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목표, 녹록지 않은 현실 사이에 선 이임생 수원 삼성 감독은 체질 개선을 노래했다.
10년 전만 해도 수원은 과거 한국의 레알 마드리드란 별칭답게 초호화 스타 군단을 자랑했다. 하지만 영원한 것은 없었다. 여러 사정으로 인해 이제 수원에게도 피할 수 없는 변화의 시기가 찾아왔다.
2003년부터 수원서 지도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 이임생 감독은 2006년부터 2009년까지 '레알' 수원의 수석 코치로 영광의 시기를 함께 했다.

그런 그가 10여 년 만에 돌아온 수원은 이전과 다른 팀이었다. 실제로 시즌 내내 이임생 감독이 원하던 중앙 수비수 보강이 실패하며, 팀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했다.
여러 잡음 등이 겹치며 수원은 잔여 2경기만 남겨둔 시점에서 리그 8위에 머무르고 있다. FA컵 우승으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진출권을 얻었으나 성공적인 시즌이라 보긴 어렵다.
18일 화성 수원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이임생 감독도 스스로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그도 "FA컵 우승을 차지했지만, 리그 부진으로 팬들에게는 죄송한 마음이 더 크다"라고 사과했다.
![[사진] 2008년 수원 K리구 우승 세리머니](https://file.osen.co.kr/article/2019/11/18/201911182005771948_5dd2a94c4e76a.jpg)
오랜만에 K리그에 복귀했던 이임생 감독은 2019 시즌에 대해 "그 사이에 상황이 너무 변했다. 내가 알던 시절과는 많이 달라져서 힘들었다"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임생 감독은 "2009년은 우리가 K리그서 뛰어난 선수를 끌어모으는 구단이었다. 그러나 2019년은 (우리가 아닌)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가 그런 팀이 됐다"라고 말했다.
ACL 무대까지 병행해야 하는 다음 시즌에 대한 고민은 벌써 이임생 감독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새롭게 들어올 선수와 팀을 떠나야 할 선수, 어린 선수와 노장들의 조화 등 여러 문제가 산재한 상황이다.
전력 보강은 필수적이나 예전 수원만큼 호화스러운 쇼핑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팀 내 최고 연봉자인 데얀과 계약이 종료된다는 점이다. 바그닝요 역시 시즌 후 이적을 추진하고 있다.
보강이 가장 급한 포지션은 역시나 중앙 수비수다. 2019시즌 내내 중앙 수비수 보강을 갈망하던 이임생 감독은 "FA컵 우승 직후 구단에 외인 중앙 수비수 영입을 요청한 상태다"라고 밝혔다.
이어 "다음 시즌 경기 상황에 따라 백스리와 백포를 번갈아가면서 사용할 계획이기 때문에 무게감 있는 선수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측면 공격수 역시 보강이 필요한 부분이었다. 여러 선수가 번갈아 가면서 기용됐지만 염기훈과 전세진 정도를 제외하고는 합격점을 받을만한 선수가 없었다.

이임생 감독은 "데얀-바그닝요가 떠나는 만큼 공격 자원의 영입 역시 필수다. 측면서 스스로 해결해줄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보강할 포지션은 많지만 자원은 한정적이다. 거기다 ACL까지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스쿼드의 양도 신경 써야 한다. 곤란한 상황일 수 있지만 이임생 감독은 위기를 기회 삼아 구단의 체질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실제로 이임생 감독은 이번 시즌도 부임한 이래 계속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며 미래를 생각했다. 전세진을 비롯해 오현규, 고명석, 구대영 등 여러 선수가 두각을 나타냈다.
이임생 감독은 "이번 시즌 K리그1에 데뷔시킨 선수만 8명(오현규, 송진규, 한석희, 김태환, 박대원, 박준형, 고명석, 구대영)이다"라며 "아마 다른 팀에서는 보기 힘들었을 광경"이라 미소를 보였다.
사실 성적을 내야 하는 상황에서 어린 선수들을 꾸준히 기용하며 기회를 주는 것은 양날의 검이나 다름없다. 미래를 위해 현재가 위협받는 상황이지만 이임생 감독이 뚝심으로 밀어붙였다.
![[사진] 2019년 수원 FA컵 우승 세리머니.](https://file.osen.co.kr/article/2019/11/18/201911182005771948_5dd2a94c9320d.jpg)
이러한 선수 기용에 대해 이임생 감독은 "지금 수원은 내가 알던 과거와 다르다. 어린 선수들을 대거 발굴하고 타가트처럼 저렴하게 영입한 선수를 잘 활용해야 성적을 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지원이 줄었다고 해도 수원이란 이름에 대한 팬들의 기대치는 높다. 어려운 현실에도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피를 깎는 체질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임생 감독은 "구단이 나를 감독으로 택한 이유도 (체질 개선) 이런 것에 있다고 본다. 감독으로 성적과 동시에 상황에 맞는 선수 기용으로 미래도 챙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힘든 임무를 맡게 된 이임생 감독은 "감독이라는 위치가 선수나 지원을 탓해서는 안된다. 모든 문제에 대한 책임은 나한테 있다. 외롭고 고독한 자리다. 그래도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10여 년 전과 전혀 달라진 상황. 홀로 서게 된 이임생 감독은 수원의 체질 개선을 위해 외롭고 고독한 싸움에 나선다. 과연 다음 시즌 그의 행보가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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