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은 안될거야?” BTS, 편견 부쉈다!(종합)[빌보드 '핫100' 2주 1위 의미①]
OSEN 김은애 기자
발행 2020.09.11 10: 41

방탄소년단이 ‘Dynamite’로 빌보드 ‘핫100’에서 2주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스트리밍 실적과 음원 판매량에 더해 라디오 방송 횟수가 중요한 지표가 되는 차트에서 1위를 기록했음은 방탄소년단이 미국 대중들로부터 보편성을 획득했다는 방증이다. 많은 이들이 응원한 결과지만 다른 한쪽에서 많은 이들이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했던 것들을 방탄소년단이 이뤄가는 중이다.
팬덤형 보이밴드는 안될거야”
방탄소년단의 팬덤 아미(ARMY)의 다양한 의미에서 주목을 받았다. 첫 번째로는 놀라운 충성도와 집중력이었고 두 번째로는 글로벌한 규모였다. 특히 한국에서 시작해 아시아로, 중동과 남미로, 유럽으로 그리고 마침내 전 세계 대중음악의 중심 미국까지 번져간 방향성도 특별한 의미로 기록됐다. 하지만 이를 방탄소년단의 한계라고 여기기도 했다. 팝 역사적으로 팬덤형 보이밴드가 대중성까지 얻는 경우는 매우 희귀한 일이었다.

방탄소년단

그런 편견도 충분히 이해는 가능하다. 보이밴드의 역사에서 대중성은 팀이 해체된 후 멤버가 솔로로 활동하기 시작한 경우에 비로소 시작돼 왔기 때문. 엔싱크의 저스틴 팀버레이크도, 테이크 댓의 로비 윌리엄스나 개리 발로우, 원디렉션의 해리 스타일스도 당대 최고의 보이밴드였지만 대중성을 얻은 건 솔로 커리어 시작 이후다. 이 편견을 팝 역사상 최초로 깬 것이 방탄소년단이다. 여기에 방탄소년단은 단순히 팬덤의 화력이 만든 반짝 1위라는 편견도 동시에 부순다. 발매 첫 주 1위, 그리고 2주 연속 1위를 한 보이밴드는 지난 10년 동안 방탄소년단이 유일하다.
방탄소년단
“외국에서 온 동양인은 안될거야”
동양인에 대한 인종적 장벽을 부순 것도 역사적인 사건이다. 실제 미국 사회가 다인종, 다문화로 인식되는 것은 영화나 드라마 등 미디어를 통해 만들어진 판타지에 가깝다. 2019년 기준 전체 미국 인구 3억2800만 명 중에서는 백인은 60.1%며, 히스패닉이 18.5%, 흑인 13.4%다. 아시안 5.9%에 불과하다. 80년대 이후 힙합 R&B의 전 세계적인 유행으로 대중음악계에 비교적 흑인 뮤지션들의 활약이 두드러지지만 여전히 인구 과반 이상이 백인이고 여전히 백인의 문화가 메이저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아시아인의 인구 비율보다 아시아 문화가 차지하는 영향력은 더 미비하다. 대중음악에서는특히 더 심하다. 1963년 일본의 사카모토 큐가 부른 ‘스키야키’가 거의 유일한 빌보드 1위 기록이다. 단순히 인종적으로 봤을 때 2010년 파이스트 무브먼트의 'Like A G6'가 1위를 차지했지만 단지 인종적으로 아시아계일 뿐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라 힙합을 뿌리로 한 ‘미국 가수’였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은 이 편견 역시 가볍게 넘어선다. 영어로 부른 첫 노래로 단숨에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거머쥐며 단순히 언어가 문제였을 뿐 인종적 편견 따위는 방탄소년단에게는 없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방탄소년단
“그래미는 안될거야”
앞서 언급한 두 가지 한계와 편견을 넘은 방탄소년단에게 남은 건 그래미 시상식(GRAMMY Awards) 뿐이다. 그래미는 전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대중음악상이며 음악 산업의 탁월한 업적을 가진 아티스트 앨범을 시상한다. 그 권위와 명성에도 불구하고 그래미는 보수적 성향을 꾸준히 지적받아왔다. 장르에 대한, 정확히 말하면 흑인 뮤지션에 대한 차별이다. 같은 내용의 논란이 방탄소년단에게 없을 리 없다. 올해 1월 그래미 시상식에 단 하나의 부문에도 방탄소년단이 후보에 오르지 못한 것에 CNN, 롤링스톤즈, 포브스까지 지적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세계적인 팝스타 할시(Halsey) 자신의 SNS에 “전체적인 변화에 매우 뒤떨어져 있다”고 대놓고 그래미를 저격하기까지 했다.
미국 주요 언론, 음악전문지, 팝 스타들까지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는 건 분명 변화의 적극적 요구이자 긍정적 신호다. 특히 ‘영어로 부른 빌보드 싱글 1위’ 기록까지 갖게 된 방탄소년단을 그래미가 언제까지고 외면할 수 있는 노릇도 아니다. 여기에 올해 2월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 영화상 수상 등 주요 부문을 석권하며 미국과 전세계 대중문화 전반에 인종과 언어, 문화적 편견을 무너뜨리자는 시대적 기대도 작용 중이다. 방탄소년단이 만들고 있는 문화적 파급력, 기록, 위상, 그리고 순수하게 음악으로 그래미가 이들을 평가한다면 비로소 방탄소년단이 어떤 길을 가고 있고, 우리 시대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전 세계인들이 목격하게 될 것이다. /misskim321@osen.co.kr
[사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