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본공주' 이우진, "단신 컴플렉스 연습으로 극복.. 美진출 도전"[당구GP]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21.02.03 06: 35

13년 만에 TV로 중계된 포켓볼 경기 '여자 풀(pool) 서바이벌'은 진혜주(26) 천하로 막을 내렸다. 진혜주는 1, 2차 대회를 모두 석권해 새로운 포켓 스타로 탄생했다. 
여기에 한 명의 스타가 인기를 누렸다. '리본공주' 이우진(22)이 주인공이다. 1차 대회서 진혜주에게 역전패한 후 바로 주저 앉아 눈물을 펑펑 쏟아내 주목을 받았던 이우진은 2차 대회서는 결승 진출에 실패해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이우진은 대회 기간 동안 거침 없는 자기 표현과 다양한 리액션으로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 잡았다. 특히 아담한 체구와 깜찍한 외모를 갖춘 이우진은 매 경기 다른 색상의 커다란 리본 머리띠를 묶고 등장, '리본공주'라는 별명을 얻었다. 

[사진]파이브앤식스 제공

대만에서 당구 유학 중인 이우진은 이번 대회에서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이우진은 '최다 런아웃상'을 수상, 이번 대회 가장 집중력 높은 파괴력을 보여주면서 주니어 국가대표로 활동했던 유망주 시절에서 완전히 벗어나 포켓볼 간판으로 도약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 보였다. 다음은 이우진과 일문일답이다.
-경기 중 포커페이스 대신 다양한 표정으로 관심을 모았다. 감정 표현에 적극적인 것 같은데 
▲성격인 것 같다. 포커페이스는 상대에게 내 감정을 감추려는 것이지 않나. 화내고 리액션 해도 나의 내면을 잘 유지할 수 있다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동시에 그런 식으로 감정을 표출함으로써 그 때 그 때 상황을 털어낼 수 있기도 하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방법이라고 본다. 참지 않는다. 
-그런 부분을 지적 받은 적은 없나
▲있다. 유일하게 한국 대회서 그렇다. 속된 말로 '싸가지'가 없어 보인다고 한다. 상대를 무시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 같다. 하지만 절대 아니다. 어떤 사람과 쳐도 나는 똑같다. 오히려 외국으로 나가면 인정을 해준다. 상대 플레이에 지장이 가지 않는다면 괜찮다고 본다. 큰소리를 낸다든가 신경에 거슬리는 행동이 아니라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상대가 나 때문에 집중이 되지 않는다면 자제를 해야 한다. 그래도 조용하고 정적인 분위기는 나와 맞지 않는 것 같다.
-기량과 함께 외모, 복장으로도 관심을 받았다
▲초등학교 때부터 화장하고 꾸미는 것을 좋아했다. 실력도 중요하지만 가꿀 줄 아는 것도 개성이고 실력이라 생각했다. 유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나를 알릴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이라 생각한다. 꾸미는 것에도 신경을 많이 쓰는데 이쁘게 봐주실지는 모르겠다. 
-TV 중계는 처음인가
▲중국에서는 몇차례 경험을 했다. 하지만 이렇게 스튜디오 안에서 중계는 처음이다. 너무 설렜다. 가족, 지인들이 내가 경기하는 모습을 처음 접했다. 처음에는 정말 떨리고 걱정도 했다. 하지만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생각에 방송한다는 느낌은 금방 잊어버리게 되더라. 
-1차 대회 준우승 때 진혜주 우승 축하도 하지 않고 주저 앉아 울어버렸다
▲정말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경기 후 동영상을 돌려봤는데 내가 진혜주 언니와 악수도 하지 않고 그냥 주저 앉아서 울고 있더라. 나는 악수를 한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아무리 슬퍼도 축하를 먼저 해주고 뒤에 가서 울어야 했다. 어려서 그런 것이 아니라 몰랐다. 정말 잘못된 행동이었고 많이 반성했다. 
[사진]파이브앤식스 제공
-리본 때문에 '리본공주'라는 별명이 생겼다. 
▲처음에는 별 의미 없이 하고 나왔다. 그런데 리본이 크고 예뻐서 작은 나와 맞아 떨어진 것 같다. 반응이 괜찮아 내 시그니처 아이템으로 할까 생각 중이다. SNS(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다음 리본이 기대된다고 말씀을 많이 해주신다. 대만에서 별명이 '샤오공주'다. '작은 공주'라는 뜻이다. 요정은 싫은데 공주는 좋다.
-여성 경기는 기량이 아니라 외모로 판단한다는 시각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외모가 여자로서 가질 수 있는 특권이라 본다. 여자만의 매력을 더 분출할 수 있다. 민소매나 노출도 하나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방식이라 생각한다. 외국 대회에서는 더 화려하면서 섹시한 복장을 한다. 나도 평범하지 않은 파격적인 복장이 많다. 
-아담한 체구가 경기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나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테이블을 바라보는 시야가 다르다. 높게 바라 볼 수밖에 없다. 또 시야에 한 눈에 안들어온다. 위에서 보는 것과 측면에서 보는 것은 다르다. 자세에도 한계가 있다. 멀리 공이 배치돼 있으면 큐걸이가 안닫는다. 익스텐션이나 레스트가 필요한데 그러면 미스할 확률이 높다. 포지션을 뽑아도 안닿아서 힘들다. 브레이크 할 때도 파워가 모자르다. 키가 상당한 컴플렉스였다. 결국 연습량으로 극복할 수 밖에 없었다. 제한시간 안에 빨리 판단할 수 있는 연습도 해야 했다. 무조건 연습이다. 알려주는 사람도 없다. 사람마다 닿는 공과 안닿는 공이 다르기 때문이다. 스누커 테이블에 공을 일자로 놓고 레스트 연습을 특별하게 많이 했다.
[사진]파이브앤식스 제공
-대회를 끝낸 소감은 어떤가
▲성적과 목표는 원했던 것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홀가분하다. 사실 이번 대회가 13년 만에 중계됐다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내가 치를 수많은 경기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싶다. 그런 점에서 많은 것을 배워가고 얻어가는 대회였다. 세트장 안에서 중계되는 경기였고 정통 9볼이 아니라 변형된 룰에서 성공적으로 대회를 마쳤다. 20초라는 짧은 순간 판단해야 했고 긴장되는 순간에는 마인드 컨트롤이 필요했다. 일대일이 아니라 3명을 상대해 집중력도 달랐다. 정식 대회가 되면 좋겠다. 정통 포켓도 모두가 신선해 하더라.
-당구는 언제 시작했나
▲초등학교 3학년(10살) 때 부모님과 포켓볼을 치러 갔다가 처음 큐를 잡아봤다. 당구장 사장님께서 재능이 있다며 언제든 심심할 때 놀러오라고 말씀해주셨다. 취미로 포켓볼을 치고 있었는데 13살 때 어머니가 학생 대회 출전 신청서를 덜컥 내셨다. 억지로 나갔는데 운좋게 3위에 입상했다. 그러면서 아카데미에서 기본기를 다듬고 6개월 후인 14살에 정식 선수로 등록했다.
-3쿠션이 아니라 왜 포켓을 선택했나
▲당시에는 3쿠션에 관심이 없었다. 지금은 심심풀이로 치긴 한다.(대대 18점) 당시 공부를 하기 싫었는데 포켓볼을 잘치면 대학에 갈 수 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열심히 했다. 3년 내내 1위를 했기 때문에 대학(한국체육대학) 진학은 무난했다. 그런데 수시 지원 일주일 전에 대만 유학을 가겠다고 선언했다. 대만 선수가 '너는 얼굴이 예뻐서 조금만 더 노력하면 스타가 될 수 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혹했다. 
-부모님이 허락하셨나
▲집안에서는 난리가 발칵 뒤집어졌다. 아버지, 어머니 모두 반대하셨다. 하지만 대만 유학을 가는 대신 금전적인 것을 비롯해 모든 책임을 스스로 지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잘돼서 증명해 보이고 인정받겠다고 설득했다. 결국 내 고집대로 됐다. 미성년자가 20만 원만 들고 대만으로 날아갔다. 당시 허락해주신 어머니께 감사하고 한편으론 존경스럽다. 
-이제 국내로 완전히 복귀한 것인가
▲대만에서 2년 반 동안 활동하다 작년 5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내로 돌아왔다. 하지만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다시 대만으로 갈 생각이다. 언어는 어휘력이 딸리지만 일상소통이 가능한 정도다. 
[사진]파이브앤식스 제공
-한국 포켓볼은 어떤가
▲포켓 자체가 한국 정서에 안맞는 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급하고 빨리 전개되고 공격적이어야 하는데 포켓은 특성상 수비 게임으로 늘어질 때가 많다. 선수가 봐도 재미없을 때가 있다. 3쿠션에 비해 인기도 떨어졌고 포켓이 여자 종목이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는데 잘못 알고 있다. 유독 우리 나라에서만 인기가 없다.
당연히 한국 포켓 수준은 중국, 대만에 비해 낮다. 이런 대회가 계속 치러져야 한다. 그래야 선수들이 연습하는 동기를 얻게 되고 그런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수준이 올라갈 수 있다. 일단 대회가 많아져야 한다. 그래야 뛰어넘으려는 선수가 있고 더 도망가려는 선수가 생기게 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포켓볼의 매력을 알리고 최선을 다해 경기를 하는 것 뿐인 것 같다. 
포켓볼이 매스컴에 자주 노출됐으면 한다. 인기가 떨어져 아무래도 비인기 종목이 됐지만 이번 대회를 계기로 관심을 갖은 곳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3쿠션처럼 포켓도 떠야 한다. 
-한국인 포켓 선수로서 해외에서 반응은 어떤가
▲김가영, 차유람 언니가 있어서 한국 선수가 조금이나마 더 주목을 받을 수 있었다. 또 조금 더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대부분의 선수가 다 그럴 것이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더 관심을 갖게 된다. 차세대 김가영, 차유람은 누굴까. 대만에서 포스트 김가영, 차유람이라는 말을 하길래 그런 말은 하지 말아달라 부탁하기도 했다. 
-목표가 있다면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 자주 바뀐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전체적인 큰 틀은 세계 챔피언이 되는 것이다. 또 많은 사람들에게 특별한 선수, 기억에 남는 선수가 됐으면 한다. 매 경기마다 스토리를 가진 선수가 되고 싶다. 월등한 실력을 갖춘 선수가 되기 위해 계속 연습하겠다. 
-미국 진출 계획도 있나
▲사실 2020년부터 자비로 미국 투어를 계획하고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무산됐다. 대만에서 활동하며 들어 둔 적금을 깰 생각이었다. 스폰서가 없기 때문에 무모한 도전일 수도 있다. 하지만 도전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한다. 막무가내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직접 부딪혀야 하는 성격이다. 웨이츠치엔에게 내 생각을 말했더니 놀라긴 하더라. 그래도 일단 가서 어떤지 경험해 보고 싶다. 가서 실력을 입증하고 싶다. 잘되면 투자한 만큼 돌아온다고 생각한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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