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는 최근 ‘9회 드라마’를 잇따라 연출, 팬들이 끝까지 방심할 수 없게 만든다. 롯데 자이언츠의 '롯데시네마'가 잠잠한 사이 'LG 홈시어터'가 뜬다.
지난 17일 월요일 삼성전부터 21일 SSG전까지 LG는 드라마틱한 경기를 잇따라 보여줬다. 5경기 중 4경기가 9회가 승부처였고 희비를 오갔다.
마치 각본처럼 짠 것 같은 2경기 연속 8회까지 1-0 스코어, 대역전극에 이은 끝내기 승리, 수비의 황당 실수로 끝내기 패배까지 결말은 다양했다.
지난 17일 잠실 삼성전, LG는 8회까지 1-0으로 앞서 나갔다. 선발 켈리의 7이닝 무실점 호투와 필승조 정우영, 김대유가 8회까지 완벽하게 막아냈다.
9회초 마무리 고우석이 등판해 2아웃 1,3루에서 강민호 상대로 1B-2S로 승리까지 스트라이크 1개만 남겨뒀다. 그러나 역전 2타점 2루타를 맞았고, 1-3으로 역전패했다. 강민호의 2루타를 중견수 신민재가 거의 잡을 뻔한 장면은 두고두고 이야기거리가 됐다.
18일 잠실 NC전, LG는 또 8회까지 1-0으로 리드했다. 선발 수아레즈의 7이닝 무실점, 필승조 정우영-김대유가 8회를 무실점으로 막았다. 전날 경기의 데자뷔 같았다. 결말은 달랐다. 마무리 고우석이 9회를 실점없이 지켜내며 1-0으로 승리했다. 전날 역전패를 만회했다.
19일 잠실 NC전, LG는 7회초까지 0-5로 끌려가 패색이 짙었다. 7회말 1점을 만회했고, 8회말 NC 필승조 김진성 상대로 3점을 뽑아 4-5까지 추격했다. 9회말 상대 마무리 원종현을 무너뜨리며 5-5 동점에 성공했고, 연장 10회 2사 만루에서 홍창기가 짜릿한 끝내기 안타를 때려 승리했다.
20일 잠실 NC전은 선발 정찬헌이 초반부터 난타당하며 1-11로 완패했다. ‘LG 극장’이 하루 쉬어가는 날이었다.
21일 인천 SSG전. LG팬들은 금요일 밤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LG는 2-4로 뒤진 8회초 무사 1,2루 찬스를 잡았다. 그러나 SSG 신인 투수 장지훈이 올라와 공 6개로 세 타자를 범타로 처리했다.
추격 흐름이 한 풀 꺾였지만 9회초 1사 후 이천웅의 동점 투런 홈런이 터졌고, 이어 김현수가 백투백 홈런으로 5-4로 역전시켰다. LG가 또 한 번 역전드라마를 쓰는 듯 했다.
그러나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막장 드라마’가 기다리고 있었다. 9회말, LG 마무리 고우석이 올라와 1사 후 로맥, 추신수에게 연속 안타를 맞았다. 한유섬과 박성한을 잇따라 볼넷으로 내보내 5-5 동점을 허용했다.
다음이 하이라이트. 이재원이 때린 땅볼 타구를 3루수 문보경이 백핸드로 잘 잡고 3루 베이스를 밟아 2루 주자를 포스 아웃시켰다. 이어 추신수가 홈으로 뛰어가자 협살로 몰았다. 공을 건네 받은 포수 유강남이 3루로 추신수를 쫓아가다 3루 베이스에 2루 주자였던 한유섬이 와 있자 공을 던지지 않고, 추신수를 3루까지 몰아갔다.
아웃된 한유섬이 3루에서 2루로 돌아가자, 유강남은 홀린 듯이 한유섬을 태그하러 따라갔다. 3루 베이스로 돌아갔던 추신수는 다시 홈으로 슬금슬금 뛰었고, 유강남은 추신수를 보자 3루에 있던 손호영에게 송구했다. 그런데 손호영이 추신수를 협살로 몰지 않고 그냥 쳐다봤고, 추신수는 재빨리 홈으로 뛰어가 끝내기 득점을 올렸다.
유강남과 손호영이 뭔가 착각을 한 사이, 추신수는 끝까지 집중해 플레이를 한 덕분에 SSG가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LG는 역대 가장 황당한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orang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