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의 마지막 날이다. 농구계에서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
감격의 순간도 있었고, 안타까운 장면도 있었다. OSEN에서 농구계 10대 뉴스를 선정해 시간순서대로 정리했다. 독자분들 모두 새해 복많이 받으시길 바란다. 2020년에는 좋은 소식만 전달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1. '한국농구 망해가는 이유' 하승진 유튜브 영상 '조회수 230만회' 파장

은퇴한 농구선수 하승진은 유튜버로 변신했다. 그는 지난 7월 '한국농구가 망해가는 이유’라는 동영상을 게시해 큰 파장을 연출했다. 현재 조회수가 230만회를 넘었다.
하승진은 선수출신으로서 느낀 한국농구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선수들이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훈련한다’, ‘훈련량이 너무 많다’ 등의 유의미한 지적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다만 ‘너무 선수입장에서만 지적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현역지도자들은 “하승진이 선을 넘었다. 지도자생활을 직접 해봐야 알 수 있는 부분도 있다”고 지적했다. 하승진은 이 영상을 계기로 러브콜을 받아 방송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2. ‘프로먹방러’ 현주엽 감독, 새로운 재능 찾은 '버럭' 허재 감독
농구인들이 예능방송을 점령한 해였다. 국보센터보다 방송인으로 더 알려진 서장훈 외에도 현주엽, 허재, 하승진 등 다양한 농구인들이 예능방송에 등장했다.
특히 현역감독과 선수들이 등장한 KBS ‘사장님귀는 당나귀귀’는 큰 인기를 모았다. 현주엽 감독의 ‘먹방’은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할 정도로 인기였다. LG선수들의 인기도 덩달아 상승했다. LG는 프로농구 올스타전 팬투표에서 4명이나 12위 안에 들 정도로 인지도가 높아졌다. 무명 김동량, 정희재가 스타로 발돋움했다.
허재 전 국가대표팀 감독은 JTBC ‘뭉쳐야 찬다’에서 예능인으로 데뷔했다. 현역감독시절 허 감독의 ‘레이저 눈빛’은 선수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예능에서 허 감독의 ‘버럭’은 큰 웃음을 주고 있다. 허재 감독은 이제 정식 소속사에 들어가 매니저까지 두며 ‘정말 연예인’이 됐다.
이밖에 오세근도 MBC예능 ‘라디오스타’에 출연했다. 서장훈은 KBS에서 ‘핸섬타이거즈’라는 농구를 주제로 한 새로운 예능을 준비하고 있다.

3. 하늘로 간 정재홍과 안드레 에밋
안타까운 사건도 있었다. SK의 고 정재홍은 지난 9월 3일 갑작스러운 심정지로 향년 33세에 유명을 달리했다. 정재홍은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서 손목수술을 받을 예정이었으나 갑자기 심정지를 일으켜 숨을 거뒀다. 건강했던 그의 사망소식에 SK선수단은 큰 충격을 받았다. 특히 농구월드컵에 참여하고 있던 동료 김선형과 최준용의 충격이 컸다. SK선수단은 유니폼에 ‘wih JH’라는 문구를 새기고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KCC를 강팀으로 이끌었던 득점머신 안드레 에밋도 지난 9월 24일 유명을 달리했다. 에밋은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강도를 만나 도주하던 중 총에 맞아 사망했다. 에밋은 2015~2016시즌부터 3년간 프로농구 KCC에서 뛰면서 정규리그 129경기에 출전, 평균 24.7점에 6.9리바운드, 3어시스트를 기록했다. 2015~2016시즌 KCC 정규리그 우승을 이끈 그는 그해 외국인 선수상과 시즌 베스트5도 수상했다.

4. 남자농구대표팀, 25년 만의 농구월드컵 첫 승
김상식 감독이 이끈 남자농구대표팀은 9월 8일 광저우에서 열린 ‘2019 중국 농구월드컵 17-32 순위결정전 2차전’에서 코트디부아르를 80-71로 꺾었다. 한국남자농구가 세계무대서 승리한 것은 1994년 캐나다 세계농구선수권 이후 25년 만이었다. 한국은 1승 4패로 최종 26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마지막 경기서 한국은 이대성, 이정현, 김종규 주축선수 세 명이 빠진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소중한 승리를 챙겼다. 귀화선수 라건아는 대회평균 23점, 12.8리바운드로 모두 1위에 올라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본 기자는 농구월드컵을 중국현지에서 취재했다. 25년 만의 세계대회 첫 승에도 불구 대표팀은 귀국시 공항에서 꽃다발 하나 받지 못했다. 비인기종목으로 전락한 농구의 현실을 알려주는 장면이었다.
남자농구대표팀은 내년 6월 리투아니아에서 열리는 올림픽 최종예선에 진출한다. 하지만 리투아니아, 슬로베니아 등 강호를 꺾고 우승해야만 2020 도쿄올림픽에 갈 수 있다. 올림픽 진출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19/12/31/201912311311774854_5e0acb965d64f.jpg)
5. 미국농구의 몰락, 농구월드컵 최악의 성적 7위
미국농구도 몰락했다. 그렉 포포비치 감독이 이끈 미국대표팀은 농구월드컵을 7위로 마쳤다. 미국농구 역대 최악의 성적이다. 최정예사 나서지 않은 미국은 8강전에서 프랑스에게 79-89로 졌다. 5-8위 결정전으로 밀린 미국은 세르비아에게 89-94로 다시 패하는 굴욕을 맛봤다. 미국은 폴란드를 87-74로 잡고 최종 7위가 됐다.
르브론 제임스, 스테판 커리 등 슈퍼스타가 모두 빠진 미국은 3진 정도로 여겨졌다. 그럼에도 NBA주전급들이 모인 팀이 7위에 그친 것은 충격이었다. 포포비치 감독도 시대에 뒤쳐진 전술로 ‘명장’이란 수식어에 오점을 남겼다. 미국이 과연 2020 도쿄올림픽에서는 최정예로 다시 한 번 ‘드림팀’을 구성할지 관심거리다.

6. 여자농구대표팀, 중국 1진 격파 쾌거
이문규 감독이 이끈 여자농구대표팀은 11월 14일 오후 뉴질랜드 오클랜드 트러스츠 아레나에서 개최된 ‘2020 도쿄올림픽 아시아지역 프리퀄리파잉 1차전’에서 박혜진의 결승 레이업슛이 터져 중국을 81-80으로 눌렀다. 한국은 가장 큰 난적 중국을 잡아 뉴질랜드전에 패했음에도 올림픽 최종예선 진출을 확정지었다.
한국여자농구가 중국 1진과 만나 승리한 것은 10년 만의 경사다. 한국은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중국을 꺾고 우승했다. 하지만 당시 중국은 세계선수권에 1진을 보내고 2진이 한국에 왔다. 이문규 감독은 중국전에 전력을 다하지 않을 예정이었지만 오로지 선수들의 정신력만으로 값진 승리를 쟁취했다. 이문규 감독의 전략대로 중국에 패했다면 한국의 올림픽 최종예선 진출도 없었을 것이다.
한국은 내년 2월 중국 포산에서 올림픽 최종예선을 치른다. 중국, 스페인, 영국과 한 조다. 쉽지 않은 조편성이지만, 중국을 다시 한 번 잡는다면 2020 도쿄올림픽에 갈 수 있다. 한국여자농구의 올림픽 진출은 어느덧 2008년 베이징올림픽이 마지막이다. 여자대표팀 선수 중 김정은만 올림픽 경험이 있다.

7. ‘이대성과 라건아 포함’ 블록버스터 트레이드
전주 KCC는 11월 11일 박지훈, 김세창, 김국찬 리온 윌리엄스를 현대모비스로 보내고 이대성과 라건아를 받는 대형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현대모비스에 여러 차례 우승을 안긴 MVP이자 국가대표 원투펀치인 이대성과 라건아가 한꺼번에 팀을 옮겼다.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트레이드였다. 현대모비스는 무보상FA가 되는 이대성을 대가없이 놓칠 위기였다. 라건아 역시 점점 통제가 어려웠다. 이에 당장 올 시즌 우승을 포기하는 위험을 감수하고 KCC의 어린 선수들을 받았다. 당장 우승이 필요한 KCC는 국가대표 두 명을 받아 ‘어벤져스’를 구성했다.
트레이드 손익계산은 아직이다. 트레이드 직후 이대성과 부진과 김국찬의 맹활약이 맞물려 현대모비스 팬들의 분노가 다소 누그러들었다. 현재 이대성이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 조직력이 맞아가기 시작한 KCC가 2위로 반등했다. 현대모비스는 NBA 신인왕 에메카 오카포를 영입해 라건아 공백을 메우고 있다.
이대성은 올 시즌 종료 후 FA자격을 얻어 팀을 옮길 수 있다. 무보상이기에 이적 가능성이 높다. 이 트레이드가 훗날 성공한 트레이드로 남기 위해서는 KCC 입장에서 반드시 우승을 해야 한다.

8. KCC 팬서비스 논란과 김승현 해설위원 망언
KCC 선수들은 지난 11월 23일 전주체육관에서 열린 KGC전에서 64-90으로 패한 뒤 퇴장하던 중 어린이팬의 하이파이브 요청에 단체로 응해주지 않아 ‘팬서비스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한정원과 라건아만 팬과 하이파이브를 했다. 선수단이 대패를 해 분위기가 좋지 않았지만, 어린이팬에게 너무했다는 의견이 많았다.
사태가 커지자 KCC는 구단홈페이지에 설명문을 게재하고, 다음 홈경기에서 해당 어린이팬과 사진을 찍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었지만 프로농구에서 팬서비스의 중요성을 일깨운 사건이었다.
김승현 SPOTV 해설위원은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었다. 김승현 위원은 11월 29일 공개된 EBS의 팟캐스트 ‘우지원 김승현의 농구농구’ 21화에서 “아이들이 하이파이브를 해달라고 해서 모든 선수들이 다 해주지 않습니다. 팬과 선수 모두의 잘못이다. 점수 차가 30점 넘게 지게 되면 선수들이 의욕이 상실되고 화가 많이 난다. 그렇다면 부모님이 그날만큼은 (아이가) 하이파이브를 하지 말게 뒤에서 잡아줬으면 어땠을까. 하이파이브를 할 기분이 누가 있겠습니까”라고 말했다.
김 위원의 발언은 팬들에게 공분을 샀다. 김 위원이 후속방송에서 사과를 했지만 파장은 잦아들지 않았다. 결국 김 위원은 SPOTV 해설위원직에서 계약해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19/12/31/201912311311774854_5e0acb96ab2d5.jpg)
9. 홍콩사태에 전전긍긍한 NBA…비겁한 르브론 제임스
미국프로농구 NBA는 홍콩발 역풍을 맞았다. 대릴 모리 휴스턴 로케츠 단장이 SNS에 홍콩지지 발언을 올린 것이 발단이었다. 아담 실버 NBA 총재가 “개인의 정치성 성향에 대해 리그차원에서 제재하지 않겠다”며 모리 단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에 휴스턴출신 야오밍 중국농구협회장은 NBA와의 교류를 전면 중단했다. 텐센트 등 중국 대기업들도 NBA 후원을 전면 중단했다. 중국은 자국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던 NBA 시범경기 취소까지 검토했으나 예정대로 개최했다. NBA는 선수들에게 ‘홍콩관련 인터뷰 메뉴얼’까지 돌리며 대응했다.
정치권으로 문제가 번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은 “평소 미국정치에 대해 거침없이 발언하던 NBA선수들이 겁쟁이처럼 중국문제에 침묵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미국하원의원들은 홍콩문제에 대해 “모르겠다”고 대답한 NBA 감독들에 대해 “NBA가 중국의 거대자본에 굴복해 침묵하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와중에 NBA 슈퍼스타 르브론 제임스는 “모리는 중국의 상황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는 교육을 덜 받은 사람이다. 대릴 단장의 발언으로 많은 사람이 재정적, 정신적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면서 중국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 평소 미국내 정치와 인권문제에 대해 거침없이 발언했던 그의 행보와 대조되는 상황. 제임스가 중국자본에 굴복했다는 의미로 ‘Qing Xames’라는 비아냥도 나왔다.

10. 김종규 ‘전기감전 사건’…플라핑왕 김민구
프로농구는 일부러 과장된 동작으로 파울을 얻는 ‘플라핑’(flopping)과 전쟁을 선포했다. KBL은 매 라운드 종료시점마다 플라핑으로 적발된 사례를 홈페이지에 동영상으로 공개하고 있다.
김종규 사건은 경종을 울린 계기였다. 김종규는 10월 31일 LG전 연장전 막판 정희재와 몸싸움하는 과정에서 과장된 동작을 취하고 넘어졌다. 정희재의 파울이 선언돼 DB로 경기가 넘어갔다. 김종규의 영상은 조회수 10만건이 넘어가며 엄청난 파장을 빚었다.
KBL은 11월 5일 오전 ‘1라운드 페이크파울’ 명단을 공개했다. 1라운드에만 무려 29건이 적발됐다. DB는 치나누 오누아쿠(5회), 김민구(2회), 김종규(1회), 칼렙 그린(1회), 김창모(1회)까지 총 10회를 범해 ‘플라핑 최다구단’의 불명예를 얻었다. 결국 김종규의 동작은 플라핑이었던 것.
KBL은 페이크파울 횟수에 따라 차등징계를 하고 있다. 1회 적발된 김종규에게 경고가 주어졌다. 경고 2~3회시 벌금 20만원, 4~5회 벌금 30만원, 6~7회 벌금 50만원, 8~10회 벌금 70만원, 11회 이상 벌금 100만원이 부과된다.
KBL은 2라운드에서도 24건의 페이크파울을 적발했다. 김민구는 2라운드에서도 플라핑이 적발돼 벌금을 물었다. 김민구는 총 3회 플라핑으로 이관희, 김창모와 함께 최다적발이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대한민국농구협회, KBL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