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A 6점대 그 롯데 투수 맞아? ‘강철 매직’은 베테랑을 춤추게 한다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1.07.05 05: 08

왜 KT 위즈 유니폼만 입으면 외면 받았던 베테랑들이 펄펄 나는 것일까.
지난 4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 키움의 시즌 7번째 맞대결. KT는 6-3으로 앞선 7회초 2사 주자 없는 가운데 투구수 20개의 이창재를 빼고 박시영을 투입했다. 이 교체는 적중했다. 박시영은 첫 타자 허정협을 8구 끝 헛스윙 삼진으로 잡은 뒤 8회에는 전병우-김휘집-서건창을 연속 삼진 처리하는 위력투를 뽐냈다.
12-3으로 크게 앞선 9회 하준호에게 마운드를 넘긴 박시영은 1⅓이닝 4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3번째 홀드와 함께 평균자책점을 1.15까지 낮췄다. 이날 던진 21개의 공은 모두 슬라이더였다.

5회초 KT 박시영이 역투하고 있다. / soul1014@osen.co.kr

제물고포를 나와 2008년 2차 4라운드 31순위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박시영은 10년이 넘도록 좀처럼 잠재력을 터트리지 못했다. 43경기 평균자책점 4.23을 남긴 2019년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임팩트를 남기지 못한 탓에 결국 지난해 12월 신본기와 함께 트레이드로 KT맨이 됐다. 롯데 시절 기록은 191경기 6승 8패 11홀드 평균자책점 6.18. 사실 트레이드 때도 박시영보다는 신본기가 더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랬던 박시영이 이강철 감독을 만나 환골탈태했다. 5월 초 1군에 처음 올라와 7경기 1승 평균자책점 2.57로 새 팀의 분위기를 익힌 그는 다시 2군으로 향해 3주의 재정비 시간을 가졌다. 복귀전인 6월 18일 두산전부터 위력투를 뽐내기 시작했다. 전날 키움전까지 7경기 기록은 8⅔이닝 10탈삼진 평균자책점 '0'이다. 5선발, 패전조, 추격조라는 타이틀이 익숙했던 그가 1위팀 필승조로 변신에 성공했다.
사령탑도 박시영의 반등이 반갑기만 하다. 이 감독은 “시영이가 나타난 뒤로 선발 뒤 3이닝을 편하게 갈 수 있게 됐다”며 “원래는 기록 상 좌타자 상대에 강점이 있지만, 지금은 구위가 워낙 좋아 우타자에게도 문제가 없다. 좌우 상관없이 투입할 수 있는 투수”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27일 오후 대전 한화이글스파크에서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열렸다.6회초 1사 만루 kt 허도환이 만루홈런을 날린 뒤 더그아웃에서 동료 선수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21.06.27 /ksl0919@osen.co.kr
강철 매직으로 살아난 베테랑은 박시영 뿐만이 아니다. 그 동안 전유수, 이보근, 유원상을 비롯해 올해 안영명, 허도환까지 모두 KT 유니폼을 입고 부활에 성공했다. 이전 소속팀에서 외면 받았던 선수들이 이상하게 이강철 감독만 만나면 원래의 기량을 되찾는 모습이다.
강철 매직의 장본인인 이강철 감독은 이에 대해 “허도환, 안영명, 박시영 모두 밖에서 볼 때 보이지 않는 장점들이 보였다”며 “사실 작년과 재작년 모두 불펜이 힘들었다. 그만큼 부족했기에 베테랑 투수들을 충분히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베테랑들이 던지는 구종과 맞아떨어지는 타순, 타자를 고려하는데 그게 또 운 좋게 잘 맞아떨어졌다. 항상 선수와 팀이 모두 살 수 있는 전략을 구상한다”고 비결을 설명했다.
특히 올해는 박시영과 함께 37살 백업 포수 허도환의 활약도 돋보인다. 6월 중순 주전 포수 장성우의 1군 말소와 함께 본격적으로 기회를 얻은 그는 안정적인 투수 리드와 함께 6월 27일 한화전 데뷔 첫 만루홈런, 7월 1일 LG전과 2일 키움전 연이은 스퀴즈번트로 타석에서도 존재감을 뽐냈다. 구단 공식 유튜브 채널 ‘위즈티비’에 따르면 대부분의 선수들이 최근 상승세 요인으로 허도환의 이름을 언급하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사령탑은 부활의 공을 온전히 선수들에게 돌렸다. 아무리 좋은 선생님이 있어도 학생이 노력하지 않으면 성적이 나올 수 없다는 관점이었다. 이 감독은 “요즘 베테랑들이 우리 팀에 오고 싶어한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농담하며 “그러나 내가 아무리 좋은 상황에 선수를 기용해도 그들이 못하면 어쩔 수 없다. 다 선수가 잘했기 때문이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한 순간 기회를 얻은 부분이 작용한 것 같다”고 강철 매직의 실체를 밝혔다. /backligh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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