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이후 처음" '기생충' 봉준호→곽신애, 오스카 4관왕 더 영광인 이유 (종합)[2020 아카데미]
OSEN 연휘선 기자
발행 2020.02.10 17: 41

모든 순간이 역사가 되고 있다.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과 배우, 제작진이 '2020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차지한 뒤 소회를 털어놨다. 
9일 오후(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돌비 극장에서 '제 92회 아카데미 시상식(2020 아카데미)'이 치러졌다. 이 자리에서는 한국 영화 '기생충(PARASITE)'가 각본상부터 국제장편영화상, 감독상, 작품상까지 수상하는 4관왕의 쾌거를 이뤘다. 
'기생충'을 연출한 봉준호 감독은 시상식 후 진행된 현지에 참석한 한국 언론과의 기자회견에서 소회를 밝혔다. 먼저 봉준호 감독은 "당황스럽다. 아직도 실감이 잘 안 난다.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해 정리의 시간을 갖고 싶다. 무척 기쁘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오랜만에 한국어 인터뷰를 한다"고 너스레를 떤 뒤 "당황스러우면서도 기쁘고, 작품상을 받아서 많은 수의 배우, 스태프들이 왔는데 마지막에 함께 다같이 무대에 올라서 마무리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했다. 또한 "지난해 5월 칸느에서 시작한 여정이 가장 행복한 형태로 마무리된다고 느꼈으나 이 상황을 정리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배우들도 감회가 남달랐다. 박명훈 배우는 "마지막에 같이 축하할 수 있는 자리라 기쁘다.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너무 기쁘고 영광스럽다는 말 드리고 싶다. 너무 감사하다"고 했고, 이선균은 "너무 기쁘다. 저희가 선을 넘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니 오스카가 선을 넘은 것 같다. 감독님과 스태프들에게 감사드리고 다들 너무 고생 많으셨는데 이게 한국 영화의 시작점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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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진 배우는 "높은 구두에 치렁치렁 드레스 입고 있다 보니 불편하지만 우아하게 앉아 있다. 정말 감사드리고 마지막에 같이 함께 하는 기분이라 행복해서 울컥하지만 참고 있다. 돌아가서 제정신 차리고 저는 다시 제 일 열심히 하겠다"며 웃었다. 
이어 조여정은 "저는 한국 시간으로 생일인데 배우로서 최고의 생일이 아니었나 싶다. 아카데미 앉아있는 것 자체가 최고의 생일인데 호명되니까 몰래카메라 같이 믿어지지 않았다. 이렇게 아름다운 마무리 하고 한국 돌아가면 각자의 자리에 흩어져서 열심히 할 생각하니 울컥했다"고 고백했다.
송강호 또한 "저는 내일이 제 생일이다. 음력으로 생일이 되는데 양력으로 세는 바람에 더 이상 생일을 안 쳐줄 것 같아서 얘기 안 하려다가 하게 됐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예상 못했지만 저희들 마음은 늘 한번 도 얘기하지 못한 얘기가 있다면, 이 모든 것이 시상식 때도 마찬가지고 작년 깐느부터 8월 캠페인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관심을 거두지 않으시고 응원해주시고 끝없이 성원해주신 많은 팬 여러분들 그리고 오스카 시상식 때도 많은 분들이 TV 앞에서 중계 방송을 보면서 응원해주셔서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 영화 팬 여러분들 덕분"이라며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힘주어 말했다.
곽신애 대표는 "저희가 마지막 순서라 수상소감을 짧게 해야 할 것 같아 말씀들을 몇 개 빠트렸다. 제일 먼저 하고 싶은 말은 작품상이라는 게 모든 스태프들이 만든 상이라 전 스태프들께 감사하고 사랑스럽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우식은 "오랜 시간 고생 많으셨는데 너무 감사드린다. 앞으로 평생 잊지 않겠다"고 밝혔고, 이하준 미술감독은 "여기 있는 스태프 뿐만 아니라 해외 스태프들도 너무 많이 노력해주셨다. 뜻깊은 상을 많이 받은 것 같아서 정말 기쁘다. 잊지 못할 것 같다. 감사하다"고 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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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봉준호 감독은 "작품상 수상 당시 네 번째로 무대에 올라가려니 민망하기도 하고 다른 분들이 한 마디를 더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멘트 하지 않았다. 술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한 달간 미국에 있으면서 이 분들이 말하는 시상식 시즌, 그 사이에 너무 많은 시상식이 있어서 스피치만 20~30회 다 한 것 같다. 마지막에 하니까 밑천이 다 바닥 나서 하다 하다 술 얘기까지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뭐랄까 이제 정말 끝났다는 생각이다. 깐느부터 쉬지 않더라도 8월 말에 텔루라이드부터 오스카 레이드 출발점으로 불리는 그 기간부터 촬영 기간보다 긴 기간을 송강호 선배와 달려왔기 때문에 술 얘기가 나왔다. 평소에 술을 잘하는 체질은 못된다"고 너스레를 떨며 수상소감 당시 "오늘 밤 취하고 싶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해명했다.
또한 그는 "감독 상 받으러 올라갔을 때 신기한 일이 워낙 객석에 영화인들도 많고 복잡한데, 올라가자마자 스코세이지 감독님이랑 눈이 마주쳤다. 위치를 제가 몰랐다. 좌석표를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 같이 후보에 오른 감독들이 눈이 마주쳤다. 워낙 스코세이지 감독님을 존경했고 영화 배울 때도 작품도 많이 봤다. 같이 노미네이트된 일이 흥분되는 일이었다. 그 분을 먼 발치에서 보면서 상을 받는다는 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무대 위에서 한 말은 다 진심이었다. '가장 창의적인 것은 가장 개인적인 일’이란 말은 책에서 제가 밑줄 치면서 본 말이다. 오늘 같은 자리에서 그 말씀을 볼 수 있어서 기뻤다"고 털어놨다.
그는 "며칠 전에 선댄스 영화제에서 아이작 정(정이삭)이라는 코리안 아메리카 감독의 '미나리’라는 영화를 봤다. 거기에 한국계 미국인 스티븐 연, 한예리 씨와 윤여정 씨도 나왔다. '미나리’가 선댄스의 심사위원 대상과 관객상을 받았다. 며칠 지나서 오스카에선 '기생충’이 기쁜 소식이 있고. 연이은 낭보들이 교민 분들께도 좋은 소식이 됐으면 한다. 스티븐 연 뿐만 아니라 존 조 배우도 시상식에 있었고 산드라 오도 시상하러 나오셨다. 되게 자연스럽게, 억지로 하나의 흐름으로 따지는 게 아니더라도, 최우식 군도 스코트 루딘 제작자 회사에서 출연을 논의하고 있다. 그 감독님도 북미에 계신 한국 교포다. 자연스럽게 한국 교포들의 재능이 꽃피우고 있는 것 같다"고 뿌듯함을 드러냈다. 
봉준호 감독은 아카데미 시상식에 앞서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도 외국어 영화상 수상의 영광을 안으며 자막이라는 '1인치 장벽'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이와 관련 그는 "벌써 한달이 지났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때늦은 발언을 한 것 같다. 이미 장벽이 많이 허물어져 있었다. 1월에도 '기생충’이 북미 극장가에서 잘 되고 있었다. 요즘 세상 자체가 유튜브나 여러 가지 스트리밍이나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등 이미 장벽이 허물어져서 모두가 연결된 세상인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현대의 삶을 그린 '기생충’을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 프랑스, 일본에서도 관객들 반응이 이어지고 있어서 그런 걸 입증해주는 것 같다. 자막이란 장벽들에 대한 것은 제가 했던 발언이 뒤늦은 감이 있는 것 같다. 특히나 이런 좋은 일이 있어서 그 장벽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시점이 되리라 본다.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더 빨리 올 수도 있으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어워드 시즌이라 저나 송강호 선배나 곽신애 대표나 시상 스피치를 할 일이 많았다. 흔히들 말하는 종이를 꺼내서 보고 읽은 적은 없다. 저희 팀 분위기지만 다들 즉흥적으로 했다. 그리고 저희는 통역이 계시지 않나. 일단 첫 라인을 생각하면서 무대에 올라갔다. 통역하시는 동안 다음 문장을 생각했다. 계획은 없고 무대에 올라가면서 첫 문장만 생각하면 된다"고 화제를 모은 통역사와의 호흡과 수상 소감 비화를 털어놨다.
그런가 하면 곽신애 대표는 "시상식 끝나고 한 사람에게 이렇게 많은 트로피가 간 게 월트 디즈니 이후 처음이라고 하더라. 그만큼 어마어마한 말만 하다가 왔다. 저희는 파티에 가서 아무 것도 못하고 코스만 돌다가 바로 왔다. 감독님과 같이 다니다 보면 어디를 가나 가장 큰 박수가 나오고 너무너무 좋아하는 티가 난다. 해주고 싶은 말이라고는 쭉 그렇게 해달라고 하는 거다"라고 봉준호 감독을 치켜세웠다.
봉준호 감독은 "며칠 전 배급사에서 얘기해준 북미 스코어를 들어보니 역대 미국 외국어 영화 흥행 랭킹이 있는데 저희가 '아멜리에’라는 프랑스 영화를 돌파해서 '판의 미로’라는 영화를 향해 가고 있는데 역대 6위라고 하더라. 두 번 봤다고 하고 세부적인 걸 얘기하는 동료 영화인들도 많이 있었다. 그렇게 보신 분들 입장은 사실 영화 볼 때 자막이 어쩐지, 거기서 '누들’을 만드는 게 뭐냐는 접근이 아니다. 이미 영화 자체에 흠뻑 들어가 있고 진입 장벽이 없는 느낌이다. 자연스러워서 기뻤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외국어 영화상이 작품상을 받은 게 최초라고 한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정리할 시간이 아무도 없는 것 같다. 약간 더 시간을 갖고 짚어봐야 한다. 지금도 개봉 중이고 여러 리뷰들이 나오고 있고. 객관적으로 팩트 체크 상으로 봤을 때 상을 받은 게 팩트이다 보니 그 기쁨을 생각하고 싶다. 왜 이런 사태가 일어났는가에 대해서는 심층적이고 다각도의 분석이 따라오지 않을까 싶다. 오히려 제가 여쭤 보고 싶다"고 말해 시사점을 남겼다.
더불어 그는 오랜 기간 호흡 해혼 '기생충'의 해외배급사 네온과 국내 배급사 CJ 측과 오스카 레이스를 함께 한 것에 대해 "네온과 CJ가 서로 힘을 합쳐 두 개의 바퀴가 굴러가듯이 좋은 호흡을 맞추면서 오스카 캠페인을 진행했다. 두 회사가 제가 오랫동안 파트너십을 진행한 회사다. 후보에 오른 다른 영화들은 빅 스튜디오의 영화들이다. 저희는 예산이나 모든 면에 있어서 규모도 작고 그런 면에서 뒤처지지만 불리한 여건들을 극복하고 열심히 발로 뛰어서 마음을 한 데 모아서 한 캠페인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 있어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한진원 작가는 "제가 자료 조사하면서 보고 느낀 것들과 감독님과 회의하면서 스파크가 튄 것들을 담았다. 감독상 때 진짜 그게 마지막일 거라고 생각했다"고 영화 시나리오 제작 비화를 풀어냈다.
또한 송강호는 봉준호의 페르소나로 불리는 심정에 대해 "제작보고회라고 기억되는데 저는 봉준호 감독의 20년 동안의 리얼리즘의 진화를 목격하면서 20년이라는 세월을 지나왔던 것 같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기생충’이라는 영화가 20년의 봉준호의 리얼리즘의 완성 지점에 와 있는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 말씀을 더 드린 것 같다. 배우를 떠나서 팬으로서 '살인의 추억’부터 거쳐오는 봉준호 감독이 끈을 놓지 않았던 이 시대에 대한 탐구, 우리 시대에 대한 성찰, 발전하는 깊이 있는 시선들을 늘 느끼면서 감동받고 세월을 같이 보냈던 것 같다. 다섯 번째 영화도 같이 할지는 확신을 못하겠다. 너무 힘들다. 계단도 너무 많이 나오고 비 맞아야 하고 반지하로 내려 보내고. 다음에는 박 사장 역을 한번 생각해보겠다"고 너스레를 떨어 좌중을 폭소케 했다. 
'기생충'은 아카데미 시상식 사상 처음으로 국제장편영화상 수상의 영광을 안기도 했다. 외국어영화상이었던 부문이 올해부터 국제장편영화상으로 바뀌었기 때문. 특히 봉준호 감독이 최근 미국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영화의 첫 아카데미 시상식 노미네이트 이유를 묻는 질문에 "(아카데미 시상식이) 로컬이라서 그렇다"고 답했던 게 화제를 모았던 터다. 이에 아카메디의 부문 명칭 변화가 봉준호 감독의 발언을 의식한 변화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에 봉준호 감독은 "외국어 영화상이었다가 처음으로 국제 영화상으로 제목이 바뀌었고 그걸 처음 받아서 영광이고, 그걸 로컬의 반대말로 생각했을 때 그 명칭이 상징하는 게 있고 그걸 오스카의 새로운 방향이라고 보이는데 거기에 박수를 보낸다고 했다. 아직은 만족할 수준이 아니더라도 그들이 노력하고 있고 저희도 그에 공헌했다고 생각한다. 로컬이라고 관련해 그때 한 말에 대한 오늘 시점의 나름의 답변이지 않았나 싶다"고 화답했다.
끝으로 봉준호 감독은 "서울에서의 계획은 정리 중이다"라고 말을 아꼈다. 이어 "차기작으로는 이 모든 사태들이 벌어지기 전에, 물론 좋은 사태인데 아카데미와 깐느 이전에 재작년부터 준비하던 프로젝트가 있었고 시나리오를 조금씩 썼다. 하나는 한국어 영화다. 서울 도심에서 벌어지는 독특한 공포스러운 상황에 대한 거다. 굳이 공포 영화라고 이름 붙여야 할지는 모르겠으나, 그런 상황을 다뤘다. 두 번째는 영어 영화다. 둘 다 규모가 큰 영화는 아니고 '기생충' 정도의 규모를 가진 영화다. 2016년 런던에서 있던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영화를 준비 중이다. 조금 더 이야기가 다듬어지면 말씀드릴 시점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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