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허지웅이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고 구하라를 추모했다.
허지웅은 25일 자신의 SNS에 “망했는데. 세번째 항암치료를 하고 나흘째 되는 날 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손이 부어서 물건을 집을 수 없고 손발 끝에선 더 이상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 거울 속엔 다른 사람이 있었고 하루종일 구역질을 하다가 화장실로 가는 길은 너무 높고 가파랐다. 살기 위해 반드시 먹어야 한다는 알약 스물 여덟알을 억지로 삼키다 보면 웃음이 나왔다. 나는 이제 내가 정말 살고 싶은지도 잘 모르겠다”라는 글을 적었다.
이어 그는 “오늘 밤은 제발 덜 아프기를 닥치는대로 아무에게나 빌며, 침대에 누우면 천장이 조금씩 내려앉았다. 나는 천장이 끝까지 내려와 내가 완전히 사라지는 상상을 했다. 그러면 기뻤다. 아픈 걸 참지 말고 그냥 입원을 할까.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병동에서는, 옆자리에서 사람이 죽어간다. 사람의 죽음에는 드라마가 없다. 더디고 부잡스럽고 무미건조하다”고 덧붙였다.

허지웅은 혈액암의 일종인 악성 림프종으로 투병했다가 최근 완치 판정을 받았다. 그는 “가장 어둡고 깊었던 그 밤을 버티고 몇 개월이 지났다. 놀랍게도 아프기 전보다 훨씬 건강하다. 얼마 전 그런 생각을 했다. 가장 힘들었던 그날 밤을 버티지 못했다면 나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나는 왜 가족에게, 친구들에게 옆에 있어 달라고 말하지 못했나. 말했다면 그 밤이 그렇게까지 깊고 위태로웠을까”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러면서 “나는 언제나 뭐든 혼자 힘으로 고아처럼 살아남아 버텼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껴왔다. 그러나 나는 동시에 누구에게도 도와달라는 말을 할 수 없는 멍청이가 되고 말았다. 그런 인간은 도무지 아무 짝에도 쓸 데가 없는 것이다. 그런 인간은 오래 버틸 수 없다. 오래 버티지 못한다면, 삶으로 증명해내고 싶은 것이 있어도 증명해낼 수 없다”는 속내를 털어놨다.
그리고는 “나는 행복이 뭔지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매대 위에 보기 좋게 진열해놓은 근사한 사진과 말잔치가 행복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안다. 아마 행복이라는 건 삶을 통해 스스로에게 증명해나가는 어떤 것일테다. 망했는데, 라고 생각하고 있을 오늘 밤의 아이들에게 도움을 청할 줄 아는 사람다운 사람의 모습으로 말해주고 싶다. 망하려면 아직 멀었다. #마지막밤이라고생각하고있을모든청년들에게바칩니다 #자살예방상담전화1393”라고 부연했다.
끝으로 그는 추신을 달며 “저는 더 이상 아프지 않아요. 필요 이상으로 건강합니다. 그러니까 저를 응원하지 말아주세요. 대신 주변에 한줌 디딜 곳을 찾지 못해 절망하고 있을 청년들을 돌봐주세요. 끝이 아니라고 전해주세요. 구하라님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메시지로 고 구하라의 죽음에 애도를 표했다.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구하라는 지난 24일 오후 6시께 서울 강남구 청담동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빅뱅 탑, 장재인, 채리나, 가희, 딘딘 등 수많은 스타들이 추모의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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