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이 좋아서 대배우인지, 대배우라서 인성이 좋은 건지". 배우 박신혜, 유해진, 류승룡 그리고 김우빈까지. 내로라하는 연기자들이 '휴머니멀'을 위해 뭉쳤다. '동물과 인간의 공존'이라는 메시지를 위해 진심을 다한 '대배우'들을 향해 제작진의 찬사가 쏟아졌다.
MBC는 6일 오전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사옥 골든마우스홀에서 창사특집 다큐멘터리 '휴머니멀(HUMANIMAL)' 제작발표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프로그램을 프로듀싱한 김진만 PD와 연출한 김현기 PD, 소형준 PD, 프레젠터로 출연한 박신혜가 참석해 촬영기와 작품의 메시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MBC 창사특집으로 기획돼 지난 1년 여의 시간 동안 4개 대륙, 10개국에서 촬영한 '휴머니멀'이다. 쾌락과 이권을 위해 동물을 살해하는 인간과 그들로부터 동물을 지키고자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총 5부작에 걸쳐 대서사시로 공개된다. 이를 위해 '눈물' 시리즈를 연출한 김진만 PD와 '휴먼다큐 사랑'으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김현기 PD, 소형준 PD가 뭉쳤다.

특히 프로그램은 박신혜, 유해진, 류승룡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이 프레젠터로 나서 제작 단계부터 기대를 모았다. 여기에 배우 김우빈이 내레이터로 확정돼 비인두암 투병 후 지상파 복귀작으로 '휴머니멀'에 출연한다. 기획부터 촬영은 물론 출연진 라인업까지 그야말로 '대기획'인 셈이다.
소형준 PD는 "세 프레젠터 분들과 내레이터까지 대배우 네 분과 함께 한 것이 뜻 깊은 경험이었다. 인성이 좋아서 대배우가 되신 건지 대배우라서 인성이 좋으신 건지, 아프리카가 결코 녹록지 않다. 텐트에서도 주무셔야 하고 벌레도 많았는데 항상 웃음 잃지 않고 즐겁게 작업해주셔서 좋았다. 그걸 보시는 시청자 분들도 의미 있게 메시지를 전달받으셨으면 좋겠다"며 출연진 라인업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김현기 PD는 "저희가 조심스럽게 출연 제의를 드렸는데도 흔쾌히 응해주실 정도로 실제로 다들 겁이 없으시다. 그렇게 하기가 되게 어렵다. 저희도 코끼리가 옆에 오면 위축되고 놀라게 되는데 박신혜는 그런 걸 전혀 신경 안 써서 '왜 자꾸 멜로 드라마만 하냐, 액션 할 때도 됐다'고 했다. 유해진 같은 경우 정말로 현장에서 진정성을 가장 중요시 했다. 그래서 저희가 다큐멘터리도 찍다가 잘 안 찍히면 다시 하고는 하는데 유해진은 그게 안 된다. '진짜만 해야 한다'는 게 있다. 저희도 '이래서 진짜를 고집했구나’라고 생각할 정도로 동물과 교감하는 게 잘 잡혔다"고 말했다.
이어 소형준 PD는 "류승룡은 이동 시간이 정말 길었다. 비행기를 28시간 정도 탔고, 차로도 6시간 이동하는데 정말로 조금 짜증나거나 인상 구길 수 있는데 매분, 매초를 즐기면서 해줬고 아이디어도 계속 내줬다. 사자와 교감할 때도 '한번으로 아쉽다'면서 촬영을 더할 정도로 힘써줬다. 유해진은 저희가 촬영하다 보면 한식이 그리운데 그럴 때마다 일회용품을 단 한 번도 쓰지 않았다. 환경에 대한 생각을 말로는 번지르르하게 할 수 있는데 그런 작은 실천들에 감명 받았다"고 했다.
무엇보다 김현기 PD는 화려한 라인업에 대해 "저희가 이런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유명한 셀럽들을 현장에 데려가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현실화될 수 있을지는 몰랐다. 그런데 연락하는 과정에서 받은 느낌은 이 분들이 정말로 다큐멘터리를 사랑하고 본업인 연기가 아닌 걸 하면서도 함께 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주셨단 거다. 그래서 섭외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고 그 애정에 기반해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어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 "프레젠터는 본인의 목소리로 진행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큐멘터리는 객관적으로 거리를 두고 문어체로 읽어야 하는 부분도 있었다. 그 역할의 내레이터를 누구로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미국 촬영에 유해진과 갔는데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헬스장에 김우빈과 같이 다니고 건강하다는 말을 들었다. 돌아와서 연락을 드렸는데 바로 다음날 하겠다고 연락이 왔다. 좋은 취지의 프로그램이라 선뜻 하겠다고 바로 다음 날 확답을 얻었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제작진의 자부심을 반영한 듯 유일하게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박신혜를 비롯해 참여하지 못한 배우들도 영상 인터뷰로 출연 계기를 밝혔다. 유해진은 "저는 이번 다큐를 통해서 여름과 가을, 태극과 미국을 다니면서 동물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많은 사랑과 관심 부탁드리겠다"고 했고, 류승룡은 "많은 것들을 보고 배우고 느끼고 마음에 담고 눈으로 담아왔다. 제가 느꼈던 것들을 여러분과 많이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내레이션을 맡아 지상파에 복귀한 김우빈은 "이렇게 오랜만에 인사드리게 된 만큼 의미 있는 작품에 참여하게 돼 기대도 되고 설레기도 한다. 1월 한 달 동안 5부에 걸쳐 방송된다.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린다"고 당부의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박신혜는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촬영 중 만난 북부흰코뿔소, 아프리카 코끼리 등 지구 반대편에 있는 동물들과 교감한 순간들을 이야기하며 생생한 경험에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케냐에서 북부 흰 코뿔소, 보츠와나에서 코끼리를 만났다. 정말 너무 신기하고 놀라웠던 것은 코끼리가 물을 마시기 위해 하루에도 몇백, 수천 km를 이동한다고 하더라. 그 안에서 가족애도 볼 수 있었고,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생존의 방법 또한 볼 수 있었다. 그래서 가끔 동물이 사람보다 낫다는 이야기 하고는 하는데 그 말이 그 순간 만큼은 깊게 들어왔다"고 했다.
그는 "대자연에서 뛰어다니는 동물들을 보면서 제가 한국에 와서 느낀 건 저 또한 동물이 보고 싶고 동물들을 보기 위해 동물원을 갔던 모습이 창피하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하더라. 그렇지만 교육을 목적으로 아이들에게 동물을 가까이서 보여주기 위해서 우리 곁에 두고 있지만 그 문제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더라. 그러고 나니까 동물원에 가는 것 또한 겁이 나기도 하고"라며 울컥했다. 이어 "밀렵당한 코끼리를 봤을 때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잔인할 수 있지?'라는 생각이 돼서 제게는 잊지 못할 8월이었다. 매해 8월이 되면 따뜻한 봄날이 오면 많은 코끼리들이 살생당하고 사라지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어떤 느낀 점이라고 한 단어를 정의 내릴 순 없겠더라. 오히려 계속 되새기면서 곱씹어봐야 하는 것 같다"고 했다.

하이라이트 영상은 물론 제작발표회 현장에서도 박신혜가 거듭 눈물을 보인 상황. 그는 눈물의 의미에 대해 "인터뷰를 하면서도 얘기했던 거였는데 예전에는 이렇게 우리의 문명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는 인간이 본인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살아가기 위해서 동물을 피하고 혹은 해했다면 지금은 오히려 동물의 위험보다는 동물에게 사람이 위험이 되고 있지 않았을까 싶었다. 보츠와나에 가면 코끼리 표지판이 있다. 우리나라에 야생동물 조심하라는 표지판이 있지 않나. 굉장히 생소했다. 그 길이 코끼리가 지나다니는 길이었고 그 위로 우리가 지나가기 위해 도로를 깐 거다. 야간 운전하면서 코끼리와 부딪혀서 실제로 사고가 많이 난다고 하더라. 실제로 코끼리가 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공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한편 우리가 그 친구들의 길을 빼앗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수만 가지 생각들이 8월을 겪으면서 들었고, 이상하게 눈물이 자연스럽게 울고 싶지 않았고 그때 그 충격이 제 마음을 두드리는 것 같다"고 했다.
이밖에도 박신혜는 보츠와나에서 밀렵당한 코끼리 20여 마리의 사체를 목격한 순간을 설명했다. 코끼리 20여 마리가 모두 밀렵꾼들에게 얼굴이 잘린 채 죽어있었다는 것. 그는 결국 해당 경험을 언급하며 눈물을 보였고, 진행을 맡은 임현주 아나운서가 휴지를 건네기도 했다.
박신혜는 "작년(2018년) 그 자리에서 스무 마리 넘는 코끼리 사체가 발견된다고 해서 뒤져봤는데 똑같은 자리에서 똑같은 시기에 스무 마리가 넘는 코끼리들이 얼굴이 없는 채 싸늘하게 죽어있는 현장을 봤는데 지금도 생각하면 손이 떨린다. 무섭고, 화도 났고 저한테는 정말 경각심을 일으키는 현장이고 순간이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그는 "제가 코끼리 만났을 때 마이크 체이스 박사한테 물어봤다. 무엇을 위해 시간 내서 일하냐고. 정말 단순하더라. '나는 이 동물이 좋아서, 행복하면 좋겠어서'라고. 그런 작고 작은 마음들이 모여서 동물을 지키는 모습들이 또 하나의 포인트가 될 것 같다"고 했다.
끝으로 박신혜는 "각 프레젠터들이 동물들과 만난 이야기 또한 현장에서 전해지는 생생함들이 좋을 것 같다. 저 개인적으로는 케냐에 북부 흰코뿔소가 세상에 단 2마리 남아있는데 그 친구들이 멸종되지 않기 위해 하는 노력 또한 관심 깊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저도 관련된 것들을 찾아보고 있는데 인공수정을 위해서 채취하는 과정이 이뤄지고 있고 성공하기 위해서 많은 분들이 노력하고 계신 현장들을 계속 보고 있는데 그 과정 또한 '휴머니멀’에서 계속 나오니까 많은 관심 갖고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거듭 말했다.
'휴머니멀'은 오늘(6일) 밤 8시 55분에 첫 방송. / monami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