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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이후 첫 14승 "세상 바뀔 줄 알았는데…에이스는 아직,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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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상학 기자] 2021년 한화의 최고 수확은 어디에 내놓아도 밀리지 않을 ‘토종 에이스’ 김민우(26)의 성장이었다. 개막전 선발부터 국가대표 발탁 그리고 류현진 이후 첫 14승과 득녀까지, 김민우에겐 잊을 수 없는 최고의 시즌이었다. 

김민우는 “시즌 중에는 항상 다음 경기만 생각하다 보니 성적이 실감나지 않았다. 시즌 마지막 등판을 마친 뒤 집에서 혼자 생각해보니 ‘올해 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라는 생각이 밀려오더라. 14승도 하고, 국가대표로 올림픽도 다녀오고…그제야 실감이 나더라”고 돌아봤다. 

지난해 첫 풀타임 선발로 가능성을 보여준 김민우. 올해는 잠재력을 제대로 꽃피웠다. 개막전 선발이 그 시작. 당시 예상을 깨고 김민우를 개막전 선발로 깜짝 결정한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매년 누군가 오고 떠날 수 있는 외국인 투수가 아니라 국내 투수가 개막전 선발을 해야 하는 게 맞다. 김민우가 앞으로 한화 1선발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화 김민우 /OSEN DB

김민우는 “개막전 선발이 정말 좋았다. 감독님께서 큰 의미를 주시면서 스타트를 잘 끊었다”며 “개막 며칠 전 감독님이 따로 불러 이야기해주셨다. 처음에는 얼떨떨했는데 대화가 끝날 무렵 울컥하기도 했다”고 떠올렸다. 

1선발의 책임감과 동기 부여를 안고 시작한 김민우는 쾌속 질주했다. 데뷔 첫 규정이닝을 넘어 155⅓이닝을 소화하며 14승10패 평균자책점 4.00 탈삼진 125개로 활약했다. 14승은 지난 2010년 류현진(16승) 이후 한화 최다승 기록. 오랜 기간 한화의 토종 에이스 가뭄을 김민우가 해소했다. 

올림픽 야구대표팀 김민우 /OSEN DB

지난해까지 두 번의 5승이 개인 한 시즌 최다승이었던 그에게 10승은 꿈의 기록이었다. “작년만 해도 아내랑 이야기하면서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길래 10승을 하는 걸까’라고 말한 기억이 있다. 두 자릿수 승리에 대한 환상이 정말 컸다. 10승을 하면 세상이 바뀔 줄 알았다. 상상만 했는데 막상 10승을 한 날도 똑같더라. 한 경기 던지면 또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일상이 반복됐다”고 말했다. 

그렇게 매 경기, 다음 경기에 집중하고 준비한 것이 14승이라는 기록으로 쌓였다. 어떤 획기적인 변화나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다. 그는 “올해 크게 변화를 주거나 달라진 것은 없다. 작년 한 시즌 풀로 선발 경험을 한 것이 전부다. 운이 좋았고, 포수 (최)재훈이형부터 야수들의 도움이 컸다”고 고마워했다. 

물론 누구보다 자주 데이터분석팀을 찾아 자신의 투구 및 상대 타자 관련 자료를 구하고, 경기 중에도 틈틈이 메모할 만큼 스스로 공부하고 노력한 결과이기도 하다. 결혼을 하고 난 뒤 심리적 안정도 컸다. 김민우의 아내는 지난달 딸 나율 양을 출산한 뒤 “난 괜찮으니 얼른 (부산 원정으로) 가서 준비하라”며 남편을 배려했다. “제왕 분만을 끝내고 몇 분 지나지 않아 그렇게 말해주더라. 결혼 정말 잘했다,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게 김민우의 말이다. 

토종 에이스 수식어가 계속 따라붙지만 스스로는 낯설다. 그는 “아직 에이스는 아니다. 평균자책점도 4점대이고, 승만 많은 것이다. 평균자책점 3점대로 마치지 못한 게 많이 아쉽다. (에이스라고 하기에) 부끄럽다”면서 손사래를 친 뒤 “꾸준히 잘하는 선수가 돼야 한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좋은 성적 내고 싶다. 겨울에 철저히 준비해 내년에도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

한화 김민우가 더그아웃에서 메모를 하고 있다. 2021.06.19 /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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