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준, 탄탄하고 알찬 필모에 쓰여진 선물 '구경이' [인터뷰 종합]
OSEN 장우영 기자
발행 2021.12.16 14: 09

싱긋 웃는 얼굴에서는 금방이라도 과즙이 떨어질 듯 하다. 비타민이 따로 필요없을 듯 상큼한 과즙미를 보여주는 비주얼. 하지만 그 비주얼이 이렇게 섬짓할 줄은 또 몰랐다. 2019년 제40회 청룡영화상에서 신인상을 받으며 주목 받은 김혜준은 2020년 MBC 연기대상에서 드라마 ‘십시일반’으로 여자 신인상까지 차지했다. 그리고 ‘킹덤’에 이어 ‘구경이’까지. 다채로운 매력을 가진 얼굴처럼 앞으로도 보여줄 게 많은 배우가 바로 ‘김혜준’이다.
영화 ‘미성년’, ‘싱크홀’,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다시 만난 세계’, ‘그냥 사랑하는 사이’, ‘최고의 이혼’, ‘킹덤’, ‘십시일반’, ‘구경이’. 바로 김혜준의 필모그래피다. 1995년생으로 올해 27살인 김혜준은 2015년 데뷔했고, 그 기간 동안 이렇게 탄탄하고 알찬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또래 배우들에게서는 흔하게 볼 수 없는 필모그래피인 만큼 김혜준을 향한 기대는 크고 또 크다.
김혜준 역시 동의했다. 그는 “필모그래피가 탄탄하고 좋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자랑스럽다기보다는 열심히 살았다 싶다. 알찬 작품들을 한 기분이다. 인간적으로든, 현장이든, 메시지든 알찬 작품들을 많이 했다. 지금까지 내가 선택한 게 아니고 선택을 받은 입장인데, 감사할 따름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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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알차고 탄탄한 김혜준의 필모그래피에 ‘구경이’가 선물처럼 찾아왔다. 말 그대로 ’선물‘ 같은 작품이다. 김혜준은 “지금까지 쉬는 건 차기작 전까지 쉬는 정도였는데,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는 차기작 없이 쉬었다. 불안하고, 어떻게 쉬어야 할지 몰라서 힘들었는데, 그때 선물처럼 온 게 ’구경이‘였다”고 말했다.
’구경이’. 연출을 맡은 이정흠 PD도 제작발표회에서 ‘이상한 드라마’라고 할 정도로 신기하고 신박했다. 김혜준 역시 그랬다. 그는 “대본 읽을 때 만화책, 웹툰을 보는 것 같이 읽었다. 이상한 드라마가 맞다. 그래서 더 매력적이고 중독적이었다. 이상한데 끌리고 빠지면 답도 없다는데, 그런 편이었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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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준은 극 중 케이 역으로 열연했다. 해사하고 밝은 미소를 지닌 대학생으로 도무지 속내를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해맑은 얼굴로 살인을 저지르는 빌런 케이를 김혜준만의 색깔로 그려내며 극의 몰입도와 긴장감을 높였다.
김혜준은 “대본이 너무 재미있었다. 대본을 진득하게 읽는 편이 아닌데, 앉은 자리에서 5부까지 쭉 봤다. 하게 된다면 케이가 매력있었다. 내 나이대에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이 담긴 캐릭터였다. 그래서 놓치면 안되겠다 싶었다. 그리고 상대 배우가 이영애 선배님이니까 더더욱 안 할 이유가 없었다. 도전이었지만 충분히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적극적으로 하고 싶다고 했다”고 말했다.
사이코패스 살인마 케이 역을 연기한 김혜준. 유독 누군가를 죽이는 역할을 많이 하고 있다. 그는 “죽음과 관련된 역할을 많이 할 줄은 몰랐다. 그런데 그렇지 않을 것 같이 생긴 사람이 그런 일을 한다면 거기에서 오는 충격과 배신감이 더 클 것 같다. ‘킹덤’에서도 하룻강아지처럼 작은 애가 돌변에서 야망을 보이니까 거기에서 오는 서늘함이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김혜준은 “내 실제 텐션은 케이처럼 하이 텐션이 아니다. 좀 얌전한 스타일인데, 케이의 텐션을 하려면 내 안에 있는 작은 텐션을 극대화해야 했다. 중반에는 캐릭터가 이렇게 만화적으로 나오는데 대중들이 받아들일까, 대중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 의문이 생겼다. 그때 PD님께서 ‘케이는 막 나가고, 오버스러운 게 맞다’고 확신을 주셨다. 그래서 마음을 잡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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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도 매력적이었지만, 구경이 역을 연기하는 이영애와 호흡은 생각조차 해보지 못한 기회였다. 어린 시절 ‘대장금’을 보고 자랐다는 김혜준은 “이영애 선배님에게 ‘대장금’ 봤다고 이야기했다. 너무 귀여워해주셨다”며 “이영애 선배님은 대중들의 생각처럼 우아하고 차분하고 단아한 모습도 있지만 되게 소탈하시고 동네 언니 같은 부분도 있다. 귀엽고, 애교도 많고, 장난기도 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신비롭다. 이래서 톱스타라고 생각했다. 공존하기 힘든 게 공존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케이 역에 캐스팅된 후 용기를 내 이영애에게 연락을 했다는 김혜준은 집에 초대되는 ‘영광’을 누렸다. 김혜준은 “흔쾌히 집에서 점심 먹자고 하셔서 ‘대박이다’ 생각하며 달려갔다. 찾아가서 밥도 먹고, 차도 마시면서 이야기를 했다. 그냥 언니 같은 느낌이었다. 정말 잘 챙겨주시고 따뜻하셨다”고 떠올렸다.
방송 전부터 친분을 쌓으면서 ‘구경이’ 속 이영애와 김혜준의 케미와 대립은 더 불꽃이 튀고 몰입도를 높였다. 김혜준은 “더 편해진 것도 있고 워낙 잘 챙겨주셨다. 내가 하고 싶은 거 다 하라고 하시면서 다 받아주겠다고 하셨다. 그리고 볼 때마다 ‘예쁘다’, ‘귀엽다’, ‘잘하고 있다’, ‘멋있다’ 등 엄마도 안 해주는 칭찬을 해주셔서 거기에 힘 입어서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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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준에게 ‘구경이’는 선물과 같았다. 김혜준은 “내 성장을 떠나서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즐거운 현장에서 일을 했다는 경험 자체가 내 인생에 행복한 페이지로 남을 것 같다. 즐거운 현장에서, 내가 연기하는 게 재밌다고 느꼈다는 부분이 제일 큰 경험이고 자산이다. 일하면서 성취감을 느끼는 게 쉽지 않은데 ‘구경이’를 하면서 많이 느꼈다. 그 모든 것들이 좋은 작품이었다”고 말했다.
탄탄하고 알찬 필모그래피에 ‘구경이’라는 드라마를 추가하면서 더 성장한 김혜준. 그는 “앞으로 큰 포부라기보다는 개인적으로 어떤 작품을 하든 결과도 중요하지만 내가 어떤 것을 얻고 성장했느냐가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앞으로도 퇴보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성장하면서 나아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elnino8919@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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