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세엔 영웅”…임영웅과 ‘올 뉴 렉스턴’, 그리고 쌍용차 사람들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20.11.09 10: 47

 ‘난세에 영웅난다’는 말은 고금의 진리다. 어려울 때일수록 난국을 타개할 리더십이 필요하고, 그 리더십이 최선의 결과를 가져왔을 때 리더는 ‘영웅’이 된다.
쌍용자동차가 또 난세에 빠졌다. 대주주인 마힌드라가 경영권 포기를 결정하면서 새로운 투자자를 찾아야 하는 난국이다. 다르게 말하면 영웅이 탄생할 딱 좋은 조건이기도 하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지만 쌍용차에는 모두가 ‘영웅’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나타났다. 오랜 무명생활을 딛고,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한 가수 임영웅이다.

쌍용차 올 뉴 렉스턴.

때마침 쌍용차의 제품 라인업에도 ‘영웅’같은 존재가 탄생을 기다리고 있었다. 2017년 출시된 G4 렉스턴의 페이스리프트 모델 ‘올 뉴 렉스턴(All New Rexton)’이다. 보통 상품성 개선 모델을 뜻하는 페이스리프트에는 ‘올 뉴’라는 수식어를 붙이지 않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디자인부터 파워트레인까지 풀체인지와 다름없는 변화가 가해졌다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올 뉴’라고 했다.
가수 임영웅과 ‘올 뉴 렉스턴’를 잇는 끈은 임영웅의 신곡 ‘히어로(HERO)’로 형상화됐다. 이 노래는 ‘영웅’이라는 이름처럼 가수 임영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고 있다. 동시에 임영웅이 쌍용차 ‘렉스턴’과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며 난국에 처한 쌍용차를 응원하는 메시지도 실었다.
‘히어로’의 가사는 직접적으로 ‘위로와 응원’을 노래한다. “세상이란 장애물이 너의 앞길을 가로막을 때 날 봐, 언제나 너의 곁엔 내가 있어”라며 어려움에 처한 이들의 어깨를 토닥거린다. 그리곤 이 시점에 ‘영웅’이 왜 필요한 지를 말해준다. “내가 너를 지켜줄게 나를 믿고 가 오, 거친 세상이지만 나를 믿고 가 오, 나와 함께라면 ready to go”라고 외친다.
그렇게 앞만보고 내달리다 보면 “창밖으로 비쳐오는 태양, 시시각각 바뀌는 구름의 모양, 공기를 가르며 와 닿는 바람의 향기가” 느껴진다. 희망의 빛을 본 영웅의 목소리는 구호처럼 이어진다. “손을 꼭 잡고 같이, 어디로든 가자.”
올 뉴 렉스턴의 홍보모델 임영웅.
쌍용차 ‘올 뉴 렉스턴’은 임영웅 팬들의 든든한 지원 속에 성공적으로 론칭했다. 임영웅의 신곡 ‘히어로’ 발표 무대와 컬래버레이션 방식으로 꾸민 ‘올 뉴 렉스턴’ 출시 행사의 라이브 영상은 유튜브에서 동시 접속자 수 3만 1,000여 명을 기록하며 이른바 ‘대박’을 쳤다. ‘올 뉴 렉스턴’에 대한 관심은 실제 판매 계약으로 이어졌다. 사전 계약 물량이 3,800대나 몰렸다.
그런데 ‘올 뉴 렉스턴’의 뒤에는 숨은 영웅들이 또 있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새로운 렉스턴을 디자인하고 개발한 엔지니어들이다. 현장에서 만난 그들은 “주어진 조건 속에서 120% 역량을 뽑아냈다”고 말한다.
수 천만 원대의 지출이 따르는 자동차 구매를 브랜드에 대한 연민이나 가수에 대한 애정만으로 결정할 수는 없다. 상품성이 따르지 않으면 애정이 있어도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건 냉혹하지만 분명한 진리다. ‘사전 계약 3,800’대가 주는 의미는 곧 ‘상품성’에 대한 기대다.
쌍용차 연구서 선행디자인팀 문일한 팀장.
‘올 뉴 렉스턴’이 던진 가장 큰 매력은 역시 디자인이다. 큰 판을 바꾸지 않았는데도 외관은 완전히 딴 인물이 돼 있었다. 쌍용자동차 연구소 선행디자인팀의 문일한 팀장은 “플래그십을 플래그십답게 만들어 보고자 했다. 고객의 소리를 청취했고, 제품에 반영하고자 노력했다. 그들도 한결 같이 플래그십의 격조를 원했다”고 말했다.
이 말에서 ‘올 뉴 렉스턴’의 인물이 달라진 논거를 찾을 수 있었다. ‘올 뉴 렉스턴’의 디자인이 그릴과 후면에 집중된 이유는 ‘딴 얼굴’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G4 렉스턴이 출시되고, 픽업인 렉스턴 스포츠가 잇달아 나왔지만 두 차량의 인물은 달라지지 않았다. 렉스턴 스포츠의 성공은 보람 찼지만 동시에 ‘G4 렉스턴’ 소유자들은 불만 섞인 소리를 쏟아냈다. 플래그십의 격조는 어쩌냐 라는 볼멘소리였다.
그런데 상품 쪽의 생각은 시선의 폭이 좀더 길었다. 박성진 상품/마케팅본부장(상무)은 “좀더 쌍용차다운 차를 필요로 했다. 지금은 페이스리프트이지만 쌍용차다운 차로 가는 중간단계로 ‘올 뉴 렉스턴’ 개발에 접근했다”고 말했다. 더 큰 미래를 기대해 달라는 소리로 들린다.
이렇게 탄생한 ‘올 뉴 렉스턴’의 디자인은 견고하고 튼튼한 이미지를 유지하면서 속은 넓고, 용도는 젊은이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적합하도록 설계돼야 했다. 탐험가 정신이 깃든 모험심도 가미돼야 했다. 이런 요구가 반영돼 탄생한 전면부는 ‘다이아몬드 셰이프 라디에이터 그릴’로 귀결됐다.
신형 렉스턴의 그릴 디자인을 가까이서 보면 묘한 구조성이 느껴진다. 라디에이터 그릴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뻗은 요소들이 커진 그릴로 인해 전혀 기죽지 않고 있다. 그릴을 둘러싼 FULL Led 헤드램프, LED 코너링&안개등 일체형 램프, 프런트 범퍼가 유기적으로 살아 있다.
라디에이터 그릴을 키우는 게 최근 자동차 디자인의 트렌드다. 그런데 주변부와 유기적이지 못하면 차를 봤을 때 그릴만 눈에 들어오는 패착을 범할 수 있다. “프런트 디자인은 구성주의와 하이테크 건축양식을 반영해 설계했다”는 문일한 선행디자인팀장의 말이 ‘올 뉴 렉스턴’ 전면부를 구성하는 요소들의 유기적 결합을 잘 설명해 준다.
후면부 디자인에서는 T자 형상의 LED 리어램프와 듀얼 테일파이프 가니시가 큰 몫을 했다. ‘G4 렉스턴’이 가장 많이 지적을 당한 디자인이 바로 후면부다. 무게감이 있어야 할 플래그십 SUV임에도 불구하고 뒷모습이 너무 겅중겅중한 느낌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느낌은 ‘올 뉴 렉스턴’에서는 싹 없어졌다.
‘올 뉴 렉스턴’은 LED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와 가변형 턴시그널 램프를 아래 위로 분리하는 디자인을 택했다. 최근 트렌드를 반영한 것도 있고, ‘G4 렉스턴’에서 제기된 지적을 보완하는 결정도 있다. 아래 위로 분리된 두 램프는 가로로 긴 직사각형을 이루며 시각적으로 안정감을 찾게 했다.
또한 턴시그널 램프 아래로는 머플러 형상의 듀얼 테일파이프 가니시를 배치했는데, 그 두께를 과하지 않게 처리했다. 이전 모델의 겅중겅중한 느낌을 없애기 위해서다.
후면부 디자인의 디테일을 손봤을 뿐인데, 드라마틱한 변화가 측면부에서 일어났다. 역동성을 주기 위해 헤드램프에서 직후방으로 뻗은 캐릭터 라인이 비로소 뚜렷이 보이기 시작했다. 루프라인과 캐릭터 라인이 만든 형상은 바람을 맞아 한껏 부풀어 오른 돛을 연상시킨다. 실제 차체 높이의 변화는 없지만 시각적으로 신형의 차체 중심이 훨씬 낮아 보인다.
올 뉴 렉스턴에 적용된 8단 변속기.
‘올 뉴 렉스턴’은 파워 트레인도 크게 달라졌다. 쌍용차 연구소 파워트레인담당 김성훈 상무는 “엔진은 출력을 키웠고, 변속기는 8단을 넣었다. 엔진과 변속기 매칭의 최적화를 통해 배기량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했고, 모하비 3.0 못지않은 경쟁력을 갖췄다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쌍용차 연구소 파워트레인담당 김성훈 상무.
쌍용차의 LET 2.2 파워 디젤엔진은 ‘올 뉴 렉스턴’에 와서 최고 출력이 15마력 늘어나 202마력을 구현했다. 최대 토크도 종전대비 2kgf.m이 향상돼 45.0kgf.m이 됐다. 이만한 출력과 토크라면 플래그십의 면을 세우기에 충분하다. 연비도 리터당 1.1km를 더 달리게 해 11.6km/l까지 끌어올렸으니 경제성도 잘 챙긴 셈이다.
7단 변속기에서 8단으로 다단화 된 변속기는 연비와 주행감성에 변화를 줬다. 주행에서는 부드러움이 강점이다. 상대적으로 강한 토크를 필요로 하는 순발력을 자제한 대신 시작은 부드럽지만 갈수록 힘이 더 큰 폭으로 가미되는 방식을 택했다. 착실히 연비까지 챙기려다 보니 나온 결과물이다. 
쌍용자동차 최초의 랙 타입(R-EPS) 스티어링 시스템 적용은 ‘올 뉴 렉스턴’을 스마트한 차로 변신시켰다. 엔트리 모델부터 긴급제동보조(AEB), 차선 유지보조(LKA), 앞차 출발 알림(FVSW), 부주의 운전경보(DAW), 안전거리 경보(SDW), 스마트하이빔(SHB) 같은 첨단 안전사양의 기본 적용은 전자식 스티어링 시스템 채택으로 가능해졌다.
쌍용차 연구소 전장/샤시개발담당 정재욱 수석연구원.
정재욱 전장/샤시개발담당 수석연구원은 “핸들링을 이질감 없게 튜닝하는 게 관건이었다. 대화형으로 진화하고 있는 인포콘과 짝을 맞춰 안락한 주행감을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프리미엄 차종들을 벤치마킹했다”고 말했다.
정재욱 수석연구원이 언급한 인포콘은 쌍용차가 자랑하는 첨단 커넥티드 시스템이다. 여기에는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 거대 통신사 LG유플러스의 기술력이 결합돼 있다. 실시간 내비게이션 길안내는 물론이고 음악을 찾아 준다거나 정보를 검색하는 일도 가능하다. 한 마디로 차 안에 들어온 스마트폰이다. 이 시스템은 이미 ‘코란도’ ‘티볼리’에 적용돼 점차 똑똑하게 진화하고 있다.
쌍용차 연구소 차량시험개발담당 배복수 수석연구원.
터널을 통과할 때 내비게이션 정보를 바탕으로 이를 인식하고 공조장치를 내기 순환모드로 전환하는 기능도 ‘올 뉴 렉스턴’에 들어갔다. 쌍용차 연구소 차량시험개발담당 배복수 수석연구원은 “디젤 차량에서는 보통 ISG(Idle Stop&Go)를 잘 안 하는데, 올 뉴 렉스턴에서 솔루션을 찾았다. 제네시스 GV80 가솔린에 버금가는 ISG 시스템이라고 자부한다”고 밝혔다. 올 뉴 렉서턴은 신호 대기시에는 엔진이 멈추고, 브레이크를 떼거나 가속기를 밟으면 자동으로 시동이 걸리는 ISG가 장착돼 있다.
내부 편의성도 많이 개선됐다. 센터콘솔에서는 컵홀더 배치를 세로 형태로 변경하고 덮개를 추가해 외관까지 깔끔하게 손봤다. 2열 탑승객을 위한 2개의 USB포트에 12V 파워아울렛을 더해 3명이 탑승해도 원활하게 모바일 기기를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무엇보다 시트의 안락함이 좋아졌다. 2열 시트는 볼스터를 키워 앉았을 때 옆구리를 잡아 주는 기분이 들게 했다. 리클라이닝 각도도 139도까지 휙 넘어간다. 전좌석 열선시트를 앉혔고 1열 시트는 통풍 기능도 들어갔다.
쌍용차 연구소 차체/의장개발담당 오문석 수석연구원.
차체/의장개발담당 오문석 수석연구원은 “거주 편의성을 위해 시트 기능을 크게 향상시켰다. 시트 아래로는 전륜 서스펜션도 더블 위시본을 채택해 근본부터 다른 느낌을 주도록 했다. 전륜에 맥퍼슨 스트럿 서스펜션을 채택한 경쟁차종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을 줄 것이다”고 자신했다.
쌍용차의 연구소 사람들은 ‘올 뉴 렉스턴’ 개발을 통해 “쌍용스러움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한 듯했다. ‘올 뉴 렉스턴’에 보내는 시장의 뜨거운 반응에도 크게 고무돼 있었다.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최상급 블랙 에디션 ‘더 블랙’도 내놓았다. 쌍용차 연구소는 스스로 난세에 등장하는 ‘히어로’가 될 준비를 하고 있었다.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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