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로 행복드리고파"..강경헌 밝힌 #배가본드 #불청 #데뷔23년 (종합)[인터뷰]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9.11.05 12: 53

 “드라마 ‘자이언트’를 재미있게 봤었고 ‘샐러리맨 초한지’를 보며 최고다 싶었다. 장영철·정경순 작가님, 유인식 감독님과 함께 하고 싶었는데 작년 3월에 같이 하자는 연락이 와서 기쁜 마음으로 하게 됐다.”
배우 강경헌(45)이 5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종영을 앞둔 SBS 금토드라마 ‘배가본드’(극본 장영철 정경순, 연출 유인식)로 인터뷰 자리를 열고 드라마에 합류한 과정에 대해 “작가님들, 감독님과 처음 작업했지만 팀워크가 워낙 좋았다. 촬영감독님과 감독님끼리 팀워크가 좋아서 촬영장 분위기는 말할 것도 없이 좋았다. ‘이게 액션 장면인가?’ 싶을 정도로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라며 이 같이 밝혔다. ‘배가본드’는 사전 제작됐으며 현재 3회 분량이 남아 있다.
‘배가본드’는 민항 여객기 추락 사고에 연루된 한 남자(이승기 분)가 은폐된 진실 속에서 찾아낸 거대한 국가 비리를 파헤치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지난 9월 20일 첫 방송을 시작해 11월 2일 방송에서 12.8%(닐슨코리아 제공, 전국 기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강경헌은 B357기 부기장 김우기(장혁진 분)의 아내 오상미 역을 맡았다.

강경헌 소속사 제공

오상미 캐릭터는 비행기 사고 직후 유가족들의 신뢰를 받아 대책위원장까지 맡는다. 그러나 상냥하고 온화한 미소 뒤에는 거액의 돈에 대한 집착과 속물근성이 숨겨져 있었다. 남편 김우기와는 사실상 공범이었던 것. 김우기의 행방을 알고 있는 차달건(이승기 분)의 표적이 되지만 만만치 않은 수단으로 자신을 향한 의혹들을 빠져 나간다.
오상미를 소화한 강경헌은 “정신적으론 편했지만 육체적으로 힘들었다. 특히 상미가 컨테이너에 갇힌 신은 여름, 겨울에 둘 다 찍었다. 사전제작이다 보니 여름에도, 겨울에도 찍은 거다. 겨울엔 맨발로 있는 게 힘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제시카 리와 몸싸움하는 게 힘들기도 했다. 물론 사전에 합을 맞췄지만 나이가 있다 보니 힘들었다.(웃음) 오랜만에 쫓기는 신을 2시간 동안 찍었는데 달리는 게 쉽지 않더라”고 말하며 상냥하게 웃었다.
오상미는 유가족들을 대표하는 인물이었지만 알고 보니 존엔마크사로부터 50억 원 가량의 돈을 받은 범죄자였다. 이에 강경헌은 “반전을 들키지 않아야 했다. 그래서 처음에 고민이 많았다. 유가족으로만 보여야 했고 상미의 욕심이 들켜선 안 됐다. 저는 속이는 정도를 어느 정도로 가야할까 싶었다”며 “처음엔 유가족으로서 모로코에 가면서 '상미가 가짜를 연기해야 한다'는 게 힘들긴 했다. 근데 유가족을 맡은 배우들이 연기를 너무 잘해주니까, 오상미가 연기를 했지만 그들 덕분에 같이 슬퍼하며 속이기 쉬웠던 거 같다”고 초반 캐릭터를 설정하고 표현한 부분을 설명했다.
“4회부터 상미의 본심을 조금씩 보여준 거 같다. 그 전까지는 어느 정도까지 수위 조절을 해야 하나 싶었다. 감독님과 '이 정도면 될까요?'라는 얘기를 나누면서 했다. (상미의 실체가)오픈된 다음부터는 고민이 줄어들어서 편한 부분도 있었다.”
강경헌 소속사 제공
존엔마크사 제시카 리(문정희 분)는 오상미, 김우기(장혁진 분)와 동맹관계였지만 일이 틀어지면서부터 갈등 관계로 전환됐다.
“저는 문정희 배우와 오래된 친구다. 좋아하고 사랑하는 친구인데 같은 작품에서 만나게 돼 굉장히 기뻐했다. 서로 너무 좋아하는데 캐릭터상 좋아하는 티를 내면 안 되지 않나. 친해서 눈을 마주치면서 연기하는 게 불편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정희가 연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해줬다. 처음 맞춰 봤는데도 분위기가 좋았다. 싸우는 연기를 할 땐 컷 하면 서로 '괜찮냐'고 물으며 촬영했었다. (제시카 리와 오상미의) 기 싸움은 낯선 배우라면 어려웠을 텐데 편안한 상태에서 서로에 대한 믿음을 갖고 했기 때문에 좋았다.”
이날 ‘제시카 리와 오상미 중 누가 더 악녀인가?’라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강경헌은 “제가 보면서 느낀 게 제시카 리가 (사고로 죽은 사람들의 영정)사진을 보고 일어났을 때 문정희의 표정이 너무 좋더라. 들켰구나 싶어서 당황한 표정이었지만 그들의 아픔을 같이 느꼈구나 싶었다. 문정희의 연기를 통해 제시카 리가 반성했다는 느낌을 받았다”라며 “근데 오상미는 아니다. 끝까지 반성을 안 하는 거 같다. 정희가 잘해줘서 오상미로서 감정이 잘 잡혔다”고 전했다.
강경헌 소속사 제공
악역을 잘 소화한 비결에 대해 “평소에 잘 참는 거?(웃음) 저는 악역을 맡으면 평소에 참았던 것을 분출한다”며 “근데 오상미를 악역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 사람으로서 선택한 게 옳다고 생각했다. 보통의 사람들과 가치관이 다른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그 사람처럼 생각을 하다 보면 오상미를 적대시 하는 사람들에게 화가 나기도 했다.(웃음) 선한 역이나 악역이나 저의 가치관과 많이 다르다. 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이고 연기로 잘 표현하는 게 맞는 거 같다. 물론 저도 '이 사람이 왜 이럴까?'하는 생각에 전사를 세우는 게 힘들었다”고 말했다.
오상미를 해석한 과정에 대해 강경헌은 추가 설명을 보탰다. “이건 작가님의 생각이 아니라 저 혼자만의 생각이다. 50억에 아무 잘못 없는 시민들의 생명을 팔아넘겼다는 것을 보고 '과연 어떻게 살아왔길래 그런 짓을 할까?' 싶었다. 일단 이 사람은 사랑을 받았던 적이 없구나 싶었다. 부모나 가족으로부터 사랑을 받았다면 그런 선택을 할 수 없었을 거다. 궁지에 몰리고 50억이 있어야 살 수 있다고 할지라도 그런 선택을 했다는 건 인간에 대한 존엄성, 인간애가 전혀 없는 여자다. 금전적으로 굉장히 쫓기고 궁한 상황이지만 단지 그것만이 아닌 불우하고 메마른, 건조한 삶을 살지 않았을까 싶었다“고 오상미에 대해 전했다.
1996년 KBS 슈퍼탤런트 2기로 데뷔한 강경헌은 올해 23주년을 맞이했다. “사실 그렇게 안 된 거 같다. 중간에 힘들 땐 시간이 안 가는 거 같기도 했고 '계속 할 수 있을까?' '잊지 않고 나를 찾아줄까?' 싶었다. 당시엔 내가 자질이 있는 사람이 맞는지 고민했었다. 이 직업을 가져도 되는 사람이 맞는지 고민했다”며 “이제는 그런 부담을 내려놓았지만 현장에서는 최선을 다했다. 마음을 급하게 먹지 않기로 했다”고 털어놨다.
강경헌 소속사 제공
그러면서 “제 소원이 80세가 돼서도 대사를 외울 수 있다면 그때까지 연기 활동을 하는 거다. 지금은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요즘 20대 친구들 보면 놀란다. 그 나이대 표현하기 힘든 감정을 잘 소화해서다.(웃음) 나는 어릴 때 못했었는데, 잘했다면 지금은 어땠을까 싶기도 하고. 지금 친구들은 너무 잘해서 놀란다”고 말했다.
“힘들 땐 '내가 연기할 기회가 없어도 가치 없는 사람은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버텼다. 내가 배우로 성공하지 못하면 가치 없는 사람이 되는 거 같아서 두려웠었다. 당시엔 사람들을 만나도 주눅이 들었고 창피하고 부끄럽고 숨고 싶었다. 그러나 연기만이 나의 가치를 말하는 게 아니라는 걸 항상 생각했다. 강경헌이라는 사람의 가치가 떨어지는 건 아니라는 생각을 한 거다. 포기하지 않은 건 내가 연기를 계속 하고 싶은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내 안에 숨어 있는 것을 계발해서 잘 표현해내고 싶었다. 결국엔 나도 잘 해낼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갖게 됐다. 대본을 보면 여전히 두렵지만 즐겁다.”
강경헌은 지난해 SBS 예능 ‘불타는 청춘'에 출연해 인기를 얻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너무 좋다면서 다가와주셔서 놀랐다.(웃음) ’불청‘ 팀에서는 '배가본드'를 보니 제가 낯설다고 하신다. '평상시 너를 보더가 오상미를 보니까 무섭다면서 이게 너의 진짜 성격이 아니냐'고 하시더라.(웃음) 강경헌으로 알다가 배우로서 보니 '아 얘가 배우였네?'라는 생각을 하신 거 같다. 하하. 예능은 제가 배우 생활을 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출연했다. 예전에는 제 이름을 아시는 분이 많지 않았는데 확실히 늘어났다. 주변에 추천하고 싶다”고 전했다.
미혼인 그녀는 결혼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예전엔 막상 결혼이라는 게 닥쳤을 때 두려웠다. 내가 아직 하고 싶은 만큼 (연기를) 못했는데 결혼하면 아내, 엄마, 며느리로서 역할을 잘 해야하지 않나. 일도 하면서 그 역할들을 잘할 수 있을지 두려웠다. 그땐 일을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결혼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요즘엔 주변 사람들에게 '누구나 실수도 있고 완벽하게 잘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듣는다. 이젠 제 일을 이해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도망치지 않을 수 있을 거 같다. 아직 인연을 못 만났다. 제발 누가 대시 좀 해줬으면 좋겠다.(웃음)”고 전했다.
강경헌은 “내가 행복하려고 배우 일을 시작했는데, 내가 행복한 일을 통해 남에게도 그 행복감을 전해드리고 싶다. 제 일을 열심히 잘 해내고, 시청자들이 여가 시간에 오롯이 편안하고 즐겁게 보셨으면 좋겠다. 제가 그들의 쉬는 시간을 연기로서 만족시켜 드리면, 배우로서 행복할 거 같다는 마음이다”라는 생각을 밝혔다./ watc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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