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은→김용민? NO!"..'거리의 만찬' 원점, KBS만 몰랐던 '만시지탄' [종합]
OSEN 연휘선 기자
발행 2020.02.07 09: 27

[OSEN=연휘선 기자] 가수 양희은이 있던 '거리의 만찬'에 시사평론가 김용민이 들어올 뻔했다. 거센 반발로 무산됐으나 KBS만 몰랐던 예정된 무너짐이 여전히 강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KBS의 출연자 검증 시스템과 허술한 기획 방침에 볼멘소리가 높다.
최근 KBS 2TV 교양 프로그램 '거리의 만찬'의 새 시즌 소식이 대대적으로 알려졌다. 16일부터 '거리의 만찬' 시즌2가 방송되는 가운데, 기존 MC인 양희은을 비롯해 코미디언 박미선, 혼성그룹 샵 출신 가수 겸 방송인 이지혜가 하차하고 시즌2에서는 김용민과 배우 신현준이 새로 출연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즉각 시청자들의 비판을 샀다.
'거리의 만찬'은 뉴스로만 만족하지 못하는 시청자들에게 출연자들이 가벼운 시사 예능을 떠나 실제 이슈 현장에 찾아가 진짜 이야기를 들려주는 교양 프로그램이다. 지난 2018년 7월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포문을 연 뒤 같은 해 11월 16일 정규 첫 방송을 시작했다. 프로그램은 첫 방송부터 KTX 해고 승무원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가 하면, 청소년들의 '스쿨 미투 운동', 성소수자 자녀를 둔 가족들의 이야기 등 공감대를 자극할 만한 시사 이슈를 친숙하게 풀어내며 호평받아왔다.

[사진=KBS 제공] 양희은(왼쪽부터), 박미선, 이지혜가 출연한 '거리의 만찬' 포스터.

특히 이 과정에서 양희은, 박미선, 이지혜의 앙상블이 큰 호감을 샀다. 이들 모두 평소 무탈하게 오랜 기간 방송 활동을 이어온 데다가, '거리의 만찬'을 떠나 다양한 방송에서 활약 중인 만큼 친숙한 이미지를 선사했던 것. 무엇보다 예능과 교양을 통틀어 남성 출연자들만 구성된 방송이 흔한 가운데 유일한 여성 출연자 위주의 방송이라는 점에서 '거리의 만찬'은 높은 희소성을 지녔다.
이에 힘입어 프로그램은 방송 첫해 한국YWCA연합회가 선정한 '좋은 프로그램 상' 중 성평등 부문상, 여성가족부와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에서 주최한 '양성평등 미디어상'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양성평등이 시대적 화두로 부상한 가운데 3인방의 활약이 여성 방송인의 활약을 신뢰하게 만드는 동시에 시청자들 사이의 성 차별 우려도 불식시켰다. 공영방송 KBS에서 제작된 교양 프로그램인 만큼 '수신료가 아깝지 않은 프로그램'이란 평가가 뒤따랐던 이유다. 
[사진=KBS 제공] '거리의 만찬' 새 시즌에 김용민, 신현준 출연이 논의 됐다 시청자 반발로 무산됐다.
이처럼 호평받던 출연진과 함께 한 '거리의 만찬'이었기에 이들을 교체하고 김용민, 신현준과 갑작스럽게 새 시즌을 진행한다는 이야기가 즉각 강한 반발을 야기했다. 여기에 김용민의 과거 망언들이 반대 여론에 불을 지폈다. 김용민은 2012년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후보로 출마했던 인물로, 당시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국 국무장관을 두고 "강간해서 죽이자"라고 발언한 일과 저출산 문제에 대해 "피임약을 최음제로 바꿔서 팔자"는 취지로 발언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에 지난 4일에는 KBS 시청자권익센터 청원 게시판에 '거리의 만찬 MC 바꾸지 말아 주세요'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등장했고, 게재 이틀 만인 6일 1만 2000 명의 동의를 얻었다.
양희은 또한 6일 개인 SNS를 통해 "'거리의 만찬' 우리 여자 셋은 MC 자리에서 잘렸다. 그 후 좀 시끄럽다. 청원이 장난 아니다"라며 박미선, 이지혜와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잘렸다'는 양희은의 발언은 '거리의 만찬' 새 시즌이 기존 출연자들의 동의 없이 KBS 측의 일방적인 결정임을 입증하며 더욱 강한 비판 여론을 야기했다. 
결국 김용민은 같은 날 개인 SNS를 통해 '거리의 만찬' 새 시즌 자진 하차 의사를 밝혔다. 그는 "존경하는 양희은 선생께서 '거리의 만찬'에서 하차하신 과정을 알게 됐다. 그렇다면 제가 이어받을 수 없는 법이다. '거리의 만찬'의 가치와 명성에 누가 될 수 없기에 어제 제작진께 사의를 표했고 오늘 여러분께 알리게 됐다. 앞으로 '거리의 만찬'으로 인해 세상이 더욱 밝고 아름답게 되기를 기도하겠다"고 밝혔다. KBS 또한 이를 받아들이며 "시즌2 제작 논의가 원점에서 시작된다"고 밝혔다. 
[사진=양희은 SNS] 가수 양희은이 개인 SNS로 밝힌 '거리의 만찬' 새 시즌 및 하차 관련 소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판 여론이 계속됐다. 이에 KBS시청자위원회가 특별위원회를 열어 제작진 의견을 청취해 '거리의 만찬' 새 시즌이 공영방송에 부합하는 제작 현장의 성인지 감수성과 의사결정과정의 투명성 개선 사항 등에 논했다. KBS에 따르면 시청자위원들은 이에 대해 "김용민 씨의 자진사퇴는 만시지탄이지만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임윤옥 위원은 "시사교양 프로그램 진행자와 패널 전체의 성비 불균형이 심각한 상황에서 여성 진행자 전원을 교체하고 논란이 많은 남성 진행자를 기용하려 한 시도를 보고, 제작 현장의 낮은 성인지 감수성에 놀랐다"고 했다. 
이서정 위원은 "지난해 KBS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이 출연자 문제로 폐지 위기까지 몰렸는데도 출연자 검증을 철저히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고, 최수영 위원은 "특히 총선이 다가오는 만큼 정치적인 균형성까지 고려해 사전 검증 장치가 작동할 수 있도록 이 부분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종임 부위원장은 지속적으로 논란을 일으키는 인물을 진행자로 최종 승인되는 의사 결정 구조가 큰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전진한 위원은 "이번 일로 '거리의 만찬'이 시청률은 다소 낮았지만 시청자들이 얼마나 이 프로그램을 사랑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며 제작진의 분발을 촉구하기도 한 터. KBS는 12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거리의 만찬' 새 시즌 제작 과정에 대한 상세한 입장을 표명하기로 했다.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행동한 시청자들에게 제작진이 어떤 답변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monami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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