걸어도 걸어도' 배급을 했던 회사가 망했다. 진짜다. 굉장히 힘들었다. 전혀 돈이 없었고, 소위 극장 수입이 전혀 돌아오지 않은 상황이 됐다. 다음 작품이 배두나와 작업했던 '공기인형'인데, 나를 쭉 도와준 프로듀서 분이 돌아가셨다. 그때 빚만 남았다. 그 쯤에 이대로 영화를 해나간다면 나 자신도 힘들어지고 주변 사람들한테 민폐가 될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영화를 만들어나가는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느꼈다. 그때 쉬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체제 전환이나, 재정비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이게 2011년 11월 쯤이었다. 그때까지 멈추지 않고 달려왔다. 그때 한번 발걸음을 멈추게 됐다. 의기소침과는 좀 다르다"고 답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자신의 일상에 대해 "내가 5년 동안 매년 영화를 찍고 있다. 이외의 일은 아무 것도 안 하고 있다. 그러니까 비행기를 타고 있는 것은 영화제 갈 때밖에 없고 하는 상황이 5년간 계속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그런 상황이지만, 그렇게 힘들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이대로 갈거야' 하는 느낌이 있다. 그런데 이대로 5년 똑같이 계속 하는 것보다는 일단 조금 영화 이외의 것들을 '인풋'하는 시간을 만들어 보고 템포를 바꿔볼까 하는 생각을 최근에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비행기를 타면 대본을 고치고 있고 외국에 오면 이벤트 끝나고 호텔에서 대본을 수정하기도 하고, 다음에는 뭔가를 위해 DVD를 보는 시간으로 쓰고 있다"며 "그 외의 것이 대체 뭐냐 하는 것이다. 책도 영화를 위한 자료밖에 읽지 않는 상황이다. '이건 곤란한데..'하는 상황이다"고 고백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나는 '나 이제 쉴거야' 하면 '쉴 때 뭘 하는가'에 대한 목록을 작성하는 타입이다. 쉴 때 하려고 한 것을 처리했느냐 안 했느냐 하다보면 쉬는 느낌이 아닌 것"이라며 "그런 게 아닌 상황을 올해부터 내년까지 제대로 가져봐야겠다. 그런데 그렇게 작정하는 순간 쉬는 게 아닌 것이다. 어쨌든 엔진을 꺼보려고 한다"며 가까운 미래의 계획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날 고레에다 감독은 중국 출신의 허우 샤오시엔 감독, 한국의 이창동 감독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그는 "1980년대 내가 방송일을 시작했을 때, 허우 샤오시엔 그 분의 영화를 봤다. 처음에는 개인적인 이유도 있었다. 내 아버지가 대만의 남쪽에서 자라신 분이었다. 아버지의 청춘 시절 들었던 풍경이 허우 샤오시엔  감독의 영화에 나왔더라. '아버지는 이런 공간에서 자랐구나' 친근감을 느꼈고, 그분의 작품은 좋은 바람이 불고, 빛이 내리쬐고 있다고 생각했다. 영화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구나 깨달음을 줬다. 이런 영화를 찍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만난 적도 있다는 고레에다 감독은 "본인과 만났을 때도 매력적이고 재밌는 분이다. 다큐멘터리 취재로 대만에 갔는데, 노래방을 좋아하신다. 밤이 되면 '노래방 갈 건데 올 거냐? 찍겠어?'라고 하신다. '이건 찍어달라는 뜻인가?' 싶더라.(웃음) 일본에 오면 나한테 연락해서 같이 밥을 먹기도 했다. 나한테는 아버지 같은 감독님"이라고 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창동 감독님의 '박하사탕'부터 '오아시스'까지 계속 봤다. 엄청난 사람이 나왔구나 느꼈다. 저렇게 잔인한데, 잔혹한데도 아름다움이 공존하고 있는 느낌이다. 인생의 잔혹함이 있지만, 잔인하면서 눈을 피하지 않더라. 거기에 묘사된 인간들이 위악적이지 않고 아름답다. 이창동 감독님의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은 아름다워 보인다. 현대적이라고 느낀다"며 존경한다고 했다.
한편,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공식 초청된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첫 글로벌 프로젝트다. 그가 모국어로 연출하지 않은 첫 번째 영화이자, 첫 해외 올로케이션 작품이다. 출연 배우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배우 까뜨린느 드뇌브를 비롯해 줄리엣 비노쉬, 에단 호크 등이 열연했고, 제76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됐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1995년 영화 '환상의 빛'으로 데뷔했고, 일본을 대표하는 감독이자 세계적인 거장으로 통한다. '아무도 모른다'(2005), '공기인형'(2010),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 '바닷마을 다이어리'(2015), '태풍이 지나가고'(2016), '세 번째 살인'(2017), '어느 가족'(2018) 등을 연출했다. 특히 '어느 가족'은 지난해 열린 제71회 칸영화제 최고의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이번 BIFF에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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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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